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한국서단 큰 족적 남겨…유작 연구·전시 필요”
문화계 “한국서단 큰 족적 남겨…유작 연구·전시 필요”
  • 황인옥
  • 승인 2020.06.2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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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헌 김만호의 예술세계를 찾아서 (50) 영면 이후-9. 2019
타계 27년인 지난해 전시 개최
작품·연보 담긴 130면 서집 발간
지역민 문화 자긍심 고취 계기
작고작가기획전
2019 수성아트피아 작고작가 기획전 「心正筆正 소헌 김만호」展(2019.4.17~5.4.수성아트피아 전시실전관)에 전시된 소헌 선생의 유묵(遺墨) 작품들.

2019년은 소헌 김만호 선생의 서도 예술을 집대성하는 전시가 구립문화예술회관 주최로 열려 의미를 더한 한 해였다. (재)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는 지역미술의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역사와 함께한 대표적인 작고 작가를 발굴하는 특별기획전을 해마다 준비하여 마련해 왔다. 2019년에는 근·현대 한국 서예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소헌 김만호 선생을 조명하여 지역민의 문화향유와 전통예술의 역사를 소개함으로 문화적 자긍심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심정필정-소헌 김만호展

이 특별전은 ‘심정필정(心正筆正)’을 주제(主題)로 해서 소헌 선생의 대표작품 48점과 선생의 유품(遺品) 아카이브 전시를 3주간(2019.4.17~5.4)에 걸쳐 전시장 전관에서 전시하여 공개했다. 소헌 선생의 작품과 연보(年譜)가 게재된 서집(書集·130면)도 발간했다. 전시회를 주관한 수성아트피아 김형국 관장의 서집 발간사는 다음과 같다.

「심정필정 소헌 김만호 전을 개최하며...

… 소헌 선생은 현대 한국서단의 거목으로 예술적인 면은 물론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인 면까지 많은 업적을 남긴 분이지만 지금까지 지역에서 선생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유작의 전시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헌 선생의 슬하에 6형제를 두었는데 모두 사회 각분야와 예술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선생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소헌미술관을 설립해 작품의 유실 없이 보존되고 있다는 점은 참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 략>.

1981년에 한국 현대서예 10대 작가로 선정됐고 ‘한국 현대서예 대표작가 집성(12인)’에 작품이 수록될 정도로 소헌 선생은 한국 서예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기고 봉강서숙을 통해 수많은 제자를 지도함으로 지역 서예의 발전과 대중화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번 수성아트피아의 작고작가 기획전을 통해 소홀히 해 왔던 업적을 재 조명하고 선생의 뜻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장(場)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번 전시는 선생의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에서부터 대형의 작품까지 소헌서체의 행초서, 해서, 문인화 등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하였고, 선생의 손때가 묻은 유품의 아카이브 전시와 선생의 삶과 예술에 대한 강연 까지 다각도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래서 선생의 인품에서 나오는 힘찬 붓의 굵직한 선과 꾸미지 않은 순수한 조형미의 훌륭한 작품들이 보는 이의 가슴 속 깊게 남게 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후 략>. 2019.4.17. 수성아트피아관장 김형국」.

이 서집(書集)에는 아래와 같은 영남대학교 이완재 명예교수의 논평(論評)이 실려 있다.

「지성감신의 서도가 소헌 김만호 선생.

… 선생은 남들이 전(篆)·예(隸)·행(行)·초(草)의 다양하고 화려한 미(美)를 추구할 때 소헌 선생은 역입도출의 엄격한 원리에 입각해 해정(楷正)한 해서체(楷書體)에 침잠하여 여러 명필들의 해서를 차례로 임서하여 마스터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1966년 국전(제15회)에서는 여러 필의(筆意)와 필법(筆法)을 융회(融會)하여 자신의 체(體)로 제작한 작품 「흉중유서」로 당당히 특선의 영예를 가지게 되었다. 우리 서단에서는 선생을 독득(獨得)의 경계를 개척한 해서(楷書)의 달인(達人)이라고 칭찬이 자자하였다. 시류(時流)에 아랑곳없이 서도의 정도(正道)를 철저히 지켜 나가는 것, 이것이 소헌 선생의 서도가로서의 기본자세이다. <중 략>.

노경(老境)에 선생은 “글씨는 어리적해야 한다”는 말을 잘 하셨다. ‘어리적다’란 말은 ‘우둔(愚鈍)’이란 한자어의 우리말 표현 특히 경상도의 사투리이다. 사람들은 어리석은 것을 싫어하고 영리한 것을 좋아하며 둔한 것을 싫어하고 날카로운 것을 추구한다. 글씨에 있어서도 이러한 성향은 다름이 없다. 그런데 선생은 ‘글씨는 어리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가?

중국의 대 철인 노자(老子)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고 하였다. 즉 대단한 교묘함은 졸열함과 같다는 뜻이다. 교묘(巧妙)의 극단은 평범(平凡)과 통한다. 교묘를 추구하여 끝내 그 교묘를 버리지 못한다면 그 교묘는 최고의 경계가 되지 못한다. 최고의 교묘를 통과하여 평범으로 회귀할 때 그것이 바로 도(道)의 경계이다. ‘글씨는 어리적해야 한다’는 선생의 말씀, 이것이 바로 선생의 서도(書道)의 경계이다.

1992년 3월 5일 소헌 김만호 선생께서 돌아가셨다. 수많은 제자들이 삼베 두건과 삼베 띠를 허리에 두르고 상여를 뒤따랐다. 이른바 사복(嗣服), 스승을 잇기 위한 복(服)을 입은 것이다. 이것은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이 바로 사심없이 일생을 서도에 몸 바친 소헌 선생에 대한 고귀한 훈장이라 해야 할 것이다. 2019.4.17. 영남대 명예교수 이완재」

그리고 대구신문의 황인옥 기자는 문화면에 「심정필정-소헌김만호전」을 소개했다.

「타계 27년…서예계 거목 故 김만호 예술세계 첫 조명-.

붓글씨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기백과 힘이 넘친다. 뿐만 아니다. 어머니의 미소같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백미다. 소헌 김만호(1908~1992) 선생이 붓글씨로 쓴 중국 동진 시대의 시인인 도연명(陶淵明)의 사시(四詩)에서 음(陰)과 양(陽), 동(動)과 정(靜)의 균형이 팽팽하다. 분명 글씨인데 우뚝 ™“은 산세(山勢)와 굽이치는 강물이 풍경처럼 어른거린다. 소헌의 문인화 작품 ‘맹호출림(猛虎出林)’의 분위기는 붓글씨와 사뭇 다르다. 성근 대밭을 노니는 호랑이의 얼굴에서 파안대소(破顔大笑)가 터져 나온다. 호랑이 얼굴에서 정감과 익살이 넘쳐난다. 원숙한 경지로 일가를 이뤘던 67세(四時)와 71세(猛虎)에 쓰고 그린 두 작품에서 걸림없는 충만한 자유가 넘쳐난다. <중 략>.

수성아트피아가 작고작가 기획전으로 ‘심정필정, 소헌 김만호展’을 전관에서 열고 있다. 유작 50여점과 유품을 공개한다. 그동안 소개되지 않았던 대형작품과 소헌체의 행초서, 해서, 예전(隸篆), 문인화 등 다양한 작품과 그의 손때가 묻은 유품의 아카이브 전시도 함께한다. <하 략>. 황인옥기자」 (대구신문, 2019.4.22.)

전시회 기간 중 미술평론가 김영동은 매일신문 연재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에서 「소헌 김만호 선생의 글씨」 (2019.4.29)라는 제하(題下)로 칼럼을 기고했다.

「힘차고 넘실거리는 글자 앞, 웅혼함·고상의 기운 느껴져-.

…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서예 작품의 감상은 재료와 기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필요하다. 지·필·묵(紙·筆·墨)이 가진 특유의 물성과 서법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세대들이 운필(붓의 움직임)의 묘(妙)나 글자 자획의 구성에서 비롯되는 조화나 아름다움을 느끼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서예 작품의 훌륭한 감상자가 되는 길은 바로 직접 써보는 공부를 하는 것인데 시대상황이 키보드 타자(打字)시대로 너무 급속히 바뀌어 있다.

마침 수성아트피아에서 소헌 김만호 선생을 조명하는 전시를 열어 현대 서예계에서 드물게 일가(一家)를 이룬 대가의 작품을 만날 기회를 마련했다. 소헌 선생은 1960년대 국전을 통해 동시대 서도인으로서 해서(楷書)의 명가(名家)로 불렸다. 가장 바르면서 거기에 멋과 아름다움이 깃든 고상한 글씨체로 많은 이들을 감동케 했는데 선생의 서체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힘차게 우렁우렁 굵은 획으로 써 나간 큼지막한 글자 앞에서 느끼는 웅혼함, 넘실거리듯 이어지는 행서에서 우아하고 고상한 기운을 느낀다.

바른 마음에서 바른 글씨가 된다는 철학으로 서도에 정진한 선생의 가르침은 서예에서 격조를 강조할 때 결코 기예에 의한 조형미 만은 아니며 당연히 인격과 높은 정신세게를 의미한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서예는 문자를 바탕으로 하므로 글 뜻의 해석 폭도 넓고 글제로 선택한 시문의 내용에까지 이르면 자연 심오함으로 확장된다. <중 략>.

근대 이래 드물게 독자적인 서체로 일가(一家)를 이룬 소헌 선생은 대구의 지역 서단은 물론 한국 현대 서예계에 큰 위업을 남긴 대가(大家)로 한국 서예계의 가장 대표적인 한 분으로 평가받는다. <김영동, 미술평론가>」. (매일신문, 2019.4.29)

2019년 11월에는 소헌미술관 개관 5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렸다. 미술관 관장인 장경선의 서양화 개인전이다. 그는 소헌 선생의 며느리이다. 고희전이기도 한 생애 세 번째의 개인전이었다. 11월 11일에서 12월 15일까지 1개월 여간 전시되었다.

김영태 영남대 명예교수(공학박사,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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