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부부의 거리
스마트한 부부의 거리
  • 승인 2020.05.28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현숙
피어리결혼정보 대표
교육학 박사
오월은 어린이 날, 어버이 날, 부부의 날이 중심이 되는 가정의 달이다. 부부의 날에 어떤 분이 고층 아파트에서 남편의 출근길을 배웅하며 손을 흔드는 아내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중년부부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눈에 확 들어왔다. 펫친들의 아름다운 댓글이 줄을 이었다. 5월21일이라는 숫자의 의미가 둘(2)이 하나(1) 되는 의미로 여성가족부에서 건전한 가족문화와 가정의 해체방지를 위해 법정기념일로 정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다. 결혼이라는 제도 하에서 인내하고 극복해야 할 장벽을 넘어서지 못해 이혼을 선택하는 부부도 많다. 요즘은 졸혼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부부는 무촌이다. 이렇듯 가까운 사이임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한 것은 니체의 말 ‘부부생활은 길고 긴 대화같은 것이다’에서 보듯이 오랫동안 긴 대화를 나누려면 상대방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해야 한다.

어느 70대 노부부의 결혼생활을 소개할까 한다. 노부부는 맞선을 보고 중매결혼을 했다. 남편은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반면에 아내는 음악과 책을 좋아하는 감성적인 여성이었다. 두 사람은 취미나 성격이 너무 맞지 않아서 결혼을 결정하기까지 고민했다. 결혼을 하고나서 부부는 약속을 했다. 샤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을 떠올렸다. 결혼생활동안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구속하지 말고 자유를 갖자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사회적으로 위치가 있고 경제활동을 하는 분들이었다. 생활비나 일체의 모든 것을 공동 부담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재산도 공동명의로 하고 월급통장도 각자 관리 하는 게 흔한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부부가 독립채산제를 하는 게 특별한 일이었다. 부부는 깨지기 쉬운 유리알처럼 서로를 존중하며 배려했다. 세월이 흘렀고 부부도 늙었다. 뾰족해서 맞지 않던 부분들이 모서리가 점차 닳아지며 서로를 편안하게 껴안게 되었다. 스포츠맨이던 남편은 꽃을 좋아하는 낭만적인 사람으로 변했고, 운동이라고는 담을 쌓던 부인은 몸의 노화를 이겨내기 위해 남편과 운동을 같이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서로를 자기 기준으로 길들이려고 덤벼들었다면, 서로 얼마간의 거리를 두지 않았더라면 벌써 이혼했을 거라고 했다. 스마트한 부부의 거리를 일찌감치 실천한 성공 케이스였다.

노부부는 같이 수목원을 산책하고 음악회도 가고 가끔 골프여행도 떠난다. 퇴직한 남편이 주식에 투자하여 실패를 본 후 줄어든 통장 잔고에 풀죽어 할 때 부인은 오랜 직장생활 동안 따박따박 모아둔 큰 돈을 선뜻 남편에게 건넸다. 남편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부인이 ‘이제부터 생활비는 전액 내가 부담하겠노라’ 공표했다고 한다. 부부의 공동 재산일 수도 있지만, 그 주머니가 그 주머니일 수도 있겠지만, 참 재미나게 사는 부부라는 느낌이 들었다.

가까이서 보면 평행선으로 보이던 기찻길이 멀리 보면 끝은 하나로 보인다. 부부간에도 때로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 둘이 하나가 되듯이 결국에는 어깨를 꼭 안은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다. 설정스님의 인생법문 ‘어떻게 살 것인가’ 에 사랑을 지속시키는 다섯가지 방법이 있다.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서로 존경하며. 책임을 다하고, 배려하며, 끊임없이 ‘주기’를 하라. 사랑·희망·위로를 주면 불완전한 사랑도 마법같이 완전한 사랑으로 변하리라.

고층아파트에서 남편의 출근길을 바라보며 손을 흔드는 부부의 물리적 거리는 백미터도 넘을 테지만 마음의 거리는 단 일미터도 안되리라. 코로나19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몸은 멀지만 마음은 가까이. 2020년 5월은 적당한 부부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마음의 거리를 좁혀가는 평화로운 가정의 달이기를 희망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