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대선주자, 시도지사부터 띄워라
통합당 대선주자, 시도지사부터 띄워라
  • 승인 2020.05.26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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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전 계명대 겸임교수
총선에서 대패한 미래통합당. 그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어느 조직이든 외부와의 싸움에서 크게 지고나면 금세 일어나기가 어렵긴 하다. 그도 당대표,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낙선하였으니 참담할 수밖에야. 하지만 100석이상의 의석을 확보한 제1야당이 아닌가. 재빨리 복원력을 갖춘 시스템이 가동되어야 수권정당답다. 그런데 이 와중에 자기봇짐 챙기기에 바빠 지리멸렬한 모습이 이어졌다. 풍랑을 만난 작은 배도 선장이 없으면 갑판장이라도 나서서 위기를 수습하는데 선장을 구하지 못해 우왕좌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동안 인재를 키우지도 못했고, 스스로 체급을 늘린 사람도 없었다는 증거다. 이를 두고 통합당에 미래가 없다고 낙담하는 이도 많다. 역설적이지만 왕창 깨져야 새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쪽도 있다. 그렇다고 미래통합당이 좋아서가 아니다. 180석의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을 야당이 필요한 것 때문이다.

공룡 같은 ‘거여(巨與)’를 보면서 문득 조지오웰의 ‘1984년’이 생각난다. 36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면 겨우 텔레비전이 보급될 정도였다. 그런데 작가는 급속한 정보사회가 도래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으니 세계적인 문호임에 틀림없다. 미래를 보는 눈이 너무 정확해서 그 작품이 현실화 되는 느낌이다. 금방이라도 ‘빅 브라더(Big Brother)’가 쳐다보는 것 같아 몸이 쪼그라든다. 설마하던 공수처가 7월이면 발족한다. 검사, 판사를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헌법기관보다 더 센 수사기관이 조만간 눈을 부릅뜬다. 검찰권력은 이제 권력이 아니다. 그 대신 경찰권력이 어마어마해졌다. 수사뿐만 아니라 정보까지 거머쥔 경찰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대형’으로 등장할 것이고,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촘촘하게 만들고 개혁하지 않으면 자유민주가 후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결국 당면한 문제는 권력 견제이다. 지금과 같이 ‘거여’ 체제에서는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 헌법 말고는 무슨 법이든 뚝딱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어마어마한 큰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야당뿐이다. 무소불위 ‘대형’의 서슬파란 칼날을 막고, 국민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려면 통합당이 야당다운 힘을 가져야 한다는데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 이런 때에 야권이 응집력 없어 지리멸렬하면 국민만 손해 본다. 통합당의 분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통합당은 우선 배를 끌고 갈 선장조차 구하지 못하고 질질 끌다가 겨우 외부인사인 김종인 비대위원장체제로 꾸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렇다 할 대선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없는 것이 아니고 두각을 못 나타냈을 수도 있다. 이참에 통합당에게 미국 대통령선거를 한 수 배우라고 충고하고 싶다. 미국은 주지사들이 대권후보로 많이 나선다. 그만큼 검증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통합당도 인재가 없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시도지사를 대권후보로 내세우면 어떨까? 전·현직 가릴 필요가 없다.

현직부터 눈여겨보자. 권영진 대구시장은 국회의원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거쳐 재선시장으로 뛰고 있다. 코로나19사태 때 시장집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방역을 진두지휘하여 성공적으로 차단할 수 있었다. 위기대처 능력이 검증된 셈이다. 이철우 경북지사 역시 경북 정무부지사에 이어 3선 국회의원인 데다 코로나 사태 때 권시장과 마찬가지로 밤잠을 설치며 차단에 성공했다. 위기대처 능력의 정수를 보여 주었다는 평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그 어려운 서울에서 3선 국회의원과 당 최고위원으로 활약하면서 도정을 잘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젊다. 전직 시도지사를 보면 서병수 부산시장은 재선시장에 5선의원과 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재선시장에 4선의원과 정책위의장을 하였고, 울산시장 선거부정사건의 피해자로 언론의 서치라이트를 받은 인물이다. 비록 무소속이지만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5선 국회의원에 당 대표와 대통령후보로 뛰었고,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재선지사, 3선 국회의원에 국무총리지명자로 경륜을 갖추고 있다. 집권여당인들 이보다 더 큰 인물이라고 뻐갤만한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도 왜 통합당은 인물난이라며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지 고개가 저어진다. 이 정도면 대선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은데 등잔 밑이 어두울 수도 있다. 가까이에 인재를 두고, 초인의 말발굽소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시도지사 외에도 강호에 수많은 고수가 강태공처럼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뚜렷한 후보가 없을 때는 팡파르부터 울려야 한다. 그 뒤로 무대 위에 후보를 등장시키면 흥행효과가 배가될 것 같다. 흥행이 성공하면 인물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 이중에서 활기차고 참신한 인물을 골라 가시면류관을 씌워 보자. 기적이 일어날지 모른다. 코로나 사태로 기울어져 가는 경제를 되살리고, 자유와 공정과 행복이 숨 쉬는 희망의 광장을 열어줄 명장이 탄생할지 모를 일이다. 한 지역을 잘 다스릴 줄 알면 국가경영인들 못 헤쳐 나갈 수 있으랴. 총선 참패가 과연 새옹지마가 될는지….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요리 솜씨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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