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전통과 변화의 조율
[문화칼럼] 전통과 변화의 조율
  • 승인 2020.06.24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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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변화는 내·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시작된다. 외부의 자극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아티스트들이다. 예술가들의 뜨거운 창작열은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언제나 그들의 내부는 뜨겁게 꿈틀거린다. 숙지는 것 같던 코로나19는 재 확산의 조짐을 보이며 우리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림자가 크고 짙을수록 인간의 도전의식 또한 거기에 정비례할 것이다. ‘코로나 아트’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새로운 통로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현장의 예술가들이 겪는 어려움은 극한에 이르렀지만 그런 만큼 더 큰 반등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달 말 서울에서 열린 국제현대무용제 일명 MODAFE에 출연해 평단의 찬사를 받은 대구시립무용단이 변화의 흐름에 또 하나의 몸짓을 보탠다. 코로나아트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온라인 공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무용영화를 제작한다. 이미 전 세계에 많은 무용영화제가 있다. 국내최초의 무용영화제인 서울 댄스 필름 페스티벌도 올해 4회 째를 맞는다. 이번에 대구 시립무용단은 지역에서 최초로 무용 영화를 제작한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예술의 가치를 제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시립무용단이 또 다른 세계를 펼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완성도가 어떠할지 미지수이긴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상상의 지평을 넓히는 무용단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날 BTS의 월드투어 시작공연이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다. 혹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갈 수 없는 팬들은 발길을 두류공원으로 돌리면 된다. 이제 가까이에서 이런 공연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실제 공연과 흡사한 환경 하에 실시간으로 그들의 멋진 퍼포먼스를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즌 개막작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독일에서 열리는 키릴 페트렌코 지휘의 베를린 필 공연도 그러하다. 코로나 시대에 온라인 공연이 성행하지만 이제는 거의 실황에 버금가는 공연 환경이 대한민국 최초로 만들어 진다. 바로 5G 라이브셰어 라는 이름의 시스템이 대구문화예술회관에 조성된다.

이것은 무대전면을 가득 채우는 대형 LED 화면을 비롯하여 객석 좌우의 프로젝트 화면이 관객을 감싸게 된다. 5G와 초 실감 기술로 다면영상을 구현하게 된다. 단순한 영상 송출 및 감상이 아니라, 공연자와 원격지 관객 커뮤니케이션을 이룰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한다고 볼 수 있다. 대구시와 경북대 그리고 KT를 비롯한 첨단 기업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이 사업을 성사 시켜 공연장으로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에 자리(2022년 완공)하게 되었다. 이것은 라이브셰어 뿐만 아니라 설치된 영상 장비를 활용한 작품 제작에 있어 획기적 전환의 틀을 갖추게 된다. 세상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영상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성당못에는 ‘부용정’ 이라는 아름다운 정자가 자리하고 있다. 이것으로 인해 주변 풍경이 조화롭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부용정은 아름다운 외양만큼 더 큰 효용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공연 목적으로 지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정자 내부는 열십자 모양인데 남측 공간이 조금 높게 되어 있다. 이곳이 무대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달 밝은 밤, 창을 열고 이곳에서 우리 소리를 한바탕 울린다면 정자에 자리한 사람뿐만 아니라 인근의 산책객들도 큰 감동을 받으리라 믿는다. 이곳은 작지만 강한 국악 전용공연장이라 불러도 손색 없다.

하드웨어를 통한 변화와 소프트웨어의 새로움은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만큼 예술이 가진 본연의 가치를 갈고 닦아 제시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세상의 소용돌이에도 깊이 침잠한 채 우리의 소리를 제련하여 마침내 끄집어내야 할 소명이 우리에게 있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의 존재의 의의가 성립될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것만큼, 전통에 천착해야하는 의무는 앞으로 더 무겁게 주어지리라 생각한다. 전통과 변화의 조율은 한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필드에서 땀 흘리는 모두의 공감 하에 완성 시킬 수 있다.

격변의 시절인 코로나 시대는 변화를 요구한다. 이는 회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미세한 질감의 차이는 여전히 유효하고 그 매력은 퇴색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에 대한 니즈는 더욱 커질 것이다. 온라인 공연이 확장 될수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지막 2%는 어디로 가야 채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모두들 더 명확히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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