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송가
5월 송가
  • 승인 2020.06.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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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엽 조정찬

주말농장 쌈거리 뜯어
동네 사람 몇 불렀다
마스크 쓰고 쭈삣쭈삣
사회적 거리 참 싫다
달 바뀌는지도 모르고
아이들 학교 걱정한다
장미가 벌써 지던데요
밤꽃 냄새 짙으니까요
꽃 이야기로 말문 열려
소주 건배도 이어진다
꽁돈 써서 좋았다는 둥
앞으로가 문제라는 둥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
5월 가고 여름 올 때
코로나 좀 데려가고
돈이나 한 번 더 주라
실없는 소리에 웃었다

◇조정찬= 1955년 전남 보성군 출생. 서울법대 및 대학원졸업. 21회 행시합격. 법령정보원장역임. 저서:신헌법해설, 국민건강보험법, 북한법제개요(공저) 등.

<해설> 세상에 그냥 존재하는 것은 없다. 모든 생은 세상의 크고 작은 리듬과 그 물듦의 흔적이다. 코로나19에 대항해 마스크 쓰고 쭈삣쭈삣 하는 이 순간도 우리 시공간의 어느 한 좌표임에 틀림없다. 누구나 자신이 희구하는 세상과 만난다.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풍경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아침이 오는 것처럼 그 순간과 함께하기 때문에 우연이 아니라 믿는다. 우리 삶의 연원은 별이 사라지고 하늘도 없는 오지이기에, 갈구하는 것들은 늘 멀리 있었다. 그것의 주소는 저녁내 노을이 지는 곳, 지는 장미 울음이 흥건해지는 밤이다. 간혹 허기가 차오르면, 오지 않을 것들을 기다리며 텃밭에서 쌈거리 뜯어 먹고 잠을 청한다. 지금 그리운 건 풍경이나 추억도 아니요, 시간이나 거리도 아니다. 내게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 또 언제나 더 멀리 있어서, 아득히 멀수록 매순간 가까워지는 것들이다. 우리는 늘 목마름이 있어 새로이 침묵하는 법과 사는 것이 왜 늘 기적인지를 깨치며 살아왔다. 아득함은 내 삶의 연원이 닿는 가장 먼 거리, 오늘도 내가 떠나온 곳은 또 멀어 촉촉한 방향으로 눕는 하루이다. 그것은 사람 사이에 강이 흐르고, 별과 별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강이 흘러 떨림으로도 오고 빛깔로도 오는 것들이다. 예수와 부처도 필요하지 않고 교리와 믿음마저 거추장스러운, 오래전 인류가 처음 당도했던 세계가 있었다. 꿈도 꾸지 않게 된 인간들의 잃어버린 세계, 단 하나 잃어버린 우리들의 피안은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이 하나가 되는 시공간이다. 그곳은 유년의 꿈이 어른들의 일상이 되고, 어른들의 세계가 다시 아이들의 꿈으로 자라는 땅이다. 홀로 남은 무시간적인 흐름 속에서 머무를 수 없는 지나온 많은 순간들과 지금 이 순간 멀어지는 시간들은, 잊혀짐에 대한 저항과도 같이 간혹 별빛으로 오고 바람으로 온다. 문명의 속도가 아닌 처음으로 자기 속도대로 살아가면, 누구도 목적에 노예가 아니다. 예의 바른 바람과 탄산수 같은 햇살, 마음껏 어지르며 노니는 아이들, 배를 내놓고 잠든 냥이멍이, 부끄럼 없는 노년과 신성한 노동이 있는 하루가 펼쳐진다. 경쟁을 위해 신발 끈을 고쳐 매지 않아도 되고, 딱히 착하게 살 필요조차 사라진다. 관념에 헌신하지 않기에 죄가 되는 일이 없고, 너와 나의 구분을 두지 않아 내 것과 네 것의 경계가 무의미하다. 오늘도 내일도 자유롭게 사랑하며 두려움을 숭배하지 않아도 되는 아침이 선물처럼 밝아올 것이다. 사노라면 우리는 늘 어딘가에 닿는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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