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엄띄엄 교정 들어서며 반가운 인사…설렘·긴장 교차
띄엄띄엄 교정 들어서며 반가운 인사…설렘·긴장 교차
  • 김수정
  • 승인 2020.05.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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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등교개학 첫날 현장 스케치
칸막이속점심시간
칸막이 속 점심식사 시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1∼2학년, 유치원생들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2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동도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투명비닐막이 부착된 칸막이를 책상에 두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잘 다녀올 수 있지? 씩씩하게, 옳지 파이팅!”

교육 당국이 전국의 2차 등교 개학을 시작한 가운데, 방역 긴장감 속에서도 학생들은 3달여 만의 등교에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수성구 동천초]
학부모들 걱정 안고 자녀 뒷모습 지켜봐
화장실 갈 때도 보행 스티커 밟고 거리
‘접촉 우려’ 이번주까지 가정서 점심식사

27일 오전 9시께 대구 수성구 동천초등학교 교문 앞은 초등생 새내기 자녀와 부모들로 북적였다. 체온을 잰 후 하나둘씩 교문으로 들어서는 학생들을 향해 각 담임 선생님들은 “보고 싶었다”, “잘 지냈냐”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초등생들의 얼굴에는 첫 등교에 대한 설렘과 어색함이 함께 묻어났다. 동천초 2학년생 양여원(9)양은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니 너무 좋다”고 등교 소감을 전했다.

자녀와 교사가 각 반 교실로 올라가기 전까지 대부분의 부모들은 교문 앞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먼발치서 자녀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는 부모도 있었고, 다른 학부모와 지난 가정 돌봄에 대한 회포를 나누는 사람도 있었다. 자녀에게 마스크 착용을 수차례 당부하는 부모도 눈에 띄었다.

자녀의 등교를 반기는 한편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는 사람도 많았다.

1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 이유민(여·41)씨는 “원격 수업으로 지쳤던 아이가 밝게 (교문에) 들어서는 것을 보니까 기분이 좋다”면서도 “학교 측이 청결에 잘 신경 써줄 것이라 믿지만 아직까지 급식 등 부분에서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첫 등교 개학을 맞아 교내 방역에 긴장을 곤두세운 모습이었다. 건물 1층마다 열화상 카메라가 놓였고 학생들은 교실로 들어서기 전 필수로 손 소독제를 사용해야 했다. 복도 바닥에는 1m 보행 스티커를 붙여 초등생들이 화장실을 갈 때에도 일정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유도했다. 교사들은 일부 모여있는 초등생이 보일 때마다 “간격 띄워서 잘 따라오세요. 너무 붙으면 안 돼요”라며 주의를 줬다. 4부제에 따라 한 반은 4~7명의 학생들로 구성됐다. 접촉 우려로 점심 식사는 이주까지 각 가정에서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날 동천초에는 등교 정원 132명의 학생 중 105명이 출석했다. 나머지 20여 명의 학생은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으로 원격수업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숙 동천초등학교 교장은 “등교 개학으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어 설레면서도 한편으론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도 있다”며 “아이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직원들이 노력하는 만큼, 부모와 학생들도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범어동 동도중]
학급당 등교·원격수업 2개 그룹 나눠
지그재그 형태의 지정된 좌석에 앉아
점심 급식 대신 간편식으로 조용히 혼밥


같은 시각 대구 수성구 범어동의 동도중학교의 등굣길. 학생들은 교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2m 거리두기’를 지키며 줄을 서서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초입에선 열화상 카메라 두 대가 학생들을 반겼다. 학생들은 발열 체크 후 3학년 교실이 있는 3·4층으로 이동했다.

이 학교는 한 학급을 두 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받게 했다. 이에 따라 이날 등교한 3학년 학생은 190여 명으로 각자 지정된 좌석에 지그재그 형태로 앉았다.

오랜만의 등교에 3학년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등굣길 교정에는 “안녕하세요, 선생님”, “야, 니 몰라보겠다! 잘 있었어?” 등의 인사가 오갔다. 학생들은 90여 일 만의 등교에 설렌 표정이었다. 6반 이경민(16) 학생은 “되도록 더 빨리 등교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렇게라도 학교를 나오니 괜찮은 것 같다”며 “다른 반에 막 다니지를 못하니 친구를 한 명밖에 못 봐서 좀 아쉽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새로운 경험에 신기함을 나타내는 학생도 있었다. 1반 강준구(16) 학생은 “열화상 카메라 같은 것은 공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데 학교에서 겪으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했다.

강군은 학교의 방역 조치에 대해 안심과 아쉬움을 동시에 표했다. 강군은 “코로나19 때문에 두려움도 있지만 선생님들도 신경 써주시고, 학생들도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고 다니는 거 보니 안심이 된다”면서도 “다만 등굣길에 학생이 너무 많다 보니 거리두기 측면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고 언급했다.

이날 점심식사는 간편식을 이용한 교실 급식으로 진행돼 학생들과 교사는 칸막이가 있는 책상에서 조용히 식사했다. 김원식 교장은 “일단 향후 2주간은 이 방식으로 할 생각”이라며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논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등교 전 오성고 3학년 학생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이 알려져 한 학부모가 “아이 등교시켜야 하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학교 측은 향후 조치에 따라 학생들 안전에 유의하겠다며 학부모를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또 교내 방송을 통해 담임 교사들에게 “학부모 분들이 가정학습을 요구할 경우 언제든 수용하라”고 당부했다.

박용규·김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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