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채운 공간, 행복이 흘러넘친다…김명숙 ‘색과 빛의 인상’展
꽃으로 채운 공간, 행복이 흘러넘친다…김명숙 ‘색과 빛의 인상’展
  • 황인옥
  • 승인 2020.06.2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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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백프라자갤러리 A관
거실·카페 등 실내에 꽃 배치
원색 여럿 섞어 ‘중성톤’ 제작
무엇하나 특별히 강조 안 해
“모두 평등하길 바라는 마음”
200호에서 10호까지 30여점
김명숙인상
김명숙 작 ‘인상’

꽃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비닐하우스 재배가 일반화되면서 한겨울에도 계절 구분 없이 탐스러운 꽃을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과학영농 이전에는 철 모르는 꽃구경은 쉽지 않았다. 작가 김명숙이 꽃의 미학을 표현한 평면에서 계절을 감지해 내기는 어렵다. 계절없이 피어나는 꽃을 즐길수 있는 여건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작가의 평면이 꿈결처럼 달콤한 이유가 크다. 그가 “나의 꽃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이 치유와 안식을 누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서양화가 김명숙의 ‘색과 빛의 인상(印象)’전이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열리고 있다. 꽃을 소재로 한 200호 대작에서 10호 내외의 소품 등 30여점의 작품을 모았다.

작가의 꽃 작품은 좀 독특하다. 흔히 보아왔던 꽃 그림들과 구도에서 차별화가 도드라진다. 꽃에 포커스를 맞춰 정물화처럼 그리는 대신, 실내 풍경 속의 일원으로 꽃을 표현한다. 감각적으로 잘 꾸며진 거실이나 카페 등의 실내 공간 속에 탐스럽게 꽂힌 다양한 꽃병들을 배치하는 식이다. 정물화가 아닌 풍경화로 꽃을 구현하는 것.

사실 꽃 이전에 풍경을 먼저 그린 전적이 있다. 다양한 풍경을 그리다 꽃으로 소재의 변화를 꾀했다. “풍경이 주는 제한적인 색감” 때문이었다. 막상 꽃으로 소재의 변화를 이끌었지만 꽃에 국한하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내면의 울림이 다채로웠다. 평소에 집 꾸미기를 즐기는 성향과 편안한 공간에서의 소통을 즐기는 개인적인 취향이 ‘꽃이 있는 실내 풍경’으로 유인했다. “단아하게 꾸며진 꽃집에 들르면 행복한 감정이 밀려왔어요. 꽃만 볼 때와 또 다른 흥취였어요.”

작가의 색에 대한 취향은 유달리 개별성으로 다가온다. 그는 순수한 원색은 선호하는 대신 두 가지 이상의 원색을 섞어 낮춰진 톤을 사용한다. “이럴 경우 중성의 톤”이 나온다. 중성톤을 사용할 경우 꽃만 강조되기보다 풍경 속 모든 존재를 평등하게 만든다. “저는 꽃과 배경 중 어느 하나가 도드라지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아요. 모든 존재가 조화를 이루는 평등한 세상을 꿈꾸죠.”

작품 속 실내공간은 평소에 작가가 눈여겨 본 현실 속 공간들이 차용된다. 여행 중이나 일상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공간을 만나면 사진으로 남기거나 드로잉해 두었다가 작품에 인용한다. “모던한 카페나 프랑스 어느 고성(古城)의 거실을 보면 꼭 사진으로 남기거나 드로잉을 해 옵니다. 제가 행복해 했던 공간의 느낌을그림을 통해 관람객에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남다른 것 같아요,”

공간 속의 일원으로 꽃을 표현했지만 어디까지나 주연은 꽃이다. 빨강, 파랑, 노랑, 보랏빛 꽃들이 수십 개의 화병에 꽂혀 장식장이나 테이블 위에 놓여 진다. 하지만 주연이라고 도드라지게 튀도록 두지는 않는다. 꽃가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종류의 꽃들을 운집해 놓지만 의외로 분위기는 들뜨기보다 고요함으로 수렴한다. 꽃의 형태만 갖추고, 세밀한 표현은 자제한 효과가 개입된 결과다. “꽃을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주연과 조연의 상하관계가 성립되지 않았고, 감상자로 하여금 상상의 여지도 넓어지게 되었죠.”

김 작가는 교직에 몸 담았다,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학생 한 명, 한 명의 뚜렷한 개성을 확인했고, 그런 경험이 구성원 전체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게 했다. 그 철학이 꽃 작품에 오롯이 투영됐다.

작가가 “공간 속 모든 존재가 소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어딜가나 목소리 큰 사람이 조직이나 모임을 이끌어가는 것 같아요. 목소리 작은 사람의 존재감은 약하죠. 저는 그런 사회보다는 각각의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골고루 반영되는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꽃과 공간을 함께 표현한 실내풍경과 꽃만 표현한 신작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전시는 내달 5일까지. 053-420-8015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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