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가 안 통하는 사회
팩트가 안 통하는 사회
  • 승인 2020.06.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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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민완기자라는 말을 들은 지도 오래다. 일을 딱 부러지게 처리하여 독자로부터 칭송받는 기자다. 요즘은 전문기자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중학시절, 탐정소설에 심취했을 때 사건의 현장에는 민완기자가 늘 있었다. 살인과 같은 큰 사건에는 탐정이나 경찰보다 기자의 끈질긴 노력과 활동이 두드러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주곤 했다. 소설 이야기처럼 실제로도 특종을 내는 민완기자들이 더러 있다.

기자는 워치독(watch dog)이다. 사회해악을 감시하는 정의의 파수꾼이다. 언론을 제4의 정부라고 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성을 뜻하는 의미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못 된다. 언론의 권위가 수용되는가의 관건 때문이다. PR은 정부와 국민과의 관계를 말하는데 변질되어 이제는 선전과 같은 의미로 마구 쓰인다. 정부기관은 정책과 업적을 선전하고 기업은 PR한다. PR이든 선전이든 국민들에게 정보제공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언론이다. 언론의 진실된 사명은 정부 또는 국민생활과 관련 있는 여러 사회체제에 대한 정보를 있는 그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일이다. 언론이 없다면 국민생활은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발전과 더불어 언론에도 많은 변화가 오고 있다. 고전적인 개념으로 언론은 신문이나 방송과 가깝지만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언론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신문사의 설립도 어렵지 않고 누구나 1인 방송을 하면서 언론인 행세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언론의 대폭적인 자유가 고무적일 수 있지만 언론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경우도 가끔 보게 된다. 특히 진영이념에 매달린 언론을 보면 우울해 진다.

나는 종이 신문 읽기를 좋아 한다. 매일 두세 종류의 신문을 몇 시간 정독한다. 기자의 땀이 묻어있고 문자가 올바르게 정리된 문장을 보면 기분이 좋다. 지금은 신문을 많이 읽지 않는 세태가 되었지만 신문이 옛 그대로의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고 박수를 치고 싶다. 사회의 다변화 내지 화학적 정치작용의 영향으로 언론이 제 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념과 실제는 늘 같을 수는 없지만 자유경쟁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영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자기실현을 위하여 언론인이 정치세계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언론이 좌·우, 진보와 보수의 문턱을 오르내리는 경우도 보게 된다. 팩트를 가짜뉴스라고 윽박지르는 저질 형 언론도 눈에 띈다. 어떤 경우든 언론은 국가사회를 견인하는 객관적 위치에 있다. 언론이 여러 형상의 정치적 굴레에 묶여 정치성향을 띈다면 이는 언론의 사명을 저버리는 일이며 언론의 간판으로 자기유익을 추구하는 경영집단과 다를 바 없다.

정치집단 특히 정부·여당은 여론을 만드는 언론에 늘 촉각을 세운다. 언론을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이런 틈새에서 정보의 팩트를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언론이 온 열정으로 내 놓은 정보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까지 이른다. 건전한 언론이 팩트를 말해도 상대적인 언론이 가짜뉴스를 퍼뜨려 사실을 뭉개 버리는 일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정치가 언론에 개입하게 되면 일이 더 복잡해지고 국민들은 판단의 혼란에 빠진다. 기자가 심도 있게 땀 흘려 취재한 기사가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를 건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언론사는 한 사건에 대해 왜 같은 내용의 기사와 방송을 계속하고 있을까. 팩트를 재확인하기 위함일 것이다.

많은 의혹을 안고서도 국회의원이 된 윤미향 의원의 기자회견에서 언론과 정치의 관계를 읽게 된다. 윤 의원은 작심하고 국민들이 갖고 있는 많은 의혹들을 변명하고 부인했다. 여러 언론들이 꾸준히 제시한 팩트를 사실이 아니라고 우겼다. 언론이 아무리 팩트를 말해도 부정하고 매도하는 세력이 준동하는 사회에서는 언론의 역할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여당 대표, 원내대표가 윤 의원의 기자회견을 보고 소명이 된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면 가재는 역시 게 편이다. 세간에서는 윤 의원 사건과 조국 전 장관과 관련된 사건의 진척상황이 닮은꼴이라는 말이 떠돈다. 믿을 구석이라곤 검찰 밖에 없는 것 같다. 비례대표의원들이 계속 말썽을 피우고 있다. 지역구에 비해 검증이 덜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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