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추진하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이 궁금하다
원격의료 추진하는 현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이 궁금하다
  • 승인 2020.06.07 21: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지금 정부는 출범 초기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이 한 명도 없게 하겠다!” 는 국민 안전이라는 국정 운영 철학을 가지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볼 수 있는 원자력 발전의 배를 갈랐다. 세계 1위의 기술력과 안정성을 자랑하였지만 국민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경제적 가치도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탈 원전이라는 것은 국방의 측면에서 보면 핵추진 항공모함 대신 안전을 위해 범선이나 돛단배로 갈아 탄 형국이다. 결국 국민 안전이라는 대명제 하에 대한민국의 원자력 발전은 그렇게 명을 달리하게 되었다.

지금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어떠한가?

안전성에 있어 전문가인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단적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원자력 산업 매출은 20조가 넘는 국가의 기반 산업이다. 하지만 원격의료는 원전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원전보다 훨씬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런대도 원격의료만이 4차 산업의 미래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실상을 알아보면 이러하다.

미국의 연간 경상 의료비는 2018년 기준 3조 4천억 달러 정도 된다. 하지만 미국의 원격의료 산업비는 26억 달러로 미국 경상 의료비의 0.076% 밖에 되지 않는다.

실제로 4차 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하는 의료비는 주로 제약이나 바이오테크놀로지 같은 원격의료와는 별개의 사업이고 향후 의료에 있어 인공지능 산업에서도 원격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원격의료가 더 절실하게 필요한 국가가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는 섬이 많아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고 미국의 경우는 워낙 면적이 넓고 의료비가 비싼 나라이므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코로나 사태로 봤을 때 유럽의 공공의료를 지향하는 나라는 우리가 더 이상 벤치마킹 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면적 대비 의사수가 세계 3위이며 전문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이다. 근거리에서 언제든지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지역적 편차로 인한 접근성의 불균형은 존재한다. 이는 정부가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이지 원격의료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일본의 원격의료는 의료계가 컨트롤 타워가 되어서 대면진료의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3년에서 10년에 걸쳐 장기적 시범사업을 통하여 원격의료를 조금씩 진행해 왔다. 당연히 전문성을 가진 의료계가 동참하게 되고 국민에게 필요한 사업을 진행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소수 고위 공무원들과 몇몇 기업만 배불리고 국민의 안정성을 위해하는 졸속 행정을 하려는 작태를 전문 직업인으로서 참고 있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는 정확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첫째 과연 원격 의료가 4차 산업으로서 미래의 먹거리이고 지금 당장 시행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어려워지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자료가 넘쳐난다.

둘째 과연 비대면 진료는 안전한가? 의사의 진료는 기본적으로 시진, 청진, 촉진, 타진을 기본으로 한다. 근데 촉진과 타진이 없이 진료를 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또한 만성질환자의 외래 방문 목적이 합병증 발생의 예방과 조기진단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가?

셋째 의사들에게 대면진료와 비대면 진료의 책임을 똑같이 지우는 것이 합당한가? 현재도 의료법 제34조 3항에 의해 원격의료를 시행하는 의사는 대면진료와 같은 책임을 지도록 규정되어 있다. 9명으로 축구 시합을 하고 승패를 책임지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정부는 최근 의료의 지역 불균형 해소 방안으로 의과대학 정원을 500명이상 늘리는 안을 내 놓았다.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 농촌 총각들의 결혼이 힘들다고 딸 많이 낳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나라의 의사 수 증가율은 2000년 대비 2013년 66.9%로 OECD 34개국 중에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로스쿨로 인한 변호사 수의 확대로 과연 국민에 대한 법률 서비스가 좋아졌는지 반문하고 싶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제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국정운영에 제대로 된 철학을 공유하며 올바른 정책을 세우고 시행하기 바란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