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과 마늘로 동굴서 100일 동안 ‘방역 신화’
쑥과 마늘로 동굴서 100일 동안 ‘방역 신화’
  • 김종현
  • 승인 2020.06.2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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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노벨상을 품자 - (20) 팬데믹에서 개벽한 우리나라
인류역사와 함께한 전염병
흑사병, 300년간 꾸준히 유행
유럽 인구 3분의 1 몰살 시켜
조선시대 500년간 역병 320회
천연두·홍역 등 치사율 70%
‘단군신화’ 다르게 본다면
온몸이 곰처럼 검게 썩거나
호랑이처럼 반점 번지는 역병
100일간 동굴서 격리 들어가
노벨생리의학상-곰과호랑이
코로나19(COVID19)는 우리를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노벨생리의학상을 다루면서 삼국유사를 새롭게 해석해본다. 그림 이대영

지난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COVID19) 첫 번째 환자가 나타났다. 이어 2월 18일 대구에 서른한 번째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국내 상황은 돌변했다.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증가세는 폭발적으로 이어졌으며 2월 29일 74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를 지켜보던 서양 선진국들은 “동양인들에게 한정된 특이 현상”이라고 비아냥거리면서 수수방관했다. 그 결과 그들은 호떡집에 불난 꼴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뒤늦게 허둥댔으며 선진국에 대한 우리들의 환상도 깨지기 시작했다.

전염병의 대유행에 관한 내용은 성서의 출애굽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모세의 10대 재앙은 피의 재앙, 개구리 재앙, 이(각다귀)의 재앙, 파리의 재앙, 가축 돌림병, 악성 종기 재앙(인수 공동역병), 우박 재앙, 메뚜기 재앙, 흑암 재앙(화산폭발), 초태생(장자) 사망의 재앙 등이다. 여기서 첫 번째에서 아홉 번째까지는 기후변화에 의한 자연생태계의 급격한 괴리현상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열 번째는 당시 시대적 고정관념을 반영해 ‘희망과 미래를 앗아가고 공포와 절망을 대신 줌(Taking away hope and future, giving fear and disappointment instead)’이라고 은유적으로 표현된다. 당시 선인들은 맏아들(長子)을 가족(씨족)의 희망이고 미래로 여겼다. 결과적으로는 전염병때문에 저주(핍박)의 땅 이집트를 탈출하게 된다.

전염병은 오래전부터 인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새로운 문화나 개벽에 버금가는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목격하게 된다. 특정 지역에서 아무리 큰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왕조 전복이나 제국 탄생으로 끝나지만 역병의 대유행(pandemic)은 전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대재앙이면서 한편으로 전 지구촌을 변혁시켰으며 그로 인해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곤 했다.

구석기 수렵 채취 시대에서 신석기 농경(목축) 시대로 넘어갈 시점 200여 종의 인수 공동전염병(zoonosis)과 동물에서 인간에게 옮겨진 300여 종의 인수 공동 기생충(human-animal parasite)은 대재앙의 방아쇠(catastrophe trigger)가 되었다. 여러 차례 전염병의 대유행을 거치면서 인간 수명은 10년 내외, 신장은 7~8cm, 체중은 10kg이나 줄어드는 등 겨우 생존할 수 있었다.

세계사에서 대표적 팬데믹(대유행)인 흑사병(pest)은 실크로드를 통해 흑해까지 진출한 몽골제국에 의해서 전파되었다. 몽골군은 1346년 흑해 연안, 크림반도의 카파(Caffa, 오늘날 우크라이나 페오도시야)를 공격했다. 이곳은 제노바의 식민지로 상인들의 교역 요충지였다. 각축전을 벌이던 몽골군은 흑사병으로 죽은 병사를 투석기(catapult)로 성안으로 던져 넣었다. 성안에 페스트가 퍼지자 도시를 빠져나온 사람들이 이탈리아로 피신했으며 그들과 함께 페스트도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고 알려졌다. 페스트는 그 이후 300년간 10년 주기로 대규모로 유행했으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켰다. 이로 인해 신권이 하락하고 종교(신) 중심에서 인간 생명을 중시하는 새로운 사상인 휴머니즘(humanism)이 싹텄으며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웠다.

흑사병 런던 대유행(Great Plague of London) 때인 1665년 케임브리지대학교에 다니던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3~1727)은 대학이 문을 닫으면서 사회와 떨어져(social distancing) 시골 고향에 내려와 있었다. 사과나무 밑에서 사색을 하던 중 떨어지는 사과를 보게 되고 이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COVID19 대유행 또한 이전까지와는 다른 삶의 양식, 즉 G5 산업, 비대면(un-tact), 홈코노미(homeconomy), 방역 국방(q-military) 및 방벽 도시(walled city) 등을 불러올 것이다.

다른 한편, 고조선(古朝鮮)은 역병대유행(疫病大流行) 즉, 팬데믹에서 개벽한 나라라 할 수 있다. 일연(一然, 1206~1289)의 삼국유사(三國遺事) 기록을 다르게 본다면 ‘온몸이 곰처럼 검게 썩거나, 호랑이처럼 알록달록한 반점이 번지는 역병에서 벗어나고자 신에게 기도를 드렸고, 신비스러운 쑥 한 다발과 마늘 스무 통(靈艾一炷蒜二十枚)을 얻어서 100일간 동굴 속에서 스스로 격리(不見日光百)에 들어갔다. 격리 투병 21일 만에 곰처럼 시커멓게 썩어들어 가던 여성은 본래 처녀 몸으로 되돌아왔다(忌三七日熊得女). 호랑이처럼 얼룩얼룩하게 붉은 반점이 있던 남성은 자가 격리(禁忌)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살아남지 못했다’고. 구사일생으로 역병을 이긴 그녀(아지매)는 아들을 낳았으며 그가 바로 고조선을 건국한 단군이다.

우리 민족은 5천 여 년의 역사 속에서 937회나 외국 침략을 받음으로써 점령군이 가지고 온 전염성 풍토병과 싸웠으며 이겼다.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나당연합군으로 인한 중국 당나라의 풍토병, 몽골침략으로 몽골 풍토병, 임진왜란으로 일본 풍토병 등 전염병은 한반도를 질병 아수라장(疾病阿修羅場)으로 만들었다. 전쟁에서는 여성을 전리품으로 챙기는데 매독과 같은 성병(性病)이 빠짐없이 창궐하였다. 따라서 전후 침략군이 퍼뜨리고 간 풍토병으로 수십 년 동안 끈질기게 투병해야 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조선 시대 500년 동안 320회 1천455건이나 역병이 돌았고, 치사율은 60~70%나 되었다고 기록되어있다. 1799년(정조 23년)에는 12만8천 명의 백성이 전염병으로 사망했다. 두창(천연두)과 마진(홍역)은 ‘마마’라고 불렀다. 이 병을 일으키는 신을 달래고자 극존칭을 쓴 것으로 그만큼 두려운 병이었다. 또한, 장티푸스를 지칭하던 염병에서 온 “△△ 염병한다”는 욕설은 오늘날까지 내려오고 있다.

특히 1946년은 대구로는 최악의 해였다. 1월에 천연두, 3월에 발진티푸스가 전국에서 유행한데 이어 5월 28일 청도에 진입한 콜레라(虎列刺)가 장마철 도심의 침수로 대유행하여 2천578명 환자가 발생해 1천718명이 사망하는 등 대구는 당시 51%인 전국 사망률보다 높은 66% 치사율을 보였다. 1950년에서 1953년까지 벌어진 6·25전쟁으로 인해 매독과 같은 성병이 유행하게 되었는데 2000년까지 이어진 환자통계 그래프는 ‘게으른 고양이(lazy cat)’처럼 긴 꼬리를 늘어뜨리고 땅에 배를 깔고 이어졌으며 박멸되지 않았다.

인류는 BC 1만 년 전부터 질병 치료를 위해 식물(화학물질)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i) 신체의 아픈 곳과 모양이 같은 식물을 찾아서 약용했으며(相似說), ii) 독성을 제독하는데(以毒制毒) 사용하거나, 침입한 세균을 약화해서 몸에 접종하여 저항력(면역)을 형성하는 이균제균(以菌制菌) 방안을 모색하였다. 또 iii) 칵테일(cocktail) 술처럼 각종 약제를 섞어서 사용했다. 여기서 상사설(相似說)이란 예를 들면 치아를 닮은 옥수수, 남근 모양의 바나나 혹은 마(고구마), 허파꽈리는 포도(葡萄), 여성의 젖가슴은 동양은 복숭아, 서양은 사과를, 다리뼈는 쇠무릎(牛膝草), 머리(뇌)는 호두, 위벽 융털은 브로콜리(broccoli), 위장은 양배추, 자궁은 석류나 참외 등 비슷한 모양의 식물을 약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식물들은 오늘날에도 과학적인 근거를 찾아 약용식품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방역에 대해 단군신화를 살펴보자. 100일간 동굴에서 격리한 것을 볼 때 아마도 잠복기가 52일 정도로 추정된다. 초기엔 피부가 호랑이 무늬처럼 붉은 얼룩이 생겼다가 나중엔 곰처럼 검게 썩어가는 증상이라면 흑사병(pest)으로 짐작된다. 또한 쑥(艾)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도 벼룩을 숙주로 쥐를 매개체로 인간에게 전염되었다는 흑사병에 들어맞는다. 쑥은 오늘날에도 방역을 위한 훈제(연막)소독, 마늘(蒜)은 강력한 살균작용을 하는 특성으로 항생제(antibiotic) 혹은 치료제(cure medicine)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BC 2333년경에도 역병방역에 식물화학물질(phytochemical)을 이용했다. 우리가 어릴 때 시골에서 모깃불을 놓을 때 쑥(除蟲菊), 계피, 여귀 등을 사용했고, 변소의 구더기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로 할미꽃 뿌리, 고삼, 은행 열매, 고추, 담배(니코틴), 목초, 님(Neem), 너도밤나무, 호두열매 등을 넣었다. 이러한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을 오늘날 친환경 농약으로도 사용한다.

글 = 정경은 <코리아미래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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