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시론> 대북 응징, 서두르지 말자
<팔공시론> 대북 응징, 서두르지 말자
  • 승인 2010.05.2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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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로 논설위원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결론이다. 북한의 계획적이고 의도적인 공격이었다 한다. 희생자 가족들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 사이에서 단호한 응징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섣부른 대응은 지혜롭지 않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확실해질수록 우리의 대응 자세는 더욱 냉정하고 침착해야 한다. 즉각적이고 감정적 대응은 피해야 할 것이다.

어린 다윗이 조약돌 하나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일은 놀라운 사건이었다. 다윗은 어린 목동이었고 무기라고는 호주머니에 조약돌 몇 개뿐이었다. 반면에 골리앗은 갑옷을 갖추어 입고 거대한 칼과 창을 휘두르는 거인 중이 거인이었다. 객관적으로 상대가 되지 못하던 다윗이 골리앗을 싸워 이겼으니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당연했다.

골리앗을 이기면서 다윗은 이스라엘의 영웅이 되었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어린 다윗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 사건일 뿐이었다. 골리앗과의 싸움은 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극복해야할 역경의 시작이었다. 이 승리 때문에 다윗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맞게 되었다.

다윗이 싸워 극복해야할 대상은 바로 이스라엘 왕 사울이었다. 사울은 왕이 없던 이스라엘에 처음으로 세워진 왕이었다. 하늘이 세운 사울 왕조차도 골리앗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골리앗을 시골의 어린 목동이 조약돌 하나로 쓰러뜨렸으니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윗이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당연했다.

사울 왕은 다윗을 자신의 사위로 삼아 가까이 하고자 했다. 그러나 백성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다윗을 사울 왕이 시기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그를 죽이려고 하였다. 골리앗을 죽이며 영웅으로 등장한 다윗이 오히려 그 때문에 사울 왕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다윗은 사울왕의 위협을 피해 도망 다니게 되었다. 다윗은 쫓기는 가운데에서도 사울 왕을 죽일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러나 다윗은 스스로 사울 왕을 죽이지 않았다. 때를 기다린 것이다. 심지어 자신이 숨어 있는 동굴에 들어와서 잠을 자던 사울 왕을 가까이에서 보고서도 죽이지 않았다. 다만 옷자락만 잘라서 죽일 수도 있지만 살려두었다는 증거로 삼았다.

사울 왕이 동굴을 나간 뒤 그는 그 사실을 왕에게 알렸다. 사울 왕이 다윗의 진심을 이해하는 듯 눈물로 반성하였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고 다시 다윗을 잡아죽이려했다. 하지만 다윗은 끝내 자신의 손으로 그를 죽이지 않았다. 다윗을 잡으러 다니는 사이에 처 들어온 블레셋 사람들과의 전투에서 사울 왕은 사망하게 되었다. 악인의 종말은 언젠가 반드시 오는 법이다.

사울 왕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죽이지 않고 때를 기다린 결과 다윗은 왕의 자리를 얻게 되었다. 사울 왕을 따르던 사람들조차도 모두 다윗에게 복종하였다. 그는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이 되었다. 그가 골리앗과 싸워 승리한 것에 만족하여 왕이 되고자 했다면 얻을 수 없는 위대한 승리였다. 사울 왕의 죽음에 다윗은 어떠한 책임도 없었기에 화합과 번영의 왕국을 세웠던 것이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북한의 책임을 묻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당장의 분노 때문에 서둘러 보복 조치를 취하거나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 손으로 직접 악인을 응징하겠다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내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부른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들과의 국제적 공조와 체계적인 대응이 첫 번째이다.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 중국 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들의 협력도 이끌어내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이 우리의 대북 조치에 적극 협조할 가능성이 낮은 현실에서 성급한 대응책은 그들의 행보를 더욱 좁게 만들 수도 있다. 감정적 대응은 남북 갈등뿐만 아니라 남남 갈등도 한층 더 깊어지게 만들 것이다.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정치적 갈등이 국력의 낭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

천안함 사건은 김정일 정권이 내부적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닫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우리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동할 때를 기다려야겠다. 거인 골리앗을 죽이고서도 오만해지지 않고 사울의 핍박을 참으며 때를 기다렸던 다윗처럼 북한 정권의 변화를 지켜보며 기다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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