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표 창작뮤지컬 ‘월명-달을 부른 노래’ 리뷰
경주 대표 창작뮤지컬 ‘월명-달을 부른 노래’ 리뷰
  • 황인옥
  • 승인 2020.05.28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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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에 ‘노래 서바이벌’ 결합
과거-현대 결합 ‘신의 한 수’
삼국유사 쓰인 이야기 토대
현대적 음악 스타일로 편곡
고대가곡부터 힙합까지 활용
‘노래에 의한 무대’라 할 만
신라 문화 쉽게 즐기기 좋아
뮤지컬-월명
뮤지컬 '월명-달을 부른 노래'

그 흔한 권선징악이나 쫄깃쫄깃한 러브스토리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는 뮤지컬의 새로운 정석을 제시하는 듯했다. 극 시작부터 커튼콜까지 객석은 미동도 하지 않고 무대로 빨려 들어갔다. 경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문화센터 문무홀에서 공연 중인 (재)정동극장(대표이사 김희철)이 만든 창작뮤지컬 ‘월명(月明)-달을 부른 노래’(우상욱 연출·이하 월명)은 통일신라 경덕왕 시절, 오랜 전란 끝에 삼국이 하나로 합쳐지고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뜨고 혼란한 상황에 내몰리면서 이 기괴한 현상을 물리치기 위해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선화공주가 사랑했던 서동이나 설화 속 기이한 인물 처용마저 조연으로 만들고도 커튼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

코로나 19로 온라인 공연이 휩쓸던 지난 26일 저녁,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천년고도 경주의 동쪽 끝에 위치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공연장 객석에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았다. 안내원의 코로나 19 시기 공연관람 지침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무대의 조명이 환해지고 전체 배우가 함께 입을 모아 노래를 시작했다. 첫 장면은 ‘월명’이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난다라고 말하는 프롤로그처럼 다가왔다. 스토리와 음악이 어우러지는 것이 뮤지컬의 정석이라고 하지만 ‘월명’은 유독 노래로 시작해 노래로 끝나는 뮤지컬이었다. 그야말로 ‘노래에 의한’, ‘노래을 위한’ 뮤지컬이었던 것.

뮤지컬 ‘월명’은 신라시대 일연에 의해 만들어진 노래 ‘향가’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두개의 해’에 대한 이야기를 기반으로 스토리가 구성된다. 삼국유사 속 스토리는 이렇다. 신라 경덕왕 10년(760년) 4월 초하루, 하늘에 두 개의 해가 나타나서 열흘 동안 없어지지 않았다. 왕명에 의해 승려이자 화랑인 월명사가 산화공양을 하면서 ‘도솔가’라는 노래를 지어 부르자 해 하나가 사라지고, 하늘에 다시 하나의 해만 남게 되었다.

뮤지컬 ‘월명’의 신의 한 수는 과거와 현대의 절묘한 결합이다. 천년도 훨씬 지난 삼국유사 속 이야기에 현대 대한민국의 가장 핫한 콘텐츠인 노래 서바이벌을 가미해 역사 속 배경이지만 과거 같지 않은 현대성을 입혔고, 그것이 관객으로 하여금 역사극이 빠질 수 있는 시대적 괴리감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도록 사다리 역할을 했다.

경덕왕은 두 개의 해가 뜨면서 산자와 죽은 자,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며 세상이 어지럽게 되자 ‘신라 향가 오디션’을 열어 하늘을 감동시킬 노래로 하나의 해를 물리치려 했다. 서바이벌 참가자들은 때로 경쟁하고, 때로 협력하며 역사에 남을 주옥같은 명곡을 만들어냈고, 마침내 하늘의 해괴한 현상을 물리치기에 이르렀다.

8명, 4개 팀이 오디션에서 부르는 뮤지컬 넘버와 결승에 진출한 2명의 참가자인 월명과 여옥이 부르는 넘버는 뮤지컬을 음악 중심으로 이끌었다. 뮤지컬 명 콤비인 오세혁 작사가와 다미로 작곡가가 고대가요, 힙합, 댄스, 발라드 패러디까지 다양한 형식의 현대적 뮤지컬 넘버로 재편곡한 음악들이 무대에 울려퍼졌다.

음악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은 역시 안무였다. 뮤지컬 안무가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이현정 안무가의 힙하고 화려한 안무가 더해졌다. 음악과 춤이 간결하게 압축한 스토리에 영혼을 불어넣으며, 보는 내내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신라’ 문화와 역사의 대중화를 위한 경주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찾아온 창작뮤지컬 ‘월명’은 11월 28일까지 열린다. 강다래, 김성일, 류찬열, 박진주, 서별이, 이수정, 이현석, 전영화, 한성, 김수영, 나승인, 박형석, 박현선, 안윤진, 이덕재, 이호준, 정호준, 황정현, 황하린이 열연한다. 전석 1만원. 예매 인터파크, 문의 054-740-3817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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