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방호복 입고 구슬땀…“밥 챙겨 먹기도 힘들어”
폭염에 방호복 입고 구슬땀…“밥 챙겨 먹기도 힘들어”
  • 정은빈
  • 승인 2020.06.2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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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본산' 대구·경북 주역들> 3) 달서소방서 구급대원 노태승 소방교
1월 24일 전담구급대에 투입돼
병원-생활치료센터 환자 이송
마스크 거부 환자 탓에 진땀도
가족에 감염 시킬까 노심초사
최근 더워진 날씨에 고충 가중
시민들 응원의 말 한마디가 힘
전국의 소방력 동원이 큰 도움
개인위생 수칙 지켜주길 당부
노태승1
대구 달서소방서 구급대원 노태승(29) 소방교. 작은 사진은 구급차량 내부를 소독하는 모습.

“환자를 이송하고 구급대를 소독한 뒤 119안전센터로 돌아가는 길에 신고가 들어와 또 나가고….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한 번도 복귀하지 못한 날도 있습니다. 밖에서 방호복을 입고 있으면 편의점을 가기도 힘들어 밥을 챙겨 먹기 힘들었습니다. 퇴근 때까지 물만 마신 적도 있습니다.”

지난 1월 24일부터 대구소방안전본부 코로나19 전담구급대에 투입된 달서소방서 구급대원 노태승(29) 소방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쏟아지던 지난 2~3월을 이 같이 떠올렸다.

대구소방본부는 국내에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나흘 만인 1월 24일 전담구급대를 편성하고 코로나19 환자 이송을 준비했다. 대구지역에 첫 환자가 발생한 2월 18일을 훨씬 앞섰다.

노 소방교는 전담구급대 구성 첫날부터 150여일간 코로나19 환자 응급처치를 담당했다. 신고 접수 후 현장에서 환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역할이다. 응급처치를 마친 환자를 병원으로 혹은 병원에서 생활치료센터로 옮기며 숨 가쁘게 뛰어다녔다. 특히 환자 수가 폭발적이던 지난 3월에는 노 소방교가 배치된 송현119안전센터로도 하루 수십 통의 신고가 밀려들었다.

노 소방교는 “전담구급대 활동은 평소 구급대원으로 근무하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면서 “가장 바빴던 2~3월 코로나19 관련 출동이 많았고 업무도 가중돼 힘들었다. 요즘은 대구에 추가 환자가 많이 줄어서 의심자를 포함해 출동을 하루 3건 정도 나가는데, 환자가 한창 많을 때는 지금의 2~3배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지난 2015년 10월 임용 후 꾸준히 현장을 누빈 노 소방교지만 전담구급대 동원이 결정되면서 감염 걱정부터 든 것이 사실이었다.
 

노태승3
 

노 소방교는 “아무래도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확진자, 의심자를 접하게 되니 다른 사람보다 감염 우려가 높고, 혹시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옮길까 봐 걱정이 됐다. 다른 이에게 전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출동을 다녀온 뒤 소독을 누구보다 꼼꼼히 했다”며 “특히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고 최대한 조심하라고 하셨다. 코로나19 심할 때는 가족과도 접촉을 안 하고 집에만 있다가 출근하는 식으로 지냈다”고 전했다.

이송 중인 환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은 소방관들을 더 힘들게 하는 요소였다. 이송자들은 간혹 구급차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이런 환자를 만날 때면 노 소방교도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를 반복해 설명해야 했다.

노 소방교는 “한 달에 1~2명 정도 마스크를 벗으려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곤란했다. 마스크 착용을 설명하는데도 협조가 잘 안 될 때도 있었다. 병원에 가면 의료진도 있지만 일반인도 있기 때문에 확산이 안 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최대한 설명했다”고 했다.

반대로 소방관에 대한 응원도 이어졌다. 지난 3월에는 전국 각지에서 국내 코로나19 발생 중심지로 부각된 대구·경북으로 후원을 보내왔다. 대구 소방관의 노고를 덜고자 하는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달서구 한 어린이집에선 3월 11일 전담구급차가 집결해 있던 달서구 두류정수장에 응원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과 사진 10여장을 걸고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원아들은 “대구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소방관 아저씨 힘내세요!”, “소방관 아저씨 멋있어요” 등의 문구를 적은 스케치북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당시 휴원 중이던 어린이집은 각 가정에서 찍은 사진을 한 데 모아 소방 당국에 전달했다.

코로나19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코로나나우(CoronaNOW)’ 서비스를 개발한 대구 고산중 최형빈·이찬형 학생도 광고 수익금으로 받은 1천만원으로 건강 식품을 사 “소방관들을 사용해 달라”며 기부했다. 대구소방본부는 지난달 이들 2명을 119명예소방단원으로 위촉했다.

코로나19 발생 후 노 소방교가 출동 현장에서 감사 인사를 듣는 일도 늘었다. 지난달 북구 한 대학병원으로 이송한 중년 남성은 노 소방교가 이송 후 병원 접수까지 돕자 “정말 고맙다. 치료가 끝나면 꼭 119안전센터로 찾아가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노 소방교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많이 받고, 지나가는 시민들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된다. 주로 주택으로 출동을 나가는데 아파트 주민이나 경비원들이 ‘더운데 고생 많으시네요’, ‘코로나19 때문에 힘드시지요’라며 응원을 해준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여름이라 덥다보니 1주일에 4~5번꼴로 음료를 건네는 분들을 만나는데 그런 건 받을 수 없어서 마음만 받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추가 환자가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출동이 줄었지만 날씨가 더워져 방호복을 입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폭염 속에 온몸을 방호복으로 감싸고 고글까지 착용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노 소방교는 “방호복을 입고 출동을 나가면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고글을 쓰면 (김이 차) 시야 확보도 잘 안 되는데, 잘 견뎌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방호복은 소방관에게도 익숙지 않은 것이었다. 처음엔 착용 순서도 헷갈리고 불편하기만 했다.

노 소방교는 “방호복을 입으면 아무래도 출동을 준비하면서 더 긴장하게 된다. 요즘은 출동마다 입다 보니 익숙해졌다. 요령은 따로 없고 계속 입다 보면 손이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발생 초기에 방호복 수량이 부족하지 않겠냐는 걱정이 많았다. 보유량은 줄어드는데 환자가 계속 많이 발생하면 부족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 지원을 많이 받고 공급이 많이 되면서 사용에 부족함이 없어 다행이다”고 덧붙였다.

대구 지역사회는 지난 2월부터, 우리나라는 1월부터 코로나19라는 낯선 바이러스와 질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소방본부 코로나19 전담구급대는 지난 10일(오후 6시 기준)까지 확진자 2천411명, 의심환자 1천636명을 이송했다.

지난해 4월 강원도 산불 사고를 계기로 도입된 소방력 동원령도 이번에 처음 발령됐다. 소방청은 2월 21일 소방력 동원령 1호를 처음 내렸다. 부산·대전·강원 등 6개 시·도의 구급차 18대, 대원 36명이 대구로 모였다. 동원령은 3월 4일까지 모두 4차례 내려졌다.

여기에 전국의 구급차 147대, 구급대원 294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4월 2일 해산까지 42일간 환자·의심자 모두 7천548명을 이송한 것으로 기록됐다.

올해 상반기는 노 소방교를 비롯한 전담구급대원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때로 남았다. 노 소방교는 “그동안 소방대원이 감염된 사례가 거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소방 당국이 대응을 잘했다고 칭찬을 받는 것 같다”며 자긍심을 드러냈다.

소방청은 코로나19 국내 발생 7주가량 된 지난 3월 5일까지 전국의 소방공무원 중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소방교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최전선에서 활동하게 돼 환자의 빠른 치료를 돕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전담구급대에서 최선을 다한 것처럼 이후 역할을 마치고 일반 출동을 나갈 때도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도록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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