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탐색’ 도전정신 빛난 융합무대
‘본질 탐색’ 도전정신 빛난 융합무대
  • 황인옥
  • 승인 2020.06.08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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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창청춘극장’ 참여 신생그룹 ‘E ME’ 공연 리뷰
융합예술 관심 가진 3명 팀 결성
얼음·물·수증기 3개 형태 빗대
직접 작곡한 3개 곡에 주제 담아
공연 중간 그릇 퍼포먼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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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창청춘극장’ 참여 신생그룹 ‘E ME’ 공연모습.

해금연주자, 래퍼, 그래픽 디자이너의 조합에 반신반의했다. 한 팀으로 꾸리기에 장르간의 이질성이 너무 강해 낯설것이라는 선입견부터 가졌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그룹 ‘E ME’이 수창청춘맨숀에 마련된 무대에 서자 낯섦이 오히려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전자음악, 힙합, 국악,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며 공연에 속도가 붙자 기우가 환호로 변했다. 수창청춘맨숀이 청년예술가의 실험성을 주제로 기획한 취지에 정확히 부합했다.

무대에 진중함이 더해가면서 무언가 허전했다. 서사와 음악과 퍼포먼스가 점점 드라마틱해 져 가는 무대와 달리 객석이 텅 비었던 것. 이날 공연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관객 없이 진행했다.

수창청춘맨숀이 당초 3월에 예정됐다 코로나 19로 연기된 ‘수창청춘극장’을 온라인 비대면 공연으로 재개했다. 6월 한 달간 마술, 연주, 탭댄스 등 다양한 장르의 총 4개 공연을 영상에 담아 온라인에 업로드한다. 4개 공연 중 3개의 공연은 이미 촬영을 마쳤다. ‘수창청춘극장’은 매 분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청년예술가에게 공연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29일에 비대면 공연을 펼친 연주팀은 신생그룹 ‘E ME’이다. 해금 권이듬(본명 권예진), 그래픽디자인 유정은, 미디어아트·힙합 최경규 등 세 명의 20대 젊은 예술인들이 지난해 9월 한 아카데미에서 만나 서로의 분야에 관심을 가지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전격 팀을 결성하게 됐다.

이날 공연은 관객, 커튼콜, 진행자가 없는 3무(無) 공연으로 진행됐다. 비대면 공연에 힘이 빠질 법도 한데 신생 그룹 ‘E ME’는 상황적인 한계보다 그룹의 첫 공연에 거는 기대와 설레임이 더 큰 것 같았다. 촬영 시작 3시간 전에 연주회장을 찾아 연주와 퍼포먼스를 맞춰보고 기계를 점검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객석과 관객이 실시간으로 호흡하는 오프라인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에 담아내기 위해 완성도에 꽤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E ME’에게 이날 무대는 팀이나 연주자 개인 모두에게 도전이었다. 동양과 서양, 음악과 퍼포먼스가 어떻게 한 무대에서 조화를 이루며 공연의 주제를 심화할 것인지에 대한 역량이 집중됐다. 그러나 가장 큰 도전은 팀 전원이 연주할 음악을 세 파트로 나눠 각각 작곡자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작곡은 접해보지 못한 분야여서 두려움도 있었지만 우리팀의 정체성이 새로운 장르에 대해 도전하자는 쪽이어서 용기를 가지고 할 수 있었다. 서로가 곡의 주제에 대해 의논하고 작곡에도 조언을 해 주어 가능했다” (유정은)

‘E ME’의 이날 연주의 주제는 ‘존재의 본질’. 특히 ‘나란 무엇인가’에 집중됐다.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각자 개인이 갖는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탐색했다. “비수 또는 가시, 너의 비웃음과 가식에도 변한 것 하나 없는 난 ice. 아쉽게도”라고 첫 곡으로 노래한 최경규의 가사 속에 그들의 고민이 묻어났다.

이날 연주 작품의 제목은 ‘본질 : 0-4-100’. 인간의 본질을 물의 본질을 통해 찾아내려는 의도로 인간을 물에 대입했다. 물이 특정한 형태로 변화하는 3가지 온도를 3개의 곡으로 표현했다. ‘얼음의 시간 ‘0’(최경규 곡·0°C 얼음의 차가움, 외로움, 상처를 표현)’, ‘물의 시간 ‘4’(권예진 곡·4°C’ 물이 겪는 불안과 외로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수련을 표현)’, ‘수증기의 시간 ‘100’(유정은 곡·무게도, 형체도 없는 기체인 100°C수증기의 모습을 정형화 할 수 없는 ‘본질’에 빗대 표현)’ 등 3곡이다.

“각자 자기 음악적 색깔에 맞는 온도를 선택해 작곡했다. 해금과 힙합과 그래픽다자인까지 담아내야 해서 다른 분야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서로 각자 분야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도왔다.”(권이듬)

연주 도중에 펼쳐진 퍼포먼스는 음악을 이해하는 텍스트가 되었다. 물이 담겨진 투명 그릇을 들고 무대 앞에 마련된 빈 그릇에 담아 합치는 퍼포먼스는 환경과 경험이 다르지만 결국 물이라는 본질로 하나가 되는 주제의식을 정확히 짚었다.

“대면 공연이 아닌 촬영한 영상을 온라인으로 관람하는 비대면 공연이어서 촬영에 최적화된 퍼포먼스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대중적인 요소보다 우리다운 것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우리다운 실험적인 음악은 우리 그룹의 지향점이다.”(최경규)

한편 이들의 온라인 영상은 27일 오후 4시에 수창청춘맨숀 홈페이지, SNS, 유튜브를 통해 관람 안내 및 링크가 오픈되며, 해당 날짜에 공연이 업로드된 이후에는 다음 공연 오픈 전까지 일주일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53-252-257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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