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경영, 예술에 길을 묻다
[박명호 경영칼럼] 경영, 예술에 길을 묻다
  • 승인 2020.06.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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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아마도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일 것이다. 특히 개점휴업, 혹은 휴업과 폐업을 거듭하고 있는 공연예술계 사람들의 생계 문제는 정말로 심각하다. 마침 올해는 문체부가 정한 ‘2020연극의 해’인데 연극인들의 경제 사정은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의 이종승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도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하며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예술은 예술가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예술가들에게 예술 활동은 사명인 동시에 생업이다. 그러므로 예술가들도 일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기본적 권리를 누릴 권리와 자격이 있다. 이들이 경제적 곤경에서 하루 속히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한 예술의 실질적 수혜자인 국민들도 예술인들의 일과 사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기업 경영에서도 예술계의 노력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제품 디자인은 물론이고, 광고나 홍보, 기획 등 여러 분야에 예술 작품과 예술적 방식을 도입·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파악하고 충족시킬 수 없다. 예술 작품이 지닌 심미적, 감성적 요소를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려면 예술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디자인은 우리 삶을 매우 안전하고 풍요롭게 한다. 디자인은 미적 만족과 기능적 편리성을 더해서 제품 가치를 높이고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해왔다. 미술과 음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어떤 광고에도 음악과 미술이 배제된 경우는 없었다. 이처럼 기업 활동에서 예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요소가 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경제는 여전히 크게 다른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미 글로벌금융혁신연구원 김형태 원장은『예술과 경제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에서 이 두 분야가 같은 힘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라고 강조한다. 특히 위기의 경제에서는 예술가의 눈이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고난의 시대에 처절한 고뇌와 몸부림으로 획기적인 명작을 창조했던 예술 거장들로부터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어나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예술가들이 문제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던지는 기발한 질문과 경이로운 대답은 위기에 처한 경제와 기업경영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이것이 경영이 예술에 길을 물어야 하는 이유이다.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와 데이비드 매킨토시가 ‘예술가처럼 일하라’에서 제시한 ‘예술적 경영’이라는 접근법도 이러한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 그들은 ‘예술적 경영’이 미래의 근본적 비즈니스 개념이자 핵심적 관점이 될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제품과 서비스, 고객과 시장, 개발과 생산 및 소비과정은 물론이고, 나아가 조직의 관리와 운영방식 전반에 걸쳐 미학적, 정서적 차원을 적용하는 것을 뜻한다. 예술의 미학적이고 정서적인 풍요가 비즈니스의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통찰력과 조화를 이루면 엄청난 혜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즉, 탁월한 경영성과는 ‘경제적 논리’와 ‘예술적 흐름’을 조화롭게 활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예술적 경영’에는 네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첫째, 기업의 구성원들이 자신을 예술가로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자신만의 유일무이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고다. 둘째, 일을 ‘작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업무는 더 이상 과제가 아니다. 고객 행복을 위한 창조활동이다. 셋째, 고객을 경영의 파트너로 영입하는 것이다. 이로써 고객은 회사의 열렬한 후원자가 되어 공동 창조자로 참여하게 된다. 끝으로, 경쟁자를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다. 경쟁자가 지닌 역량과 고객에 대한 그들의 인식을 탐구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이켜 보아야 경쟁자들이 갖지 못한 자신만의 역량을 구축하게 된다.

사람들은 지극한 아름다움이나 경이로운 대상을 보면 ‘그것 참 예술이네’라며 극찬한다. ‘예술적 경영’은 그러한 아름다움과 의미, 놀람과 흥분, 즐거움을 추구한다. 그러려면 CEO를 비롯한 기업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예술분야를 폭 넓게 이해해야 한다. 예술세계를 보지 못하는 심(心)봉사가 되지 않도록 상상력, 정서, 예술적 지성, 그리고 경험 등과 같은 예술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는 업무에 바쁘다는 이유로, 먹고 사는 데 필수적 요소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러한 노력에 소홀했다. 사업(business)이란 ‘바쁜(busy)’과 ‘상태(ness)’의 결합어다. 그래서인지 사업가들은 늘 바쁘다. 바쁘다는 것은 부지런하다란 뜻도 된다. 그러나 ‘무엇을 위해’ 바쁘고 부지런한가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결정된다.

우리는 과연 무엇 때문에 그토록 바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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