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갤러리, 의사 출신 사진작가 류형우 첫 개인전 ‘길 위에서 길을 찾다’
호반갤러리, 의사 출신 사진작가 류형우 첫 개인전 ‘길 위에서 길을 찾다’
  • 황인옥
  • 승인 2020.06.09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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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술이 그러하듯 자연은 저를 치료했어요”
“카메라, 내게 새 세상 선사”
빛 자유자재로 사용 美 강조
풍광 담은 작품 50여점 소개
詩 함께 실은 사진집도 선봬
사진작가 류형우 작품
사진작가 류형우 작품.

류형우사진작가
"사진이 해방구"라며 "아름다운 자연풍경 사진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는 류형우 사진작가가 전시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의과대학을 진학하고 의사가 되기까지 힘든 과정을 견뎌야 한다. 막상 의사가 되고서도 누군가의 아픈 몸을 돌보는 일은 녹록치 않다. 보람이 큰 만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일도 많다. 의사이자 사진작가라는 이색적인 삶을 살아온 류형우도 그랬다. 의사로서의 삶은 때로는 보람되고, 때로는 힘이 들었다. 외로움이 밀려올 때쯤 카메라를 매고 길을 떠났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의사가 아닌 오롯한 사진작가였다.

류형우가 “사진은 내게는 해방구”라고 했다. “우연한 기회에 카메라가 생겼고, 카메라 뷰파인더로 본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제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죠.”

사진작가 류형우의 첫 개인전 ‘길 위에서 길을 찾다’전이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을 찍은지 어언 25년이지만 개인전은 처음이다. 전시에는 자연과의 동행을 표현한 50여점의 사진을 소개하고, 160여점의 자신 작품을 20여 편의 시와 함께 실은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선보인다.

류형우는 타인의 건강을 보살피며, 의사가 천직이라고 믿고 살았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육체와 정신은 기댈 곳이 없었다. 그럴 때면 자연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산을 오르고 하천을 걸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몸과 마음에 평화가 깃들었다. 긴 호흡으로 가슴 깊숙이 자연과 교감할 때, 지친 영혼에 새살이 돋았다. “늘 자연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자연은 내가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어머니 품과도 같았어요.”

자연 속으로 들어가면 또 다른 세상이 열렸다. 사계절 변화하는 자연이 눈과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쉬움은 카메라가 메워주었다. 카메라 뷰파인더 속으로 끌어들인 자연은 그야말로 황홀 무아지경이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자연보다 나의 가슴을 흔드는 피사체로서의 자연을 만나면 가슴이 뛰고 흥분이 됐어요. 특별한 노하우는 없었어요. 그저 제 마음을 따라 가는 것이죠.”

그는 걷기예찬론자다. 자연을 찾는 이유도 걷기 위한 목적이 크다. 특히 2년 전에 허리를 다치고 걷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더욱 걷기에 매달렸다. 걸으면서 수많은 상념들이 풍경처럼 스쳐갔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힐 때 쯤이면 폭풍우처럼 요동치던 가슴이 잔잔해졌다.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보면 그의 상념들이 지나온 발자욱마다 낙엽처럼 바스락거리며 뒹굴고 있었다. “제게 걷기는 성찰의 길이었어요.”

걸으면서 오고간 상념이나 자연을 보고 느낀 감성이 사진에 담겼다는 점에서 그의 사진들은 마음의 지도다. 자연풍경은 보이지 않는 마음을 드러내는 매염제이며, 사진은 그의 마음이 걸어간 흔적이다. 그가 “예술은 자기 표현”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 “예술은 인간이 느낀 감정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걸어서 허리를 치료하겠다”는 목적은 달성됐다. 국내를 섭렵하고 중국,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 세계 곳곳으로 걷기를 확장했다. 그의 발길이 점령한 영토가 넓어질수록 허리도 꼿꼿해졌다. 그의 사진들은 걸으면서 길어 올린 자연 풍경의 정수들이다.

그가 “걷기를 통한 자연회귀”를 언급했다. “걷다 보니 허리도 낫고, 마음도 자유로워 졌어요. 걷기는 자연회귀로 가는 출입구이며 그 끝에 치유가 기다리고 있지요.”

류형우가 추구하는 사진예술은 ‘아름다움’이다. 빛을 강조하거나 생략해서 드러난 아름다움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진 속 자연의 색상이 유난히 아름다운 것은 그러한 태도로부터 왔다. 그는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이 치유 받는다고 믿는다. 의술(醫術)로 사람을 치유했듯, 아름다운 예술(藝術)도 치유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

의사이자 파티마여성병원 원장으로 살며 누군가의 몸을 보살폈고, 수성문화원장과 예총 회장을 역임하고 사진작가로도 활동하며 세상의 정신적인 풍요를 위한 일에도 마음을 내었다. 이제 그에게는 의술과 예술은 하나의 줄기로 회통(會通)한다. “주중에는 의사로, 주말에는 사진작가로 살았어요. 두 세상을 동시에 살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았죠. 제가 사진으로 행복했듯, 내 사진들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가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털어내고 희망의 기운을 안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랬다. 전시는 14일까지. 053-651-50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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