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우리의 본능은 돈을 잃도록 만들어져 있다
[재테크칼럼]우리의 본능은 돈을 잃도록 만들어져 있다
  • 김주오
  • 승인 2020.05.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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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일_하이투자증권침산지점과장
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침산지점 과장
<부의 본능>의 저자인 브라운스톤에 따르면 인간은 재테크에 실패하기 딱 알맞게 타고났다고 한다. 인류는 800만년 중 대부분의 기간을 사냥하고 채집하면서 살아왔는데 하루하루 먹고사는 생활에서는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투자하는 재테크 개념이 발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인간의 유전자에는 ‘돈 관리’ 프로그램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현대인들은 아직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본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렇다 보니 재테크에 번번이 실패할뿐더러 배우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브라운스톤은 진화심리학을 근거로 우리 마음속에 돈을 잃도록 만드는 아홉 가지 원시본능이 있다고 말한다. 이 중 대표적인 세 가지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무리 짓는 본능’이 있다. 원시인들은 초원을 걷다 갑자기 선두의 동료가 뛰기 시작하면 무리 전체가 이유도 모른 채 무작정 함께 뛰었다. 맹수가 나타났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일단 동료들과 행동을 같이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었다. 지금 생활환경은 원시시대와 다르다. 다른 이들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을 위협할 맹수는 이제 없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여전히 무심코 다수를 쫓는 행동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무리 짓는 본능을 피해야 한다. 대중과 다른 투자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워렌 버핏 또한 “남들이 욕심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내야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근시안적 본능’이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은 타고난 근시안이다”고 말했다. 인간의 유전자에 ‘짧은 기간을 선호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원시인들의 수렵채집 생활은 기본적으로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생활이기 때문에 당장 살아남기 위해서는 근시안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유리했다. 현대인들 역시 근시안적 본능을 이어받아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한다. 월급을 기다리지 못하고 신용카드를 이용해 미래의 부를 당겨쓰기도 한다. 내일의 풍요보다 오늘의 만족을 중시하는 것이다. 투자를 할 때도 장기적 관점을 갖기보다는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려는 유혹에 쉽게 빠진다. 멀리 내다보기에는 우리가 ‘너무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인식체계의 오류’가 있다. 인간의 인식능력은 매우 제한적이고 동시에 불완전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몸무게의 2퍼센트 밖에 되지 않지만 에너지의 20퍼센트 이상을 쓴다. 그래서 우리 뇌는 복잡한 현실을 전부 받아들이지 않고 생존에 꼭 필요한 일부만을 인식하도록 진화했다. 때때로 불행은 외면하고 행운에 주목하는 편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현대인들 역시 인식체계의 오류 때문에 재테크에 실패하기 쉽다. 우리는 투자판단을 내릴 때마다 뇌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뇌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은 고려하지 못한다. 사용하는 도구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좋은 성과를 얻기는 어렵다.

인간에게 새겨진 원시본능은 워낙 강력해서 의지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들다. 그래서 브라운스톤은 원시본능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신경 조건화하기’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두뇌는 경험을 고통과 즐거움으로 구분하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행동에는 고통을, 바람직한 행동에는 즐거움을 연결하는 것이다. ‘모델 따라하기’와 ‘유혹 회피하기’ 또한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유혹은 인간의 자제력을 능가하기 쉽기에 저항하기보다는 애초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버핏은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기질’이라고 했다. 이는 ‘돈을 잃도록 만들어진’ 인간의 원시본능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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