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한창이라
풀들은 아귀다툼으로 번지는데
내 마음 고즈넉이 담긴 꽃밭
꽃마다 새긴 네 이름들
손가락으로 한뜸 한뜸
잡풀을 뜯어낸다
아프지 않은 기억은 없어도
그리움은 모든 것을 덮나니
꽃들로 찬란한 세상 꿈꾸며
오늘도 나는 작은 꽃밭에 쪼그리고 앉는다
◇신평= 1956년 대구 출생. 서울대 법대 졸업, 법학박사. 판사와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공익로펌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한국헌법학회 회장, 한국교육법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철우언론법상을 수상(2013)했고, 저서로는 ‘산방에서(책 만드는 집 12년刊)’, ‘일본 땅 일본 바람’, ‘로스쿨 교수를 위한 로스쿨’,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 등이 있다.
<해설> 인간에게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화의 아름다움이 있다. 화려한 것만 동경하던 그 시절, 우리 청춘은 아름답지만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 꽃밭에서 보낸 시간은 결코 시간을 낭비한 건 아니다. 시간의 다른 이름은 영원과 찰나. 매일 같은 날이지만, 오늘은 하루밖에 없는 새로운 날이라, 다들 뭐가 됐든 다시 시작한다. 사노라면 누구나 눈물의 바다를 헤엄칠 뗏목 몇 개쯤은 가지게 된다. 우리는 모두 운 좋은 사람들이다. 이 순간 살아서 숨을 쉬고, 내 자신이 존재하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운인가. 그 모두가 내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내게로 뻗쳐진 낯선 이들의 사랑의 힘이다. 세월 앞에서 우린 속절없고, 삶은 그 누구에게도 관대하지 않다. 다만 내 아픔을 들여다봐주는 작은 꽃밭이 있다면 우린 꽤 짙고 어두운 슬픔을 견딜 수 있다. 세상에 어떤 꽃도 흔들림 없이 피는 꽃은 없다. 지금 흔들리는 것, 다 괜찮다. 이는 안이비설신의를 청정시켜 업(業)을 소멸하고, 미처 다 완성시키지 못할 원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모두 지향하는 삶의 모습을 위해 바라는 소망들이 우주에 가 닿기를 기원한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