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봄비
  • 승인 2020.06.1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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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속에는 아파했던 것들

아프게 하면서 떠난 것들의 인기척이 있습니다

떨어져 마음에 멈추지 못하고 흐르는

아픈 발걸음들이

살아서 오는 밤입니다

저편에서 내 곁으로 건너오는

저 소리에게

마음 깊이 묻어둔 말을 꺼내고 싶었습니다

부디 아프지 잘 살아내라!

부디 내 곁에 올 때에

맑은 눈을 뜨고 천천히 걸음해오시라

인기척을 내는 저 것들 하나하나에

가지에 나오는 새잎에게

꽃을 피우고

잎을 다 보내고도 세계는 아프지 마라

사랑 한다 마지막

모든 사라져 멀리 떠나간 발걸음들에게

오래 잊지 않으마

나는 이 말을 건네고 싶었다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우리는 날마다 살아있는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세상은 각각 다른 것들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곳이기에, 어느 곳에서 어떤 삶을 살든 항상 ‘양생의 도’를 생각해야 한다. 각자가 제도나 규칙적인 기예를 넘어 맑고 깨끗한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일어난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해석)이다. 누군가 또는 어떤 사건이 나를 좌절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좌절시킨다. 삶에서 가장 좋은 교훈은 보통 가장 어려운 시기에 얻는다. 사람은 한눈에 알 수 없고 더 접해보고 부딪쳐봐야 겨우 조금 안다. 삶은 더 살아봐야 하는 거고, 더 살아보면 다른 게 보일 수 있다.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우리들이다. 인생은 알 수 없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길이라, 덜 후회하고 살면 된다. 길을 걷긴 걸었는데 어딜까, 길 위에서 길을 잃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결국 길은 길로 이어졌다. 누구에게나 영원히 미완으로 남아 있는 그 한 문장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빛나는 허구가 아닌 신의 영역일 수도 있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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