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너츠' 한계 넘어 미지를 향해 ‘두둥실’
'에어로너츠' 한계 넘어 미지를 향해 ‘두둥실’
  • 배수경
  • 승인 2020.06.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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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트라우마 꺾고 떠나는
고도를 향한 녹록지 않은 모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그들이
열기구서 만나는 구름 위 세상
헬기 타고 아이맥스로 담아낸
광활한 하늘 경이로운 감동이
에어로너츠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남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는 사람과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 어떤 길을 걸어 갈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10일 개봉한 ‘에어로너츠’는 열기구를 타고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고도에까지 오른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세기 영국의 기상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제임스 글레이셔와 열기구 조종사 헨리 콕스웰의 도전을 그린 리처드 홈스의 소설 ‘하늘로의 추락’이 원작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영화 속 열기구 조종사는 헨리가 아닌 에밀리아라는 가상의 인물이 등장한다.(완전히 가상의 인물은 아니고 프랑스에서 열기구 조종사로 활약했던 소피 블랑샤르를 모델로 하고 있다.)

제임스(에디 레드메인)는 날씨를 예측하면 태풍과 홍수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왕립과학원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점성술’ 정도로 치부하며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다. 그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하늘로 오르고자 한다.

남편 피에르(뱅상 페레)와 함께 부부 열기구 조종사로 활동하던 에밀리아(펠리시티 존스)는 비행 중 일어난 남편의 사망사고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제임스의 설득으로 누구도 오르지 않은 고도를 향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 에밀리아.

그녀는 열기구 비행을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한다. 남편의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여전히 극복하지 못했지만 출발지점에서의 에밀리아는 화려한 쇼맨쉽을 보여준다. 그녀와 달리 제임스는 관측장비를 싣기 위해 열기구비행의 필수적인 방수복조차 빼놓는 무모함을 보인다. 완전히 다른 성향의 두사람이 열기구 아래 달린 바구니 속 작은 공간에서 벌이는 모험은 흥미롭다. 다른 듯 보이던 두 사람은 스펜서의 ‘나비의 운명’을 함께 읊으며 교감을 시작한다.

주연을 맡은 두 사람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과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전작 ‘사랑에 관한 모든 것’(2014)이후 다시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그들의 모험은 적란운을 만나 초반부터 죽을 고비를 넘기는 등 녹록지 않다.

그러나 광활한 하늘에 자그맣게 떠 있는 열기구 속에서 처음 만나는 구름 위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을 함께 따라가다보면 경이로움과 겸허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정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자칫 지루해질 수 있지만 그들의 과거사가 교차 편집되며 두 사람이 왜 그토록 하늘에 집착하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영화는 중반을 넘어가며 여성서사에 집중하는 최근의 시대적 흐름에 부응하는 전개를 보여준다. 열기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사람은 아멜리아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아멜리아가 1만미터가 넘는 상공에서 고군분투할 때 제임스는 저산소증으로 무기력하게 쓰러져 있을 뿐이다. 과학적 성취로 박수를 받는 사람은 제임스이지만 열기구 안과 밖에서 주도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사람은 아멜리아로 그려진다. 그들의 도전으로 공기에도 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또한 기상예측도 가능해졌다.

헬기를 타고 아이맥스 카메라로 담아낸 영상은 감동적이다. ‘아마존 스튜디오’가 제작해 지난해 OTT플랫폼인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이미 공개가 된 영화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보다 영화관에서 큰 화면으로 볼 때 그 감동이 극대화된다.

“바라보기만 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세상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변한다. 위를 쳐다 봐. 하늘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 순간도 누군가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는 도전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엔딩곡으로 흘러나오는 노르웨이의 가수 시그리드의 ‘홈 투 유’(Home to You)는 영화의 여운을 더해준다.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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