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
미움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
  • 승인 2020.06.0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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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살면서 많은 희로애락의 순간이 우리를 찾아온다. 특히 그 감정의 물결 중 가장 파장이 크고 오래 우리 곁에 머무는 상황은 사람으로 인해 생길 때이다.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 네 가지의 감정 중 특히나 노여움, 분노는 우리 삶을 건조하게 만들게 되고, 나아가 우리 삶은 깨지게 된다. 그래서 어떤 감정보다 분노에 대한 감정을 잘 다스릴 필요가 있다.

몇 주 전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람과의 갈등이 있었다. 그 갈등이 나로 인하여 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그 사람과 부딪쳐야 했다. 처음에 그 일을 처리하면서 내게 찾아든 마음은 노여움, 즉 분노였다.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지?’라며 분노가 내 속에 자리를 잡고난 후부터는 모든 것이 감정적으로 흘러갔다. 시간이 약이라 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듯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각이 쌓여갈수록 분노는 점차 미움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현 상황을 머리에서는 ‘별 문제 아냐, 해결하면 돼.’라고 되뇌면서도 가슴에 자리한 미움의 감정은 ‘제대로 버릇을 고쳐주어야 해’라며 나를 감정의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었다. 신경이 아주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눈을 감으려 누워도, 좋아하는 산길을 걸어도 그 사람의 못된 버릇을 어떻게 고쳐줄까에 대한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한마디로 그 사람에 대한 미움으로 분노가 내 몸을 휘감고 있었다. 분노는 오래 지속될수록 좋지 못하다. 마치 그 모습은 뜨거운 불덩이를 상대에게 던지려고 맨손으로 불덩이를 들고 있는 모습과 같다. 그런 모습이 상대를 다치게 하려는 모습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나를 다치게 하는 모습이다. 왜냐하면 뜨거운 불덩이가 나의 맨손을 먼저 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내 몸을 상하게 하는 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나는 이성이 마비된 상태로 분노와 미움의 감정을 껴안고 있었던 것이다.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몸이 상하고, 내 삶이 망가져 가게 된다. 그런데 도무지 그 사람의 말과 행동 때문에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번뜩 떠오른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장자(莊子)의 ‘빈 배’ 이야기였다. 화가 날 때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를 장자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데, 잊고 있다가 다시 생각났다.

장자는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하루는 나룻배를 타고 강 위에서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며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런데 고요히 명상을 하고 있는 장자의 나룻배에 어떤 배가 와서 충돌을 한 것이다. 장자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명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지도 않고 함부로 자신의 배에 와서 부딪친 사람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이다. 명상을 멈추고 그 배의 운전자를 향해 화를 내려고 하다가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은 빈 배였기 때문이다. 순간 머리끝까지 차오르던 분노는 사라지고 헛웃음만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자는 깨달았다. 그 후 그날의 깨달음을 제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세상에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비어 있다면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아무도 나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내게 상처 입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이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나는 다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 미워했던 그 사람을 배에 태워두지 않고 배에서 빼내고 다시 상황만 바라보니 문제는 간단히 해결 되었다. 나아가 미움의 감정에서 벗어나 다시 평안을 찾을 수 있었다.

미움이 차오를 때 미움을 사라지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배에서 사람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빈 배만 남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감정이 사라지면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는 줄어들 것이고 빈 배라는 상황만 남게 되므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어 문제 해결도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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