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나무와 새 - 의도와 결과
먼나무와 새 - 의도와 결과
  • 승인 2020.06.2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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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제주도에 가면 한겨울에도 붉은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고 있는 나무가 있습니다. 바로 ‘먼나무’입니다. 이 나무의 이름은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일으킵니다.

왜 ‘멀다’는 접두사가 붙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우선 이 ‘먼’은 ‘길이 멀다’에서처럼 거리(距離)를 뜻하는 말인지, ‘눈(眼)이 멀었다’와 같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인지 궁금합니다. 아니면 ‘아직 다 되려면 멀었다’에서처럼 ‘덜 되었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인지, 또 ‘무엇’을 뜻하는 ‘뭐?’에서 비롯된 ‘뭔나무’가 ‘먼나무’로 변한 것은 아닌지도 하는 의문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나무의 이름은 우선 가까이에서 보기 보다는 멀리서 보아야 더 신비하기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하고, 잎자루가 길어서 잎이 가지에서 멀리 붙어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썩 시원하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설명은 아닌 듯합니다.

맨 처음 이 나무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무슨 의도로 이렇게 불렀을까요?

먼나무는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10월부터 이듬해 꽃 소식이 전해지는 3월까지 콩알 굵기만 한 빨간 열매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조롱조롱 매달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곤 합니다.

다른 나무와 달리 먼나무의 매력은 꽃이 아니라 열매에 있습니다. 꽃은 잎 뒤에 숨어 보일 동 말 동 했는데 가을이면 연초록빛의 잎사귀 사이사이로 붉은 얼굴을 눈부시도록 내밀어 마치 열매가 나무를 온통 뒤집어쓰고 있는 것처럼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암수 다른 나무로 열매는 암나무에만 달리는데, 그 붉은 열매는 겨울을 거쳐 늦봄까지 그대로 매달려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 한겨울에도 빨간 열매를 소복이 달고 있는 이 나무를 처음 보는 사람은 ‘이 나무는 뭔 나무이길래 겨울에도 열매를 이렇게 매달고 있는 것이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것만 같습니다.

“도대체 이 나무가 뭔 나무입니까?”

“아, 그 나무! 먼나무라고 합니다.”

제주도에서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그리하여 필자는 사람들이 감탄하면서도 궁금해 하여 ‘뭔나무’로 불리다가 ‘먼나무’로 변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나무가 한겨울에도 빨강 열매를 많이 매달고 있는 데에는 분명히 의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짐작하는 대로 종족 보존을 위한 깊은 작전이라는 것입니다. 나무가 아무리 열매를 많이 매달아도 멀리 옮겨가지 못하면 그 씨앗은 바로 아래에만 떨어지고, 그렇게 되면 어미나무의 그늘에 가려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됩니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후손을 널리 퍼뜨려 그 영역을 넓혀가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먼나무는 다른 나무와 마찬가지로 새에게 먹이를 제공하여 그 씨앗을 멀리 퍼트리도록 작전을 세운 것입니다. 이에 먼나무는 열매를 많이 매달기 위해 열매자루를 길게 하였고 또 새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열매를 빨갛게 물들였습니다. 새들은 빛 파장이 긴 빨간색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쉽게 열매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먼나무는 자신의 열매가 새들의 소화기관을 지날 때에 과육(果肉)은 소화가 되도록 하지만 정작 싹이 트는 씨앗은 딱딱한 목질부(木質部)의 작은 공(球) 속에 넣어 기어이 땅에 이르게 장치해 두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듬해 봄에 마침내 그 씨앗에서 새로운 생명이 돋아나게 하는 데에 성공할 것입니다.

나무 말고도 낙상홍, 피라카사스, 참빗살나무, 찔레나무, 가막살나무 등 많은 나무들이 겨울 늦게까지 빨간 열매를 매달고 있고, 새들은 이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새들은 이들의 열매를 더욱 기름진 땅으로 옮겨주고 비료까지 보태어줍니다. 이러한 나무와 새들 덕분에 이 땅은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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