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달새 반토막난 고물값…업주·폐지수거인 생계 위기
몇달새 반토막난 고물값…업주·폐지수거인 생계 위기
  • 한지연
  • 승인 2020.05.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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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철 파동 때와 비교도 안 돼”
수거 인력도 3분의 1로 줄어
“학교 개학 연기·상점 폐업에
수집통로 대폭 줄어…벼랑 끝”
고물상
25일 낮 12시 30분께 대구 북구 한 ㅅ고물상.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마비된 서민경제에 고물상도 시름하고 있다. 한지연기자

“고철 파동 때랑은 비교도 안 돼요. 코로나19가 훨씬 더 무섭지.”

25일 낮 12시 30분께 대구 북구 내 파지·고철·동·철거전문의 ㅅ고물상. 업주 심효일씨는 고물 가격표를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두 달여간 바닥을 친 채로 꿈쩍을 하지 않는 고물 가격에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이날 기준 철물이나 고철은 1kg당 160원, 헌 옷 1kg당 50원, 박스 및 파지 1kg당 40원, 신문 1kg당 60원, 철캔 1kg당 30원 등이다.

24년째 고물상을 운영 중이라는 심씨는 “반 토막, 또는 그 이상으로 고물 가격이 내려가 오를 기미가 안 보인다”며 “고철 파동 때에는 가격이 떨어져도 지금처럼 낮은 가격이 몇 달간 이어지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민경제를 피부로 체감하는 곳이 바로 고물상이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한 고물 수집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물상에서도 곡소리가 흘러나온다. 고물상 업주를 비롯해 고물 수집인들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마비된 서민경제에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ㅅ고물상의 경우 기존 하루 평균 180여 명의 고물 수집인이 이곳을 찾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50~6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역경제 위축으로 폐업 위기를 맞은 상점이 늘어나고 온라인 수업 진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등 고물 수집인들이 고물을 수집할 통로가 대폭 줄어들면서다.

고물 수집인 A(여·87)씨는 식당가와 학교, 전통시장 등을 돌며 책 및 박스 파지, 알루미늄 캔 등을 수집하고 있지만 번번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데에만 시간을 다 쓰고 있다.

정씨는 “요즘 다들 어려운 경기에 장사가 안 되고 문 닫은 곳도 많으니 고물을 구할 길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씨는 “가게를 접은 자영업자가 물건을 내놓기는 하지만, 대부분 북구 칠성시장 중고시장으로 들어간다. 창업하려는 사람이 없으니 중고시장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며 “칠성시장에서도 고물을 얻어오곤 했는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일용직 노동과 고물 수집을 겸했다는 B씨는 최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고물 수집만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고 했다.

B씨는 “인력시장에서 공치는 것이 일과가 돼 버렸다”며 “일거리도 없고, 고물을 수집할 수도 없으니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고 하소연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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