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소녀상
아픈 소녀상
  • 승인 2020.05.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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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 박사


평화의 소녀상이 아프다. 최근 위안부 출신 이용수 할머니가 2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30여년 동안 함께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거센 비판으로 이들 시민단체의 민낯이 노출되면서 도덕성 검증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그동안 윤미향 당선자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가 첫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한 이후 30년 동안 위안부 문제 운동을 이끌면서 단체의 열악한 살림을 메꾸려 자신이 받은 강연료까지 털어가며 운영해 온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반면 1인체제로 운영하며 소통 부족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소녀상에 대한 기억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본 교토에 있는 리츠메이칸대학 국제평화 뮤지엄에서 본 소녀상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소녀상이다. 교토에 리츠메이칸대학은 제2차 세계 대전 후 법학자인 스에카와 히로시(末川博) 총장이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위해 평화와 민주주의를 교육이념으로 정하여 민주적인 대학으로 개혁하였다. 리츠메이칸 대학은 전쟁에 대한 올바른 역사교육과 국제평화를 위한 국제평화 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만주사변부터 중일전쟁까지 이어지는 일본 제국이 벌인 15년 전쟁시기의 일본과 일본의 식민지의 상황, 또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 소녀상은 아시아 여성의 피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서울 종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전쟁의 아픔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2011년 12월 14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000차 수요집회 때 세워졌으며, 지금도 또 다른 소녀상의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이라고도 불리는 이 소녀상은 역사적 비극의 재발을 막자는 의미를 지닌 상징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만든 소녀 동상이다. 그동안 뜻있는 시민들과 청소년 그리고 사회 단체에서 기부문화 확산으로 이어졌으나 윤미향 대표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갈등이 표출되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용수 할머니는 “김복동 할머니는 두 살 위이고 한 쪽 눈이 안 보인다”며 “그런데도 할머니를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며 고생시켰다. 그렇게 이용해 먹고도 뻔뻔하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리는데 그것은 가짜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용수 할머니는 “정대협에서 위안부를 이용한 것은 도저히 용서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일본은 우리에게 사죄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한일 양국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역사 바로 세우기의 정신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는 ‘정신대’라는 표현에 대해 “90년대 초 활동을 시작할 당시 피해 실상이 알려지지 않아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던 용어를 사용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성노예‘ 표현에 대해서도 “위안부 피해 실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개념으로 국제사회에서 정립된 것”이라며 “자유를 박탈당한 채 성적 착취를 받은 피해자를 의미하는 것일 뿐, 피해자를 매도하기 위한 용어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위안부 할머니 이름으로 기부받은 돈을 할머니를 위해 사용하지 않는다”며 정대협 정의기억연대 해체를 말한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으로 인해 단체 운영에 있어 도덕성에 타격을 받았다.

위안부 논란을 통해 그동안 논쟁이 되었던 두 가지를 되묻고 싶다. 먼저, 용어문제다. 1991년 위안부 문제가 터졌을 때 언론이나 국민은 위안부와 정신대를 혼동했으며, 위안부 문제를 주도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위안부와 여자정신근로대와의 혼동했다. 이번 논란을 통해 용어문제는 정립된 것 같다. 다른 문제는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배상문제이다. 그동안 일본은 1965년 대일청구권으로 위안부 문제가 종식되었다고 주장했으나 미야자와 기이치 수상의 우리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 고노담화, 1995년 무라야마 담화,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 조성, 2016년 화해치유재단을 설립을 통해 조금씩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왔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2018년 화해치유재단 해산 결정을 내려 안따깝다.

소녀상을 건립한 목적은 전쟁에 대한 반성과 희생된 소녀들에 대한 애도와 치유, 항구적인 평화에 대한 열망이 아닐까한다. 이번 논란을 통해 그동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한 것이 훼손된 것 같다. 따라서 시민단체도 책임성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도덕성의 기준을 높여야 할 것 같다. 이 어려운 국면을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집단지성의 힘을 믿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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