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릿고개’ 빚내 버텼다
‘코로나 보릿고개’ 빚내 버텼다
  • 김주오
  • 승인 2020.05.3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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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월 기업·가계 신규 대출
작년 동기比 3.4배 늘어 75조
만기연장·상환유예도 35조
사태 장기화땐 연체율 ‘뇌관’
‘코로나19’ 사태로 기업(자영업자 포함)과 가계가 은행에서 75조원 이상의 대출을 새로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 증가규모(21조9천억원)와 비교하면 3.4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급격한 경기 위축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일단 은행 대출로 연명한 것이다.

31일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4월기간 기업과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신규 대출은 75조4천억원이었다. 1월말 877조5천억원이던 기업대출 잔액은 4월말 929조2천억원(51조7천억원 증가)이 됐고, 가계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892조원에서 915조7천억원(23조7천억원 증가)이 됐다.

지난 2~4월 은행권에서 대출이 가장 많았던 곳은 중소기업 대출이다. 29조9천억원이나 된다. 이중 16조8천억원(56.19%)이 자영업자 대출이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유동성 위기를 먼저 겪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같은기간 1조원 감소했던 대기업 대출도 21조7천억원이나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기업어음(CP) 시장이 경색되자 은행 문을 두드린 것이다.

가계는 23조7천억원을 은행에서 새로 대출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출 증가액 9조9천억원의 2.2배 수준이다. 다만 가계대출은 부동산 시장 급등과 12·16 대출 규제에 따른 영향, ‘코로나19’에 따른 급전 대출 수요 등이 섞여있다.

기업·가계대출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0.75%→0.50%)로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한동안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연체율이다. 대출이 큰 폭의 증가를 보인 가운데 지난 3월 은행권 연체율은 0.39%에 그쳤다. 3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표상으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한 달 이상 연체해야 통계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4~5월 통계부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위기 상황이 본격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주도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프로그램도 연체율 착시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원리금 상환이 유예되면 연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미 대출을 갚지 못해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신청한 건수는 16만9천건, 자금규모로는 34조9천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버티기 어려운 자영업자부터 무너지면서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다. 이는 돈을 빌려준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를 야기하고, 경제 시스템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경제전문가는 “원래도 가계부채가 많았는데 이번에 더 늘면 갚기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업을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끝나고 대출이 어려워지는 시기를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오기자 k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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