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오 頓悟
돈오 頓悟
  • 승인 2020.05.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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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있어야 자라는 줄콩

매일같이 보고 있지만

자라는 모습은 볼 수 없다.

오를 줄이 모자라면

하다못해 잡초라도 잡고 오른다.

키 작은 자리공도 성에 찰 리 없다.

그 필사의 몸짓을 따라가 보니

이놈들이 모두 오른쪽으로

감아 오른다.

하! 이놈들 우파군.

칡넝쿨은 몸집만큼이나

욕망도 강렬하다.

소나무쯤은 꺽정이

아이 손목 비틀 듯 올라간다.

콘크리트 전봇대는 턱도 없다.

그 강렬한 몸짓을 따라가 보면,

같은 넝쿨이라

같은 족속인줄 알았는데

이놈들은 모두 왼쪽으로

감아 오른다.

하! 이놈들은 좌파군.

어느 날 문득

달은 향기 따라가 보았더니

우악스런 칡이 꽃을 피웠더군요.

가을 막바지에 줄콩을 보았더니

자신을 천배나 복제해 놓았더군요.

왼쪽과 오른쪽

혹은 붉거나 푸르거나

누구도 알지 못했답니다.

그 모든 게 하늘이 임하셨단 것을

◇김연창= 1964년 경북 상주 출생. 시인 및 생태운동가, 초암논술아카데미 대표역임. 경남 함양 녹색대학 교수역임. 낙동강문학 심사위원.

<해설> 모든 인간의 마음 안에는 하나의 원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원이 넓어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원이 좁아지는 사람이 있다. 그 원이 무한히 넓어질 때 신까지도 그 안에 들어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영적 대자유다.깨달음에는 상처가 없다. 내가 활짝 깨어 있는 상태로 한순간 만난다면, 나는 곧 모든 순간과 만나는 것이다. 하여, 원대한 꿈을 한켠에 지니고 그냥 매일매일 열심히 살아간다. 진실을 외면하는 태도나, 진실에 미치지 못한 얕은 소견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행동은 말보다 크게 말한다. 추상적인 선의 실현보다는 차라리 내 안팎에 산재한 구체적인 악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조화로운 삶이란, 자연 속에서 서로 돕고 기대며 자유로운 시간을 맘껏 누리며 저마다 좋은 것을 생산하고 창조하는 생활이다. 현대인들의 조화로운 삶은 물질문명의 편리성과 무한 욕망을 잠재우고, 정신적 공허함을 삶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참된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꿈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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