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국가채무 제동장치 필요한 6가지 이유
[이효수 경제칼럼] 국가채무 제동장치 필요한 6가지 이유
  • 승인 2020.06.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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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GDP 대비 국가채무를 나타내는 국가채무비율 또한 급등하고 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에서 2019년 37.1%, 2020년 본예산에서 39.8%로 이미 40%에 달하였고, 코로나 사태로 3차에 걸친 추경을 편성하면서 43.5%까지 치솟았다. 이것은 최근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가 단순히 코로나 사태만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재정운영 기조의 문제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야당 대표 시절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던 40%가 깨졌다‘라고 당시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가 재정전략회의에서 현재 2차 추경까지 포함한 국가채무비율 41%를 두고, ”우리 국가 재정이 OECD 국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건전한 편이고, 3차 추경까지 하더라도 OECD 평균 110%에 크게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국가채무비율 60%까지 문제가 없다“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시각이 야당 대표 시절과 지금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바뀌었는지는 문제 삼지 않는다 해도, 현재 국가채무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안이하고 위험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이런 주장은 한국 경제 특수성 및 기축통화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경제성장 및 인구 고령화 단계가 다른 선진국들과 단순 비교에서 비롯된 판단의 심각한 오류로 보인다. 만약 정부가 이런 기조로 국가채무를 겁 없이 늘려가면, 가까운 장래에 국가채무는 ’통제가능선‘을 넘어설 위험성이 매우 높다.

첫째 ”OECD 평균 110%에 비해 우리나라 채무비율이 크게 낮다“는 것은 심각한 평균의 오류로, 국민들이 과도한 국가채무의 위험성에 대해 잘못 판단하게 하는 위험천만한 이야기이다. OECD 평균이 110%에 달하는 것은 기축통화 발권국인 미국 및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과도한 국가채무와 경제 위기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든 스페인, 이태리, 그리스 등 남부 유럽 국가의 과도한 국가채무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앞으로 고령화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복지수준 등 사회안전망도 계속 확충해야 하므로 재정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령화율과 복지수준이 이미 높은 수준에 달한 유럽 국가들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둘째 현재 우리나라의 ’구조적 재정수지‘ 악화 속도가 그리스 다음으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이것은 한국의 재정수지 악화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특수 상황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악화되고 있고, 악화 속도가 현재 빚더미에 짓눌려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 다음으로 OECD 33개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구조적 재정수지는 경기변동에 따른 수입 및 지출의 자동 증감을 제외하고 구조적 관점에서 재정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이다.

셋째 재정지출 구조를 보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각종 현금복지 확대, 세금 알바 등 포퓰리즘 재정지출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포퓰리즘 중심의 재정지출은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국민을 포퓰리즘 중독에 빠뜨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다. 국민이 포퓰리즘에 중독되면, 선거는 포퓰리즘 경쟁으로 흐르고 포퓰리즘 정권이 계속 집권하게 된다. 포퓰리즘 중독에 빠지면 국가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빠지고, 국민은 빈곤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다른 하나는 구조조정 등 경제체질 개선 및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와 같은 ’생산적 지출‘을 해야 미래에 세수를 확보하여 국가부채를 축소할 수 있는데, ’소모성 지출‘에 집중하면 밑없는 독에 물 붓는 현상이 발생한다.

넷째 한국은 현재 저성장 함정과 인구 절벽에 직면하고 있어, 재정수입의 구조적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한번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지속적으로 악화될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효수 경세제민 (6)]과 [이효수 경세제민 (7)]을 보면, 한국경제는 현재 저성장 함정에 빠져 있다. [이효수 경세제민 (64)]에 의하면, 한국은 현재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인구 절벽에 직면하고 있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의 수요 및 공급의 동시적 감소에 의한 경제 및 국가의 급속한 쇠락을 피하기 어렵다. 저성장 함정과 인구 절벽으로 GDP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저절로 높아지게 된다.

다섯째 한국은 기축통화 발권국이 아니므로 과도한 국가채무는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외환위기를 불러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축통화는 달러, 엔화, 유로화처럼 국제 결제나 금융 결제에 사용되는 돈이다. 미국, 일본, 유럽은 국가채무가 높다고 하여 외환 부족을 불러올 위험성이 없다. 하지만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고,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부담이 증가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해외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잘못하면 외환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는 외화 유동성 위기로 IMF구제금융을 받은 경험이 있어 그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를 알고 있다.

여섯째 한국은 통일에 대비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독일 통일 사례를 보면, 통일에는 천문학적인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통일 직후인 1991년에 39%를 유지하던 국가채무비율이 통일 비용 지출과 저성장으로 2010년에는 82.3%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남북한 경제력 격차가 동서독 경제력 격자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크기 때문에 한국의 통일 비용은 독일의 통일 비용을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통일 직전인 1989년 서독 GDP는 동독의 9.7배, 1인당 GDP는 2.6배였지만, 2018년 남한 GDP는 북한의 53배이고, 1인당 GDP는 26배를 기록했다.

이것이 바로 국가채무가 ’통제가능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국가채무 제동장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독일도 국가채무비율이 계속 증가하자, 2011년에 독일 기본법에 ’국가채무 제한 조항‘ 일명 ’채무 브레이크‘를 신설해 국가채무를 통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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