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지역회의를 앞두고
주민참여예산제 지역회의를 앞두고
  • 승인 2020.05.27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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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작년 6월, 대구시 139개 전 동에서 주민들이 모여 마을의 의제를 만드는 작업을 했었다. 139개 전 동에서 주민들이 각자 자신이 사는 마을의 의제를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마을 문제를 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적 활동을 경험하는 과정이 무사히 끝났다. 시작이 반인 것은 맞다.

대구시가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는 해마다 확대되고 진화돼 왔다. 주민참여예산제 유형은 시정참여형 사업과 지역참여형 사업, 그리고 읍면동지역회의로 구성되는 바, 전자의 두 개 사업은 공모가 끝났고 지역회의는 이제 시작을 앞두고 있다.

대구답다고 해야할까?

동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지역회의는 2016년 시범운영 이후 2017년 20개 동에서 시작해 3년만에 139개 전 동으로 확대됐다. 주민자치를 위해서는 자신이 사는 동네에 일에서부터 관심을 가지는, 공적인 활동을 경험하는 일이 중요하다. 권한은 사람을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마을에 주어진 예산을 어디에 쓸 것인지 함께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은 권한과 의무를 다하는, 주인이 되는 과정이다. 공모가 아니라 주민회의라는 논의과정을 거치는 것도 사업이 갖는 의의다.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마을의 퍼실리테이터를 활용하는 등 주민의 역량제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주민주도 생활자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39개 읍면동에서 3천여 명의 주민이 참여했다. 지역회의를 거쳐 총 1천116개의 의제를 신청했으며 동별 평균 8개의 의제가 도출됐다. 신청자의 성별현황을 보면 여성이 68.3%로 비중이 높다. 이는 ‘예산에도 성(性)이 있다’는 말로 대표되는 남성중심의 예산제도를 바꿀 수 있는 현장의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이다.

전년도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해보고자 하지만 코로나로 서로 만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마을에서 만나 함께 골목길을 돌아보며 현장을 확인하고 의제를 만들어내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과정의 일부로서 기한 내에 끝나야 하기에 비대면 회의를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과 비대면 화상회의를 쉽게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동행정은 긴급재난지원사업으로 한창 바쁜데 주민에게 홍보하고, 주민들을 모아서 화상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까? 3회로 진행되는 지역회의 중 2회는 대면으로 하고 1회는 화상회의로 진행할 예정이라니 화상회의가 꼭 필요한가 의문도 든다. 화상회의 진행을 위한 현장에서의 주민교육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지역회의 인지경로가 활동단체 추천과 담당 공무원이라는 조사 결과를 보면 주된 홍보수단으로 인식했던 게시판이나 현수막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민들의 참여가 기존 지역단체와 공무원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새로운 주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기에 마을에 다양한 소모임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여성가족재단, 참여연대 등에서 지원하고 있는 소모임 사업에 보다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민관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될 필요성이 있다. 행정은 칸막이가 있더라도 주민들의 활동은 통합적이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 활동이 주민자치 활동과 연계되고 주민자치활동이 지역사회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활동으로 연계돼야 한다.

사업에 대한 성과만족도도 높은데 특히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착, 지역활동에의 관심도 제고 등에 대해 만족하고 있다. 지역회의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높아 목표와 과정이 적절하다면 주민들의 지역사회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회의를 통한 지역사회의 공동체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주민대상의 교육과 홍보, 민주적인 회의진행, 다양한 분야의 의제 발굴, 의제 수용성 제고, 실행과정에의 주민참여 제도화, 사후 모니터링 등 강화해야 할 부문들이 있지만 지역회의는 주민참여와 공론화를 통한 마을변화의 주역이라는 점에서 지자체는 지역회의에 보다 관심가질 일이다.

이왕 139개 전 읍면동으로 확대실시하고, 중앙정부로부터 수상까지 했으니 대구시와 각 구군은 지역회의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자. 이만큼 효과적인 주민참여제도는 아직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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