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우의 줌인아웃]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
[백정우의 줌인아웃]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영화
  • 백정우
  • 승인 2020.06.1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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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의 시간’은 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택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신작 ‘그레이하운드’가 애플 티비+에 팔려 극장 개봉 없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직행하게 되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극장개봉을 포기하고 VOD와 스트리밍 서비스 등 디지털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영화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 이후 한국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주목한 사례는 두 가지.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트롤: 월드투어’와 윤성현 감독 신작 ‘사냥의 시간’이다. ‘트롤: 월드투어’는 감염병 여파로 극장 개봉과 VOD 서비스를 동시에 실시했다. 서비스 개시 19일 만에 9,500만 불을 벌어들임으로써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사냥의 시간’도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드라마, 영화 등 영상을 제공하는 방식)서비스인 넷플릭스 공개를 택했다. 이 같은 사례는 ‘구독경제 전환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코로나로 시기가 앞당겨졌을 뿐, 변화의 조짐은 일찍부터 감지되었다. 비단 영화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코로나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베를린 필은 일찌감치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종 TV 예능에서도 방구석 콘서트를 선보였다.

1920년대 말, 레코드 산업은 미국 경제대공황과 라디오 전성기로 인해 폭삭 주저앉았다. 레코드 업계가 라디오를 적으로 삼은 건 자명한 일. 하지만, 1930년대 후반이 되자 라디오에서 얼마나 틀었는지에 따라 히트송이 결정되었고, 레코드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공생관계에 돌입한 것이다. 텔레비전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대 할리우드가 내놓은 해결책은 TV방송국에 영화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컬러영화 확대와 대형스크린으로 위기를 타계했다.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단기적으로 혼란을 일으키지만 장기적으론 또 다른 창조의 원천이 된다.

영화는 극장 관람을 전제로 만들어지는 매체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본다는 공통 체험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코로나는 영화의 근간마저 흔들어놓았다. 대전제의 해체도 머지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한국영화감독조합이 OTT서비스업체 웨이브와 손잡고 제작한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SF8>은 영화 제작·유통방식의 다변화를 꽤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코로나 이후 전통방식으로 회귀하려는 바람과 새로운 기준을 세워 변화를 촉구하는 창작자가 격돌하겠지만, 언제나 그랬듯 위기 속에서 해법을 찾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건, 위기 극복에 필요한 방법을 현장에서 찾을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의 위기마다 약자들의 희생은 불가피한 비용으로 계상되곤 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화산업은 지난해와 비교해 60~70%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관련 종사자 2만 명이 고용불안에 노출될 전망이다. 체질개선을 꾀하되 업계 종사자를 보호·육성하고 버티겠다는 업계의 다짐이 필요하다. 해법은 하나일 수 없으나, 하나의 대원칙이 있다면 사람을 지켜야한다는 것이다. 예술인과 단체에 대한 지원책이 쏟아지는 시점에서 시혜적 복지의 필요성만큼이나 운용의 묘, 즉 혜택이 현장 맨 아래까지 고루 전달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점검이 요구되는 건 이 때문이다. 바닥에서부터 느낄 수 있어야 진짜 희망이다. 아날로그든 디지털이든, 코로나 이전에도 이후에도 영화의 중심은 사람이다.

백정우ㆍ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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