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햇살, 눈부신 풍경…‘빛의 예술가’ 이장우 개인전
싱그러운 햇살, 눈부신 풍경…‘빛의 예술가’ 이장우 개인전
  • 황인옥
  • 승인 2020.05.3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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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장미 소재 20여점
인상파 기법에 점묘법 적용
작가 관념 더해 신비감 부각
이장우작-오월의장미
이장우 작 ‘오월의 장미’

이장우 작가
꿈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발견한 한 줄기 빛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하다 불현 듯 나타난 숲이 이럴까 싶다. 보랏빛 숲이 주는 신비로움에 일순간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연초록 잎새와 싱그러운 자작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지만 빼곡한 나무들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작가 이장우(사진)가 그린 자작나무 숲 을 표현한 그림이다.

자작나무 숲이 꿈결 같다면 넝쿨장미를 그린 또 다른 작품은 찬란한 5월의 현실세계를 예찬했다. 아파트 담장을 따라 이어지는 붉은 장미 행렬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넋 놓고 따라갈 수도 있을 만큼 행복에 겨운 풍경이다. 작가 이장우의 풍경에는 이상과 현실이 뒤섞이고, 꿈과 희망이 교차한다. 최근 개막한 예술창고 갤러리(충북 영동군·읍 계산로 6길) 개인전에 자작나무와 장미를 소재로 풍경 작품 20여점을 걸었다.

이 작가는 일찍부터 빛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자연을 순간적으로 묘사하는 후기 인상파에 매료되어 빛의 예술가를 자처했다. 볕 좋은 날이면 풍경 좋은 심산유곡이나 꽃이 만발한 도심의 공원을 찾아 스케치를 하거나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미디어에서 이미지를 찾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는 방식은 핏기 없는 얼굴 같아서 선호하지 않는 대신, 오직 현장에서 만난 실경만 고집한다.

작가는 오직 현장에서 햇살과 자연과 조우하는 순간의 느낌을 온몸으로 호흡하고 탐닉한 후에 화폭으로 옮긴다. 풍경이지만 사실성과 관념을 뒤섞는 것. 빛을 이용해 인상파처럼 표현하되, 작가의 독창성을 한껏 개입시킨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신비로움’. 눈부신 햇살 아래서면 눈을 감게 되는데 그때 착시처럼 나타나는 신비로운 느낌을 표현한다. 작가는 바로 이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하루 중 가장 햇살이 찬란한 아침에 풍경 앞에 선다.

“찬란한 햇살에 비친 풍경은 눈이 부시며 신비롭기까지 하죠. 저는 그 신비로운 감상을 담아내려 해요.”

풍경이지만 현실 풍경보다 심상에 투사된 풍경을 그린다. 그가 빛을 만난 풍경에서 발견하는 감성은 신비로움이다. 작가는 신비로운 감성을 주로 보랏빛이나 빨간빛 등의 색으로 구현한다. 장미는 강렬한 붉은색을 아낌없이 쓰고, 자작나무 숲에는 보랏빛을 은은하게 드러낸다. 보라나 붉은 색은 색이 가지는 상징성을 차용하기 위한 선택이다.

“신비로움 속에는 희망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봐요. 저는 장미나 숲 속 풍경을 통해 희망을 전하려 합니다.” 작가는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뻗어가는 자작나무의 생육 방식에서도 ‘희망’을 발견한다.

소재는 작가의 내면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이때 어떤 그릇이어야 한다는 한계는 두지 않는다. 그는 지금까지 인물, 풍경, 꽃 등 다양한 소재들을 표현해왔다. 하지만 표현기법에 있어서는 통일감을 유지하려 애써왔다. 바로 점묘법(點描法)의 사용. 회화에서 화면을 색채의 작은 획이나 점으로 채워 멀리서 보면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을 말한다.

점묘법을 이용한 수많은 점의 중첩으로 꽃이 되고, 나무가 된다. 멀리서보면 풍경이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점이 만든 면들의 향연이다. 멀리선 본 아름다움이 근접해가면 존재의 근원과 만나게 되는 것. “점과 면이 모여 둥근 도자기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저는 도자기를 보여주기보다 도자기가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전시는 18일까지. 043-744-8623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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