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행 인정하는데 기억은 안 나" 오거돈 '인지부조화' 주장
"추행 인정하는데 기억은 안 나" 오거돈 '인지부조화' 주장
  • 승인 2020.06.03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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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작량감경 기대하는 피의자 방어 논리"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2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오 전 시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오 전 시장 측은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말하지 않았던 '인지부조화'를 처음으로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인지부조화란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돼 양립할 수 없는 상태를 일컫는 심리학 용어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피해자 말이 다 맞고 성추행 범행은 인정하나 구체적인 범행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변호인은 "평생 성실하게 엘리트로 살아온 오 전 시장이 순간 무엇에 홀린 듯 그런 행동을 했고 이후 그런 행동이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와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변호했다.

오 전 시장의 이런 태도는 지난 4월 사퇴 기자회견부터 시작됐다.

오 전 시장은 "5분 정도 짧은 면담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고 이것이 해서는 안 될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경찰 피의자 조사 때는 추가 성추행 의혹을 묻는 말에 "그런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마치 남 일 말하듯 대답하기도 했다.

보통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피고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사례는 있지만 인지부조화를 주장하는 것은 드물다는 것이 법조계 전언이다.

오 전 시장의 인지부조화 주장은 범행의 우발성을 강조하기 위한 방어 논리라는 게 경찰과 법조계의 반응이다.

한 경찰관은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라 우발적인 순간의 실수였다는 것을 내세워 감형(작량감경)을 노린 것 아니겠느냐"며 "앞으로 재판에서 관련 진단서 등을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예전 형사 재판에서 뇌물을 받은 게 너무 명백한 데 아니라고 우기는 피고인이 있었다"며 "정말 이해가 안 됐는데 끝까지 아니라고 하면 그래도 일부 주변 사람은 조금이라도 믿어줄 것 같아서 그랬다는 이야기를 이후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오 시장도 아마 자신은 물론 주변 보기가 부끄럽다 보니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부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데도 현학적인 심리학 용어까지 내세워 범행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지방법원장 출신과 부산동부지청장 출신의 법원·검찰 전관 변호사를 포함한 4∼5명의 변호인단을 선임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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