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에 대해서는 보상보다 정당한 지불이 우선되어야
헌신에 대해서는 보상보다 정당한 지불이 우선되어야
  • 승인 2020.06.1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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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
계명대 동산병원교수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우리 역사 속 수차례의 국난 상황에서 관(官)이 우왕좌왕할 때 민간의 자발적 헌신은 수차례 빛을 발한 국난극복의 큰 축이었다, 임진왜란 때의 의병이 그러했고 6.25 사변 때의 학도병이 그러했다. 또한 현대사에서의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의 자발적인 헌신은 어김없었다. IMF경제위기 때는 아이의 돌반지까지 들고 나와 기부했고, 세월호 참사에서는 어린 영혼들을 위해 앞다투어 슬픔을 담은 성금을 보탰다. 정부의 무능함과 실정을 꾸짖기에 앞서 ‘나’를 바쳐 고난을 탈출하고자 한, 이런 자발적 헌신은 여러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 데에 큰 힘이 되었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기본적 토대가 되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이러한 저력은 충분히 발휘되었다. 의료진들은 미증유의 의료재난에 대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력을 다해 진료하였고 심지어 생활터전인 병원문을 닫고 대구로 향했다. 일반인들은 어떠한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수천원에서 수억원까지 사태 해결을 위해 기부하였고, 자원봉사의 긴 줄을 만들어냈다. 환자를 이송하기위해 민간 운수업체가 동원되어 공포와 위험을 무릅쓰고 임무를 완수했으며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사회의 안전을 위해 스스로 자가격리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봉사라기보다는 헌신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최근 코로나사태의 안정과 함께 우리는 ‘여러 상황들에 대해 정부는 적절히,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보상하겠다’ 는 다수의 언론 보도를 접하였다.

보상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끼친 손해를 갚음.’ ‘국가 또는 단체가 적법한 행위에 의하여 국민이나 주민에게 가한 재산상의 손실을 갚아 주기 위하여 제공하는 대상(代償).’ 이다. 민주화되고 투명해진 현대 사회는 개인의 손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고 따라서 ‘보상’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많이 사용되며, 개인 또한 ‘정당한 보상’을 이전보다 많이 요구하게 되었다.

최근 전세버스조합이 정부를 상태로 제기한 ‘민원’을 살펴보면, 해외입국자발 코로나19 감염이 늘어나던 3월 말 정부는 해외 입국감염자를 지역 격리시설에 수용하기 위해 2천여대의 전세버스를 인천공항에 대기시켰다. 물론 일반비용보다는 싼 운송비용이었지만 어떻든 합의를 마친 금액으로 진행되었는데 정부는 수개월 동안 운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비용 산정이 늦어지고 예비비 편성이 늦어진 것이 원인이라 한다. 헐값의 비용 자체도 위험을 무릅쓰고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적절한 태도는 아니지만, 어려운 경제상황과 당시 상황의 위급함을 생각한다면 현재 언급할 내용은 아니다. 전국민재난지원금 등의 집행조차 이뤄진 현시점에서 본다면, 운송비의 미지급은 헌신과 봉사에 대해 헤아리는 마음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당한 보상’이라는 말보다는 ‘정당한 지불’ 혹은 ‘정당한 계약의 이행’이 더 적절하고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시일이 지난 얘기지만 대구시의 코로나지원 의료진에 대한 수당 체불 건은 어떤가. 2주마다 지급하기로 약속한 근무 수당을 행정상의 문제로 연체 지불하여 신문지상에서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다. 이 역시 보상과 격려에 앞서 ‘정당한 계약의 이행’이 필요한 상황이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근무에 복귀하기 전 시행해야 하는 코로나19 검사비용에 대해 개인에게 부담하라고 하여 부당하다는 주장이 있었다. 의료진이 공익을 위해 코로나19 진료 현장에 나섰고 복귀 전에 사회적 안전을 위해 필수적으로 검사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 추후에 국가가 지불할 검사비용은 ‘보상’이 맞을 것이다. 국가 혹은 단체의 적법한 행위로 국민이 재산상의 손실을 입은 상황에서 이 손실을 갚아주는 것이 보상의 정의이므로.

올해 4월의 이천물류창고화재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물류창고 공사 업체 측의 계획서에 대해 화재 위험성을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개선하지 않고 강행하여 38명의 귀한 생명을 앗아간 어이없는 사고이다. 이 또한 시공사가 유가족들에게 ‘보상’을 하여야 하는 것이 맞다.

우리 사회의 헌신과 봉사는 보상을 담보로 행해진 것이 아니기에 이 자체로 빛나는 행위이다. 헌신에 대한 최대의 보상은 재난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가와 사회가 노력하는 것, 의료 재난이 재발상황에서 잘 갖춰진 체계적 시스템으로 최소한의 피해와 함께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국방 재난 역시 외교적, 범국가적 노력으로 재발을 방지하고 이와 더불어 재발시 최소한의 혼란으로 국가가 유지되고 지탱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묵묵히 행해진 수많은 헌신들이 가시적인 당장의 보상을 바라지 않고 행해지기에, 다수의 헌신은 어두운 무대 뒤에 밀어두고 전국민재난지원금 등의 화려함만을 무대에 올린다. 에어컨 없는 선별진료소에서 쓰러진 의료인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지만, 선별진료소에 기본적인 업무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정당한 지불’이나 기본적으로 해야 할 ‘계약의 이행’은 더욱 중요하다.

헌신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보상의 요구도 줄이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보상을 생각함과 동시에 당연히 지불해야할 것들을 우선적으로 고민하고 챙겨야 한다. 이는 이어지는 묵묵한 헌신을 북돋울 것이고, 국가가 시행하는 추가적 보상이 더욱 빛을 발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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