오늘도
여명 앞에 읇조린 밤이
등대 곁에 서성이는
어둠을 스크랩한다
세월 잊고 방황하는
젖비린내 섞인 갯내음을
쉴새 없이 울부짖는
파도 소리의 굵은 한을
씻겨지지 않고
떨쳐낼 수 없는
그대 영혼의 울음인
한밤의 녹턴을
끌려가는 밤의
초 시간 당겨놓고
하얗게 불 밝히고 선
퇴색된 등대 빛의 그리움을
◇김정숙(藝香)= 부산 출신 /≪문예사조 시부문 등단≫(2009년) / 부산문인협회이사 / 부산시인협회회원 / 부산남구문인협회회원 / 부산여류시인협회 낭송위원장 / 시사위문화예술회 초대회장 / 부산아시아공동체학교음악교사 / 예향음악학원 원장 / 부산음악학원연합회회장역임(2013년~2018년) / 학원총연합회부산지회 예술부회장역임 / 대표시집: 『시(詩)가 흐르는 강(江)(2013년)』 / 수상: 부산문학상 우수상(2014년), 백련낭송문학상 대상(2017년)
<해설> 거대한 변화는 지각 아래에서 소리 없이 진행된다. 인생이나 예술이나, 단 한 가지 필수적인 사항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내일이 와도 그 다음 날이 와도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 것을 실감할 때,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무엇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선악의 경계를 짓지 않는 수용성은 어쩌면 무개념 신천지 같기도 한 판단보류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이런 모호한 자세들은 결국 나의 삶에 대해 같은 질문을 던진다. 무엇에 구속받고 있는가. 그것은 구속인가 생존인가. 왜 용기를 내지 못하는가. 차라리 명백한 선과 악이었으면 좋겠다. 용기는 낼 수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에서 벗어나야 하는가이다.삶의 품위는 환경이 아니라 환경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결정한다.인간에게 기억이란 위대한 것이다. 그러나 진정 위대한 것은 잊는 것이다. 잊을 수 있은 것은 상처가 아니다.
아리랑의 정확한 뜻을 몰라도 수백 년을 내려온 것은 현대어로는 치환할 수 없는 절묘한 뜻과 멋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 여정은 꽃을 만나러 갔던 길은 아니었다.그래서 그 바람 그 향기가 더 서러웠는지 모른다. 그 하얀 은빛 날개는 어디쯤에서 비상을 멈추었을까. 어차피 미래는 적응하고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