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싹수 노란 통합당보다 새집을 지어라
홍준표, 싹수 노란 통합당보다 새집을 지어라
  • 승인 2020.06.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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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 전 계명대겸임교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미래통합당의 전신)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고, 대구에서 악전고투 끝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명색이 통합당이면서도 당내 자산인 홍대표의 복당에 미적대고 있는 연유가 무엇일까? 끼리끼리 적당히 먹고 살려고 하는데 “뭣 하러 ‘강자(强者)’를 불러들이느냐”는 심사인 것 같다. 100석이 넘는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이면서 자체 내에서 대표감 하나 못 구하여 김종인 외부 비대위원장을 모셔 올만큼 약골이 되어버린 통합당. 범 같은 홍대표가 부담스럽긴 하다. 그렇다고 정당의 목표인 정권창출을 외면하지 않고서야 자당의 전 대선후보까지 내동댕이칠 수 없지 않은가.

TK지역 국회의원이 더 가관이다. 같은 지역 내 전 대표가 당선되었다면 김종인 위원장 눈치 볼 것 없이 쌍수를 들고 맞이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더 굼뜨고, 눈치만 본다. 참으로 한심한 것은 큰 정치는 보여줄 게 없고, 지역에 사업 따온 것만 의정보고서에 담아 재탕, 삼탕 우려먹는다. 물론 지역사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나라일이다. 백성들은 경제침체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도탄에 빠져 있는데 국회의원 한 번 더 해먹는 데만 정신이 빠져서야 될 말인가. 이런 정신으로 자식 앞에서 금배지가 자랑스러울까? 오죽했으면 홍대표가 “좌파는 뻔뻔하고, 우파는 비겁하다”고 했을까. 결코 홍대표를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180석이 넘는 매머드 여권과 대적하려면 야권을 다 결집해도 역부족인데 공천 잘못으로 살아 돌아온 의원까지 고사시켜서야 되겠는가.

사실 홍대표를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것은 맞다. 북한 매체에서조차 ‘노루잠에 개꿈 같은 대선 욕’, ‘통합당 내 후배들은 한갓 거추장스러운 존재’라고 험담을 해댄다. 게다가 진보성향 언론에서는 아예 ‘막말의 화신’이라고 낙인을 찍어버린다. 홍대표는 방송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오면 고민에 빠진다고 했다. 말의 품격을 지키자니 위선이 들어가야 하고, 툭 터놓고 재미있게 말하자니 또 막말시비에 말릴 게 뻔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결국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인간 홍준표의 휴머니티가 느껴진다고 하는 이도 많다. 민주당의 김부겸의원은 ‘모래시계 검사’인 홍대표를 영입하려고 갖은 애를 썼으나 YS가 낚아채 갔다고 아쉬워했다. 또 김의원은 “갑질 하는 것에 본능적인 분노를 느끼는 사람”이고, “한 성질은 있지만 홍준표를 만든 힘은 기본적인 정의감”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홍대표의 복당은 어려울 것 같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선을 긋고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해서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서, 민주당 구원투수로, 이제 또 통합당 비대위원장. 잘못 되어봤자 책잡힐 일도 없다. 원래 진 빚이 없기 때문이다.

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이 되기 전에 “차기 대선후보는 40대 경제전문가여야 한다”고 해서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솔직히 좀 심했다. 이제 전권을 받았으니 칼날이 홍대표를 향할 것 같다. 홍대표도 이런 감을 잡았는지 달팽이의 더듬이 위에서 싸운다는 “‘와각지쟁(蝸角之爭)’을 벗어나 큰 흐름을 쫓겠다”며 주유천하에 나섰다. 역시 대선후보답다. 공자도 55세 때 세상에 자신의 철학을 펼치고자 주유천하에 나서지 않았는가.

세상을 건지려고 나선 홍대표 수레에 “싹수 노란 통합당을 떠나 새로운 집을 지어라”는 화두를 얹어본다. 통합당이 집권의지가 없고, 꼭 신라 말 경순왕이 고려 태조에게 사직을 넘겨주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의태자처럼 울 것인가? 확 털고 새집을 지을 것인가? 후자에 방점을 둔다면 지금 여건이 가장 좋다. 같은 처지에 놓인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의원과 뭉치면서 오세훈, 나경원, 심재철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낙선의원, 김재원, 김진태, 주광덕 전 의원 등과 이언주 같은 신진 인물을 대거 영입하고, 수도권, 호남권, 충청권 당협위원장을 끌어안는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다 안철수 신당, 자유공화당 등으로 외연을 넓힌다면 5공화국 초기 12대 총선에서 창당한지 불과 두 달도 안 된 신한민주당이 기존의 민한당을 제치고 대승을 거둔 기적이 재현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방선거와 대선이 맞물려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새집을 짓고, 젊고 참신한 인물로 채운다면 다 낡은 집에 페인트칠을 한 정당에 견줄 수 있으랴.

하지만 성공의 열쇠는 홍대표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공자가 주유천하에서 출중한 학자를 길러 인문학의 꽃을 피운 것처럼 이번 홍대표의 주유가 훌륭한 인재의 발굴과 국민의 여망을 담아낸다면 성공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미·중 경제전쟁, 코로나 팬데믹 등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은 작은 것에 티내지 않는 군자불기(君子不器)가 아닐까? 싫증나는 야당에서 사랑하는 야당으로 복원하는 요체가 정의와 진실이다.

이제 홍대표가 자중자애하며 품격 있는 언어와 어휘를 구사하는 일만 남았다. 정의롭고 진실함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이 “아니”라면 ‘아니’라는 큰 귀도 필요하다. 홍준표의 수레가 가볍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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