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현지서 선장 양성 판정
러 당국, 한국에 사실 미통보
의심 증상 3명 신고도 안 해
방대본 “검역법 따라 조처”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선박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이들은 하선하지 않았지만 선박 안에서 국내 노동자 상당수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돼 2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러시아 국적 냉동 선박 아이스스트림호는 지난 21일 오전 부산 감천항에 정박했다. 이 선박에 있던 러시아 선원 21명 가운데 16명이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이스스트림호와 인접한 곳에 정박한 아이스크리스탈호에서도 선원 1명이 이날 추가로 확진됐다.
앞서 아이스스트림호에서 하선한 선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아 이번 집단 감염의 감염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국제보건규칙에 따라 한국 정부에 확진자가 발생한 사실을 통보해야 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해당 선박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 선원 3명이 있었지만 검역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입항 전부터 코로나19 의심 증상이라 할 수 있는 고열 환자가 3명이나 있었지만 제대로 신고되거나 밝혀지지 않았다”며 “추후 조사를 더 한 뒤 검역법에 따른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선박에 올라 하역 작업을 한 부산항운 노조원 포함 176명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격리됐다. 권 부본부장은 “두 선박이 인접해서 정박했고, 사다리를 통해 선원들이 서로 오간 것으로 파악돼 밀접 접촉자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이 추가 확진자 규모를 파악하는 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전략기획반장은 “현재 격리 중인 한국인들은 이제 접촉력이 이틀 차라 아직 잠복기 상태일 가능성이 커 양성 환자라도 음성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며 “우선 격리 조치 후 3~4일이 지난 뒤 검사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은 러시아 선원들은 부산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들을 치료할 병상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부산의료원은 500병상이 넘는 큰 규모의 병원인 데다 국가 지정 음압치료 병상과 중환자실도 있다”며 “현재 부산 지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많지 않아서 러시아 선원들을 입원 치료할 병상이 충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