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흐의 시간
반고흐의 시간
  • 승인 2020.05.3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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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도 온통 당신의 것이다
빈센트 반 고흐 씨,
황동의 살갗을 파고드는
저 직립의 햇발 아래
풀어헤친 머리카락이 갈가마귀 같은
맨발의 여자들도 모두 당신 앞에 도열했다
내 오랜 그 때부터 예사로 넘길 수 없었던 빈센트 반 고흐 씨
당신의 캔버스는 되디된 크레파스를 뭉개는 사철의 용광로
사자나룻 같은 꽃잎을 늘어뜨린 해바라기와
밭두렁에 키 큰 옥수숫대가
말라비틀어진 수염을 달고 있는 걸 보았을 때 진작 알았어야 했다
내가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를, 그리고
시절이 무던히 깊었다는 것을.
고흐 씨 당신이 아니라면
아무리 삼복이라도 이렇게
가슴까지 끓어 넘치지는 않을 것이다
해마다 내 여름은 당신 때문에
아슬아슬 줄을 타듯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핏방울이 맺힌다

◇이향아=1938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1963년 경희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년도에 전주기술전문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1966년에 현대문학에 찻길, 가을은, 설경으로 등단을 하면서 시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기전여고 재직 당시부터 최명희를 가르쳤으며, 추후 작가로 키우고 돌봐주었다. 서울 서대문중학교(1972), 성동여자고등학교(1976), 영등포여자고등학교(1981) 교사로 교단에 섰다. 1983년에는 본교인 경희대학교로 돌아가 강사로 활동한 뒤에 1987년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설> 인간은 원하는 것들이 항상 두려움 저 너머에 있었지만,꿈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이루며 버티어왔다. 삶의 의미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 개개인을 살아가게 하는가. 우리는 어디서 위안과 행복을 구하고, 어디에서 영감과 활력을 얻는가. 사람들은, 세상에 갈등이 있음을 인정해야 했고, 그 다양함을 통하여 아름다워지는 것을 목도했다. 그래서 각자 다른 형편에서 최대한 자립하여, 자기 삶의 달고 쓴 맛을 살아가는 동안 깊게 누리기 위해 의욕을 북돋우며 살아왔다. 빅터 프랭클(Victor E. Frankl)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작품에서 인생의 세 가지 비극을 고통과 죄 그리고 죽음으로 규정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철학이 건전하다고 믿는 한, 삶이란 심지어 감옥 안에서도 바깥에 있는 사람들의 삶만큼이나 흥미로우며 가치로 울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삶이 고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삶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스스로 찾아내고 고통의 상황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사람들은 인생 의미를 발견하여 행복하게 살아갈 내면의 힘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은 주어진 상황에 내재해 있는 잠재적인 의미를 실현함으로써 행복할 이유를 찾는 존재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마술 같은 인생을 꿈꾼다. 사람은 정답으로 변하지 않고 감동으로 변한다. 괴물과 싸울 때는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매력적인 사람 보다 오래가는 사람이 좋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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