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감동·색다른 재미…실황공연 못잖았다
생생한 감동·색다른 재미…실황공연 못잖았다
  • 황인옥
  • 승인 2020.06.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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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향 비대면 공연 리뷰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유튜브 생중계 모습.

대구시향유튜브중계석모습
대구시향 유튜브 중계석 모습.

마스크 낀 연주회 진풍경 연출
러닝타임 85분간 5600명 관전
다각도에 설치된 7대의 카메라
단원 세세한 표정·몸짓 담아내
온라인공연만의 장점 도드라져
인터넷 용량 증설로 끊김 방지

대구시립교향악단을 향한 대구시민들의 무한 애정은 코로나 19도 막지 못했다. 지난 5일 열린 대구시립교향악단(이하 대구시향) 유튜브 생중계 정기연주회에 관객이 폭발했다. 러닝타임 85분의 공연 시간에 총 5천682명, 실시간 최대 916명의 관객이 유튜브 연주회를 지켜봤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객석수가 1천284석임을 감안하면 비대면 랜선 공연으로서는 그야말로 대성공.

이날 관객들은 집이나 사무실, 카페 등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컴퓨터, 휴대전화, 태블릿 등의 랜선으로 편안하게 연주회를 관람하며 코로나 19로 중단되었던 공연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다. 유튜브로 공연을 관람한 주부인 이희숙 씨는 “코로나 19로 대구시향 연주회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는데 온라인으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반가웠다”고 했고, 회사원인 정일경 씨는 “공연장의 생생한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대신 편안하게 집에서 무료로 음악회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 신문화 만들며 랜선 공연의 정석 선보여

이날 공연의 전반부는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이 연주됐다. 당초 전반부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과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취소되었다. 대구시향은 오케스트라 단독 공연으로 구성을 바꿨고, 공연 후반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두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가 울려 퍼졌다.

지휘를 맡은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코로나 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전원 교향곡이 목가적인 분위기로 위로했다면, 신세계 교향곡에서 광활한 자연과 대도시의 활기찬 모습에서 받은 생생한 감동을 선율에 실어 희망찬 미래를 열었다”며 곡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유튜브를 통한 비대면 생중계 공연은 대면 공연과는 또 다른 신문화를 낳았다. 첫째는 공연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 연주회가 열린 그랜드홀에 총 7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음악 소리는 물론이고 단원들의 몸짓 하나, 얼굴의 미세한 떨림까지 담아냈다. 다양한 위치에서 잡은 영상들은 무대 위 장면을 대면 공연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또 다른 신문화는 마스크 착용. 코로나 19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마스크를 착용한 연주회라는 진풍경을 낳았다. 이날 무대 위 단원들은 공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연주를 펼쳤고, 악기 특성상 마스크 착용이 불가한 관악기 파트는 투명 아크릴 가림막을 설치해 현악기 파트로 비말이 튀는 것을 방지하며 만전을 기했다. 안전과 연주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대구시향측의 각오가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연주하는 상황이 연주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대구시향의 정성욱 단원은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연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체온이 상승하고 호흡이 가빠질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여 있는 상황이라 마스크 착용은 피할 수 없는 일이고, 앞으로도 합주나 공연 때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현실은 답답하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된 세상이 오기를 염원했다.

◇ 응집된 연주력과 치밀한 계획이 성공요인

대구시향 비대면 공연은 애초에 우려했던 것보다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큰 성공요인은 역시 연주력. 무대 위 단원들의 마스크를 착용한 얼굴에는 비장함이 넘쳤고, 연주는 대면 공연 때보다 집중도가 높았다. 대구시향측은 “코로나 19로 3개월 만에 단원들이 합을 이뤄 화음과 악기 간 균형을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연습이 진행됨에 따라 이내 기량을 회복했다”고 전했다.

치밀한 계획과 실행력도 빠트릴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먼저 7대의 카메라의 위력이 빛을 발했다. 다양한 방향에서 무대 위 상황을 전방위적으로 담아, 비대면이 놓칠 수 있는 현장감을 생생하게 붙잡았다.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랜선 공연이 활기를 띄고 있지만 고품격 영상 제공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시향은 이 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7대의 카메라는 결과적으로 고품격 영상을 담아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 원활하게 전송하기 위해 ‘공연 당일 인터넷 용량 긴급 증설’이라는 과감한 조치도 감상의 만족도를 높였다. 덕분에 이날 유튜브 생중계는 영상 끊김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또한 인터미션 시간에는 정지 화면을 내보내는 대신 단원들의 인터뷰 등의 특별 영상을 제작해 방송하며 시청자 이탈을 막았다.

적극적인 홍보도 빠트릴 수 없다. 대구시향 홍보팀은 1개월 전부터 언론사 보도자료 배포, 라디오 방송, 대구콘서트하우스 홈페이지, 대구시립교향악단 SNS와 블로그, 대구시청 달구벌 미소 문자 및 대구음악협회 문자 발송 등 다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대구시향 관계자는 “쉽게 볼 수 있는 만큼 쉽게 그만 볼 수도 있는 유튜브 생중계인데, 전원 교향곡의 상쾌한 시작부터 신세계 교향곡의 화려한 피날레의 여운까지 함께 즐겨 주셨던 많은 분께 깊은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는 대구시립교향악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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