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퇴근 못하고 사무실서 쪽잠…현재 3만2천건 검사
초기엔 퇴근 못하고 사무실서 쪽잠…현재 3만2천건 검사
  • 조재천
  • 승인 2020.06.28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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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본산' 대구·경북 주역들> (4) 전병권 대구시 보건환경硏 연구사
아직 휴무 없이 이틀만에 퇴근
장시간 보호복에 건강 적신호
어깨·손목엔 파스 ‘덕지덕지’
진단 검사업무에 전 직원 투입
음성 결과땐 ‘기쁨의 눈물’도
2차 재유행 대비 계획 ‘만전’
전문 인력·예산 지원 급선무
치료약·백신 개발돼야 끝날 듯
‘시민이 백신’ 돼 주셔서 감사
전병권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보건연구사
전병권 보건연구사가 검사 의뢰된 검체를 따로 보관하기 위해 작은 유리병(vial)에 옮겨 담고 있다.
전병권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2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지난 1월 24일부터 3만 건이 넘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시행해 오고 있다. 사진은 전병권 보건연구사(맨 오른쪽)와 보건연구부 감염병검사과·질병조사과 직원들 모습.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면서 매일 24시간 근무했다. 요즘은 아침 9시에 출근하고 다음 날 오후 6시쯤 퇴근하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휴무도 없이 근무하다 보니 요일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졌다. 그나마 이틀에 한 번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날이 우리에게는 쉬는 날이다.”

대구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다. 이곳에서 시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는 3만 건이 넘는다. 대구 전체 검사 건수의 20%가 이곳에서 이뤄졌다. 진단 검사는 검체를 기계에 넣기만 하면 결과가 툭 하고 나오는 게 아니다. 모든 단계에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한다.

2월 17일 연구원에서 처음으로 양성 판정이 나왔다. 지침상 지역 첫 양성 검체는 질병관리본부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 했다. 전병권 보건연구사는 이튿날 새벽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전 보건연구사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관한 이야기와 그간 노고에 대해 들어 봤다.

-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주로 어떤 일을 맡고 있었나.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서도 소개해 달라.

△ 현재 소속된 감염병검사과에서는 메르스, 뎅기열, 지카바이러스감염증, 치쿤구니야열, 홍역,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의 감염병 진단 검사를 해왔다. 인플루엔자 및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증 병원체의 실험실 감시와 모기·진드기 등 감염병 매개체를 채집해서 분류하는 일, 병원체 유전자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실험실 확인 진단 검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과 대구시, 지역 보건소 등 관계 기관에 통보한다. 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진단 시약 및 장비 확보, 2차 재유행에 대비한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 실험실 확인 진단 검사는 어떤 과정으로 이뤄지는가.

△ 코로나19 실험실 확인 진단 검사는 각 보건소에서 채취한 검체를 연구원으로 이송해 오면 검체를 확인하는 접수 과정을 거친 뒤 실험실에서 곧바로 이뤄진다. 검사는 검체에서 유전자를 추출하는 과정과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만 특이적으로 증폭(복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검체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있으면 유전자가 증폭되는 그래프를 모니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검사를 시작해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양성이 확인되면 질병관리본부, 대구시 보건건강과, 관할 보건소에 결과를 알려 확진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검사 후 잔여 양성 검체는 초저온 냉동고에 보관하는데, 정기적으로 질병관리본부로 보내 추가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 대구는 우리나라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온 곳이다. 연구원에서도 지난 2~3월 양성으로 판정된 검사가 많았을 거다. 당시 연구원 분위기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 지역 첫 번째 확진자가 나오고 며칠이 지난 2월 20일 코로나19 검사의 약 40%(86건)가 양성으로 확인돼 당시 실험실에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한 날은 요양원에 계신 분의 자녀가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원으로 전화를 걸어 왔다. 병원으로 옮겨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검사 결과가 필요해 급히 연락해 온 상황이었다. 때마침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서 말씀해 드렸더니 기뻐 우시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 연구원에서 시행한 진단 검사 건수에 관한 통계가 있는가. 하루 최대 검사 건수와 가장 많은 진단 검사가 이뤄진 시기는?

△ 연구원에서는 구정 첫날인 1월 24일부터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6월 24일 0시 기준으로 총 3만 2천157건의 검사를 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유증상자, 확진자의 접촉자, 고위험군 전수 검사 대상자, 해외 입국자 등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220~260건을 검사해 왔다. 검체 수가 300~500건인 날도 많았는데, 가장 많았던 날은 4월 14일이다. 그날은 요양병원 전수 검사와 해외 입국자에 대한 검사 의뢰가 많아 549건을 검사했다.

-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 민간 수탁 검사 기관에 비해 검사 결과가 빨리 나와 연구원 인력을 보강해 검사 건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우리 연구원에서만 진단 검사를 했다. 감염병검사과와 질병조사과 등 감염병 분야 2개 검사과 직원들로 구성된 검사대응반을 운영했는데, 확진자가 늘고 검사 의뢰도 많아지면서 보건연구부 전 직원이 투입돼 실험실 진단 검사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우리 연구원에서는 긴급하게 결과가 필요한 대상자를 중심으로 검사를 의뢰받는 경우가 많아서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 연구원에서 진단 검사 관련 인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나.

△ 감염병이 발생하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특히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병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감염병 대응 조직과 전문 인력, 예산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검사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밤을 새우면서 일하는 날이 많았다. 음압실험실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채 장시간 근무하다 보니 심신의 피로로 건강에 적신호를 보이는 동료도 많아졌다. 검체를 분주하고, 유전자를 추출하고, 유전자를 증폭하는 모든 단계가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대상포진이나 이석증이 온다거나 발목 인대가 늘어난 동료도 있다. 수없이 반복하는 피펫(pipet) 작업으로 어깨와 목, 팔목에 파스를 붙이는 일은 다반사다.

코로나19에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단 검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 순환 교대 근무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진단 검사 인력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대구시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발생하면 연구원에서 시행하는 검사를 하루 1천 건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에서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 연구원에서는 올해 하반기에 감염병 분야 전문 인력 5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보건연구부를 질병연구부와 식의약연구부로 개편해서 감염병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고, 감염병 대응에 효율성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코로나19 검사에 필요한 진단 시약 구입 예산은 재난관리기금에서 지원받았다. 추가 장비의 일부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국비를 지원받아 구매한 상태다. 앞으로 유전자추출장비 등 추가 장비 확보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 지역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어느덧 4개월이 지났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 돌아보니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대구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부터 원장님 이하 다른 부서 직원까지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의 중요한 축인 실험실 진단 검사 업무에 밤낮으로 매달려 온 연구원 직원 모두가 숨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각자 분야에서 헌신해 온 공무원과 의료진, 알려지진 않았지만 노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 덕분에 지역 확산세를 막을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는 효과적인 치료약과 백신이 개발돼야 사태가 끝이 날 것 같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병의 일종인 코로나19가 백신이 없는 상태에서 제어되고 있다는 게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구 시민이 최강 백신입니다’라는 슬로건처럼 우리 시민이 직접 백신이 돼 주셔서 감사드린다.

바람이 있다면 하루빨리 진짜 백신이 개발돼 확인 진단 검사에서 양성이 검출되지 않는 날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여태 고생하신 모든 분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길 바란다. 시민들도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마스크 없이 생활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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