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2일 동산병원으로 파견
종사자들, 두려움에 업무 기피
석면철거업체 설득 용역계약
병원 지원 요구땐 법령 면밀 검토
실무진과 회의 통해 공감대 형성
위기서 공무원으로 사명감 느껴
시민에 기본생활수칙 실천 당부
다시 市 본연의 업무로 돌아와
쟁점사항 제도개선 해 나갈 계획
지난 2월 18일 대구지역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급속히 늘어나는 확진자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 병상확보 문제였다.
이에 대구시는 병상확보에 전 행정력을 투입했다. 우선 지난 2월 21일 대구동산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했으며 동산병원이 ‘코로나19’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시에서 2월 22일 행정지원반을 파견했다.
파견 첫 날부터 기존환자를 신속히 전원조치 시키고,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철야작업을 해 다음날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상황속에서 대구시 행정지원반은 두려움 반, 걱정 반으로 첫발을 내디디며 100일 동안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의료진들이 환자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병원운영을 지원했다.
그 선봉에는 대구시 행정지원반 업무를 총괄했던 조동구 신기술심사과장이 있었다. 병원업무와는 전혀 낯선 부서인 신기술심사과장이 병원으로 파견간 사연과 병원에서의 생활에 대해 조동구 과장에게 직접 얘기를 들어 봤다.
- 2월 18일 첫 확진자 발생 후 나흘 뒤인 22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파견가게 된 배경과 ‘코로나19’ 최전선에서 근무하게 된 심정은 어땠나?
△ 첫 확진자 발생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일반적인 시정업무는 거의 마비가 될 정도였다. 시 전부서가 본연의 업무를 제쳐두고 ‘코로나19’ 대처에 올인 할 수 밖에 없었다. 대구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대구동산병원이 민간병원으로서는 최초로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됐으며 그와 동시에 우리 신기술심사과를 중심으로한 행정지원반이 꾸려져 동산병원에서 파견근무를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폐가 하얗게 돼 2~3일 만에 죽을 수도 있다는 기사가 나오는 등 극도의 공포감으로 주변에서는 파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병원 지원을 위해서는 대구시에서 하루빨리 파견을 가야할 상황이었기에, 저에게 파견 제안이 왔을 때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막상 병원으로 첫 출근 하는 날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내심 걱정을 하며 묵묵히 응원해 준 가족들이 있기에 자신감을 가지고 병원으로 향했으며 나를 믿고 따라준 동료 직원들이 있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잊고 첫 날부터 본격적인 ‘코로나19’와의 사투가 시작됐다.
- 대구동산병원 행정지원반은 병원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
△ 전담병원 운영에 대한 민관협업 추진, 환자 및 의료진 상황 관리, 의료인력 충원 및 물품 수급, 추가 병상 확보, 시(보건건강과)와 연계업무 추진 등 대구시와 대구동산병원이 한 몸이 돼 ‘코로나19’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행정지원업무를 수행했다.
하나 예를 들면 대구동산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자 병원의 기존 청소종사원, 조리사 등 병원종사자들이 감염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업무를 기피함으로써 업무의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환자 및 의료진 급식은 도시락으로 대체가 가능해 원만히 해결됐으나 격리병동 내 청소 문제가 대두됐다. 병실 내 생활쓰레기, 도시락, 의료폐기물 등 환자들에게서 발생되는 상당한 양의 폐기물이 배출되는 상황이었으나 청소종사원들의 격리병동 출입 기피로 처리가 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입원환자가 몰려오는 상황속에서 촌각을 다투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청소 업체 및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에 연락을 취해 보았었나 ‘코로나19’ 감염불안으로 격리병동 출입을 모두 거부했다. 업체 수배가 되지 않아 고민하던 중 레벨D보호구를 착용하는 유사 업종을 수소문한 끝에 석면철거업체를 발견하고 끈질기게 설득해 직접 용역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병실 내 폐기물 처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으며 환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후일담에 의하면, 석면철거업체 직원들의 가족들도 감염을 우려해 격리병동 내 출입을 결사반대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들었으나 다행히 감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업무에 투입될 수 있었다.
- ‘코로나19’ 사태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민간병원의 운영 지원업무를 맡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게 있었나?
△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대구동산병원에서 첫 근무를 시작하면서 접하는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병원 역시 갑자기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업무처리 등 미숙한 부분이 많았다. 우선 파견 초기에는 기본적인 병원 체계 파악 및 병원 직원과 소통을 하고자 노력했다. 의료진 상황실, 행정실 등과 현장소통하면서 점차 병원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 우리가 도와줄 부분이 어떤 것인지를 찾을 수가 있었다.
병원에서 전담병원 지정에 따른 지원사항 및 추가 병상 확보 승인 문제 등 해결 요청이 있을 때에는 의료법 및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법령을 면밀히 검토해 안내하고 문제를 해결해 줬다. 이런 과정에서 병원과 친숙하게 됐고 수시로 병원장과 실무진들과의 회의를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수 있었다.
- 100일간 병원에서 동고동락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 무엇보다 의료진이 고생하는 모습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거 같다.
추운 날씨에도 레벨D보호구를 입고 격리병동 근무를 마치고 나올 때에는 땀을 흘려 옷이 흠뻑 젖은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 숭고한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런 의료진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려고 노력했지만 의료진의 노고에 비해 혜택 및 대우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 거 같다.
그러나 한 가지 보람된 일이 있었다.
병원에서 자체 모집한 의료진에 대한 수당 지급 문제가 발생하자, 병원측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행정지원반에게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병원 자체 모집 의료진은 보건복지부의 파견의료진이 받는 혜택 및 수당을 지급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 보건건강과에 건의했으나 지자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답변을 받고,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처음에는 단호히 거절을 당했으나 포기하지 않고 3주간 지속적으로 연락해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득해 결국 파견의료진으로 소급 등록될 수 있었으며 혜택 및 수당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병원 관계자들이 정말로 고마워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뿌듯하다.
- 국가적 재난 및 위기 상황 속에서 공무원으로서의 역할 및 사명감이란 어떤 것 인가?
△ 1991년 신규임용 이후 공직생활 30년째다. 대구시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에는 시민을 위해 일한다는 사명감으로 자랑스럽게 일을 했다. 그리고 의욕이 넘쳐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초심이 잊혀져 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었다. 이번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이 들이닥쳤을 때 나도 모르게 공무원으로서의 사명감이 되살아 났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무원이라면 모두가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평소에는 일상 속에서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평범한 이웃이 돼 묵묵히 시정을 돌보지만, 국가적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주저하지 않고 국가와 시민을 위해 위기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공무원으로서의 역할과 사명감이 아닐까 싶다.
- 그동안 ‘코로나19’와의 사투를 위해 100일간 병원근무를 하셨는데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민들에게 당부할 말씀을 한마디 해 달라
△ 이제는 대구도 하루 확진자가 0명으로 나오는 등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그동안 정말 현장에서 고생하신 의료진, 자원봉사자, 업무 관련 종사자들, 특히 타 지역에서 열일마다 않고 대구까지 내려와서 도와주신 파견의료진, 봉사자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이번 기회를 통해 보여준 우리 대구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절제된 행동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드리고 싶고 대구의 밝은 미래를 보는 거 같아 뿌듯했다. ‘시민 여러분이 백신이다!’라는 믿음으로 제2의 신천지, 제2의 이태원이 나타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본생활수칙을 실천하여 생활방역의 주역이 돼야 하겠다.
- 대구동산병원은 6월 15일 재개원하며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고 있다. 본인이 맡고 있는 신기술심사과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말해 달라
△ 한마디로 말해 지역의 잠재된 신기술을 발굴해, 그 신기술 사용을 활성화시키는 업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 기술로 인해 새로이 개발된 신기술의 초기시장 개척이 힘들고, 청탁금지법 등으로 인해 기업체가 공공기관에 발을 들이기가 껄끄럽다고 한다. 그래서 신기술플랫폼이라는 공개된 경로를 통해, 기술개발자는 기술을 홍보할 수 있고, 수요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에서 신기술을 검색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신설부서의 장으로서 앞으로의 추진 전략을 말한다면
△ 지난해 전국 최초로 신설된 신기술심사과가 신기술플랫폼 기반 구축을 목표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면, 올해부터는 기 구축된 기반위에 실질적으로 성과를 내도록 하는게 주업무일 것 같다. 올해초에는 신기술플랫폼 홈페이지 보완을 통해 온라인평가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신기술플랫폼 운영관련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해 나갈 생각이다.
또 계약심사 기능을 강화해서 신기술 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지역대학·연구소 등과 업무협약을 통해 지역신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더불어 신기술플랫폼에 등록된 신기술을 적극 활용토록 하기 위한 홍보전시회 등 홍보활동도 확대해 나갈 생각이다. 전국의 신기술이 대구로 유입하도록 함으로써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구가 신기술 선도도시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금년의 주요 전략이라 할 수 있겠다.
김주오기자 kjo@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