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良心)에 따라
양심(良心)에 따라
  • 승인 2020.06.18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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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논단
박동규
대경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며칠 전 공주에 있는 마곡사에 갔다. 마곡사는 김구(金九) 주석이 독립운동 당시 인천의 감방에서 나와 갈 곳이 없어서 잠시 승려생활을 하던 사찰이기도 하다. 백범일지에는 ‘매화당(梅花堂)를 지나 소리쳐 흐르는 내 위에 걸린 긴 나무다리를 건너 심검당(尋劒堂)에 들어가니……’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얼마 후에 나는 놋칼을 든 사제 호덕삼(扈德三)을 따라 냇가에 나아가 쭈그리고 앉았다. 덕삼은 삭발 진언을 송알송알 부르더니 머리가 섬뜩하여 상투가 모래 위에 뚝 떨어진다. 이미 결심을 한 일이건마는 머리카락과 함께 눈물이 떨어짐을 금할 수 없었다. 법당에서는 종이 울렸다.……’

당시 김구 주석이 승려생활 하던 요사 채 마루 벽에는 김구 주석이 해방 후 73세에 직접 쓴 ‘양심건국(良心建國)’의 붓글씨가 붙어 있었다. 김구 주석은 해방이 되고 나서 양심에 따라 나라를 세우겠다는 염원을 세웠다. 그래서 ‘양심건국(良心建國)’의 붓글씨를 휘호로 썼다고 한다. 그 글씨를 보니 가슴이 뭉클하였다.

감옥에서 이름 김구(金龜)를 김구(金九)로 바꾸고, 호는 연하(蓮下)에서 백범(白凡)으로 바꾸었다. ‘이름자를 고친 것은 왜놈의 국적에서 이탈하는 뜻이오, 백범(白凡)이라 함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천하다는 백정과 무식한 범부까지 전부가 적어도 나만한 애국심을 가진 사람이 되게 하자 하는 내 원을 표하는 것이니.’라고 결심하고 염원을 세웠던 것이다.

헌법 제19조에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로 되어 있다. 또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헌법46조 2항),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헌법103조)’등이 나온다. 국회법에는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 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24조),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114조 2항)’가 나온다. 헌법과 국회법에는 ‘양심에 따라’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양심(良心)의 의미는 무엇일까? 헌법재판소에서는 ‘양심이란 어떠한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그렇게 행동하지 아니하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96헌가11)’로 정의를 내렸다.

양심(良心)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악을 판단하고 명령하는 도덕적 의식’이라고 해석되어 있다. 도덕이 강조되고 있다. 도덕 또한 양심을 포함한다고 한다. 양심과 도덕은 무엇이 우선일까?

두 말에 관계되는 선악을 증자(曾子)는 자신만이 아는 내면의 그윽한 일이지만 ‘열 눈이 보는 바이오. 열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 그 엄숙함이여!’라고 하였다. 또 후한의 양진은 선악을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내가 알고, 네가 안다.’고 하였다. 선악은 내면적이고 외면적인 요소를 함의하고 있다.

맹자는 양심(良心)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제 나라의 도읍인 임치에는 우산이라는 아름다운 산이 있었다. 사람들이 함부로 남벌하고 양과 소가 밤낮으로 뜯어먹어 그 산은 차츰 벌거숭이산이 되었다. 사람의 본성에도 양심이란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양심을 잃어버리는 일도, 우산에 있는 나무를 도끼로 찍어내고 짐승이 뜯어먹는 일과 같은 이치이다. 맹자는 양심(인성)을 도덕으로 보았다. 물론 본능적 욕구와는 구별하였다.

서양에서는 양심을 ‘함께 앎’이라 하였다. ‘자기와 함께, 다른 사람과 함께, 절대자와 함께’하면서 도덕에 적합한지를 알아가는 것이라 하였다.

필자는 집단생활을 하면서 ‘양심불량!’이라는 구호를 많이 외치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가끔은 제자들에게 ‘양심불량!’이라고 복창토록 시켰었다. 물론 시대가 그렇다하더라도 지금 생각해보니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한없이 부끄럽다.

요즘 국회의원들이 수행하는 일들이 시끄럽기만 할 뿐 제대로 못한다. 양심의 가책은 ‘남에게서 재판되어 지는 것, 내가 재판하는 것.’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진정으로 ‘양심에 따라’, 자기나 남의 잘못에 대하여 꾸짖고 책망을 하는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백범의 ‘양심건국(良心建國)’ 정신이 새삼스럽다. 양심은 자꾸 갈고 닦아야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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