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대가리는 없다 - 도구를 사용하는 새들
새대가리는 없다 - 도구를 사용하는 새들
  • 승인 2020.05.2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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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새대가리’라는 말은 우둔한 사람을 새의 머리에 빗대어 놀림조로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앞으로 사라져야 할 듯합니다. ‘대가리’라는 말 자체에도 엄청난 비속함이 들어있어 입에 올리는 이의 인격을 짐작하게 하지만, 한편으로 새는 그처럼 어리석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들은 자기를 쫓는 상대방을 따돌리기 위해 거짓으로 다친 척하기도 하고, 적을 유인하기 위하여 반대쪽에서 울음소리를 내고는 얼른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또한 물속에 들어있는 먹이가 잘 보이지 않으면 날개를 펴서 햇빛을 가리기도 하고, 알이나 새끼가 너무 뜨거울까 봐 역시 날개로 가려주기도 합니다.

또한 칼제비는 진흙을 물어다 적이 들어오지 못하게 길게 집을 짓고, 열대지방 파랑새는 긴 자루 같은 둥지를 꾸미는데 자신만이 입구를 알아볼 수 있도록 배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수리부엉이는 바위가 없으면 흙을 파고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일본 홋카이도 지방의 까마귀는 껍질이 단단한 호두를 물어다 찻길에 놓아두고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호두가 깨어지면 속을 꺼내어 먹는 등 도구를 사용한다고도 합니다.

도구를 사용하는 새들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추진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아네트 파예트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영국 웨일스 지방과 아이슬란드에서 바다쇠오리가 부리로 나뭇가지를 물고 등과 가슴을 긁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새들이 도구를 이용하여 먹이를 구하는 모습은 많이 관찰되었으나 사냥 이외의 목적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경우는 이번에 처음이라는 것입니다.

연구진은 2014년 6월 영국 웨일스 지방의 스코머섬과 2018년 7월 아이슬란드에서 바다쇠오리가 부리로 나뭇가지를 물고 각각 등과 가슴을 긁는 모습을 확인하고 그 모습을 촬영하여 공개하였습니다. 연구진은 바다쇠오리가 나뭇가지로 몸에 붙은 벌레를 떨어뜨린다고 보았습니다. 실제로 바다쇠오리 서식처에는 진드기가 많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파예트 교수는 ‘바다쇠오리의 도구 사용이 단 두 차례만 관측됐지만 관측 지역이 1천700㎞나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 집단에 널리 퍼진 보편적인 행동이라고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 동안 이집트 대머리독수리는 돌을 물어다 타조 알을 깨 먹으며, 코카투 앵무새는 골판지를 뜯어 상자 안에 있는 먹이를 꺼내는 도구로 쓰는 것이 관찰되는 등 야생 조류가 먹이를 잡는 데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은 종종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섬에 사는 까마귀는 가느다란 가지를 나무에 난 구멍에 찔러 넣어 애벌레를 꺼내어 먹는다고 합니다. 2017년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은 이 까마귀가 애벌레를 더 쉽게 꺼내려고 나뭇가지를 휘어 고리로 만드는 모습까지 확인했다고 합니다.

새들은 심지어 복합 도구도 만들어 쓴다고 합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상자에 먹이를 넣어놓고 먹이에 닿기에는 짧은 막대들을 까마귀 앞에 놓아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까마귀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어놓고 이를 관찰하였습니다. 막대는 서로 끼울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그러자 8마리 중 4마리가 5분이 채 되지 않아 짧은 막대를 이어 상자 속 먹이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상임 교수는 ‘까마귀 중에서도 뉴칼레도니아섬에 사는 종이 유독 도구를 잘 쓰는 것은 나무 구멍에 있는 애벌레를 먹이로 하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사람의 눈에 지능이 낮아 보이는 야생동물이라도 환경 요인이 충분하면 도구를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한 바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아주 오래 된 말이 떠오릅니다. 새들은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모든 감각과 기능을 다 동원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하나도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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