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닥터’가 주는 긍정 에너지, 마음껏 들이마시자
‘그린 닥터’가 주는 긍정 에너지, 마음껏 들이마시자
  • 채영택
  • 승인 2020.06.28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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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숲 그리고 자연이야기] (27) 숲 내음 그리고 피톤치드
 
곧게뻗은잣나무숲
곧게 뻗은 잣나무숲에는 피톤치드가 많이 나온다.

네군도단풍
네군도단풍은 여름에 더욱 아름답고 빛난다.

올해 2월부터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습격, 코로나는 그렇게 우리 인간세계에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났다.

지금도 전 세계가 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무차별적 공격에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는데 한여름의 태풍처럼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엄청난 속도로 전염이 진행되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폭우가 지난뒤 잔비가 내리듯 불특정으로 곳곳에서 이 바이러스의 재습격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묶여있던 피로감이 누적된 심신을 잠시 연두빛으로 무장하는 신록의 5월에 많은 사람들은 산으로 들로 향했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풀들의 향연은 자신을 방어하는 타감물질(allelopathy)로 인해 향기롭고 싱그러운 냄새를 풍긴다. 마스크로 숨 쉬기 힘들었던 허파 깊숙히 풀들의 향내를 빨아들인다.

이제야 살 것 같다. 산다는 것은 마음껏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을 쉰다는 것이다.

지금 코로나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 질서의 변혁을 요구하고 있고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에 비하면 부질없는 인생의 짧은 여정에 다시 한번 삶에 겸손해지는 시간이 되고 있다. 경제, 사회전반 그리고 인간 생명의 가치 기준의 새로운 정립을 요구받고 있는 이 시대에 나무와 숲은 혼란한 시간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김없이 비탈진 언덕에 꼿꼿하게 서 있다.

 

기업 총수의 혜안
SK, 1천만평에 330만 그루 식재
무림제지, 인제 자작나무 숲 조성
LG, 수목장으로 장례 치러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이었던 SK 고 최종현 회장은 국가의 미래를 나무와 숲이라고 생각하여 40년 넘게 수익이 보장되는 수도권의 땅을 포기하고 충주 어느 산골 야산 1천2백만평에 나무를 심었다. 지금 이곳에는 자작나무, 가래나무, 호두나무, 흑호두나무, 루브라참나무 등 80여종 330만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백제약품 김기운 회장, 장성 축령산의 임종국 선생이 심은 편백나무 숲, 무림제지가 조성한 인제 180만평 자작나무 숲을 만든 사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나무를 심고 가꾼다는 이 단순한 진리 속에는 엄청난 가치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선각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터이다. 죽어서 명당에 묻히기보다 나무를 너무 사랑해서 선택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치열하고 유한한 삶의 끝에 택한 위치도, 모르는 한그루의 나무 수목장. 그 누구도 죽음이라는 진실 앞에서는 가장 낮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절대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숲과 나무의 세계는 결국 인간이 돌아가야 하는 여정의 끝이다. 지난해 이맘때 쯤이면 기대감으로 해외여행이나 숲으로 강으로 바다로 여름 휴가계획을 세우고 기다리다 보면 더위는 오히려 그 설레임에 한 풀이 꺽이곤 했다.
 

식물의 살생물질 ‘천연피톤치드’
나무·채소 등 개별 물질 존재
‘피로 회복 도움’ 산림욕 인기
폐질환·관절염 등 효능 입증

숲에 들어가면 왜 좋은가. 숲속에서 나오는 어떤 물질이 사람한테 좋은 영향을 미치는가. 흔히 우리가 말하는 피톤치드와 테르펜, 그리고 음이온, 알파-피넨 과 같이 다양하게 존재하는 물질 중 검증되었거나 혹은 유사과학으로 치부되는 물질 등 아직도 그 효능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우선 피톤치드는 화학백과에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피톤치드(phytoncide)는 식물이 자신의 생존을 어렵게 만드는 박테리아, 곰팡이,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하는 살생 효능을 가진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 Volatile organic compounds)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식물성 살생물질’에 해당하는 피톤치드는 ‘식물의’를 뜻하는 ‘phyton’과 ‘죽이다’를 뜻하는 ‘cide’의 합성어로 1937년 러시아 레닌그라드 대학교의 생화학자 보리스 토킨(Boris P. Tokin)박사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다.」 라고 되어있다.

국어사전에는 ‘식물 나무에서 방산(放散)되어 주위의 미생물 따위를 죽이는 작용을 하는 물질, 산림욕 효용의 근원이다’ 라고 되어 있어 식물의 천연유기화합물질에 대해서만 정의를 해 놓았으나 식물뿐만 아니라 곰팡이나 세균이 다른 균류의 침입을 막기 위해 내뿜는 물질도 넓은 의미의 피톤치드의 일종으로 보고있다. 그 예로 푸른곰팡이에서 분비되는 페니실린은 다른 세균을 죽이는 물질로 피톤치드의 일종이다.

소나무 뿌리의 갈로탄닌, 북미 검은 호두나무의 주글란, 유칼립투스 나무의 유칼립톤, 은행나무의 징코라이드 등은 대표적인 피톤치드로 타 식물의 침입을 막는 강력한 물질을 뿜어낸다. 이외에도 만지거나 건들면 향기를 내뿜는 허브나 제라늄, 마늘의 매운맛 알리신, 감자 솔라닌의 독성, 심지어 곤충의 호르몬(카이로몬)은 자신을 죽이려는 다른 곤충을 잡아가라는 신호 호르몬으로 이 역시 피톤치드다. 그야말로 다양한 피톤치드가 존재한다.

이러한 피톤치드 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유기화합물은 테르펜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테르펜은 이소프렌을 기본 단위로 하는 생리활성물질로 송백류(소나무와 잣나무)에서 분비되는 방향족 화합물이다.

2016년 카이스트(KIST)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산림욕을 할 때 피톤치드가 내뿜는 물질이 진정 및 수면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면 효과는 치유숲에 근무하는 전문 산림치유사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근무후 퇴근을 하면 평상시보다 수면 시간이 깊고 편안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했다. 즉 식물성 피톤치드가 인간의 심신을 이완하여 안정시켜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러한 물질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알파-피넨이다.

알파-피넨은 소나무 피톤치드의 대표적인 성분으로 화학 수면제(졸피뎀)와는 달리 진정과 수면 효과의 질이 매우 좋은 방향으로 개선된다고 하였다. 이 연구는 특히 천연물 성분의 수면 개선 효과와 작용 기전을 처음으로 행동학적, 전기생리학적, 구조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로 보고 있다. 또한 산림복지진흥원의 횡성과 칠곡 숲체원의 숲길별 각종 환경인자 분석을 실시한 결과 알파-피넨 함량이 높아 각종 기관지 확장제, 폐질환, 근육통, 관절염, 혈액순환 등에 효능이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다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피톤치드가 우리 인간에게 긍정적인 효과만 나타날까 하는 것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의 숲에서 나오는 천연피톤치드이지 화학 합성제품으로 나오는 피톤치드 향에 대해서는 선택에 매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피톤치드 대명사는 ○○나무?
편백, 계절 무관 성분 추출 가능
솔, 봄·가을 테르펜 함량 최고
계수·자작…각기 다른 향 매력

그런데 일반적으로 피톤치드하면 편백나무만 떠올린다. 이것은 일본의 주요 수종인 편백나무의 연구 결과가 많아서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최근 한 논문에서 우리나라 소나무와 잣나무, 편백, 전나무, 화백의 시간대별 피톤치드 성분인 테르펜의 분비 함량을 비교한 결과 소나무가 가장 많이 나왔다는 결과를 내 놓았다. 즉 편백과 화백은 계절에 관계없이 정유인 테르펜의 추출이 가능하다고 했고, 소나무와 잣나무는 수목의 생장 출발기인 봄과 가을에 걸쳐 테르펜의 함량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편백에서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온다는 말은 맞지 않으며 우리나라 소나무도 시간대별로는 더 많은 피톤치드가 나옴을 이 연구 결과는 말해주고 있다. 근래 들어 가로수나 빈 땅에 무조건 편백을 1순위로 심고 선호하는 풍조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나아가 활엽수의 방향성 물질과 효능에 대해서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쫓기듯이 산꼭대기로 향하는 소나무 아래로 풍성한 참나무가 서로 자리를 차지한다.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 순으로 분포하는 참나무는 천이라는 냉엄한 자연의 순리에 잘 적응하여 서로 숲의 틈을 열어주며 자신의 발 아래에 있는 다양한 생명들을 키우고 있다. 숲 틈으로 내리 꽂히는 한줄기 태양은 숲의 군락 내에 다양한 패치가 모여 모자이크로 구성되는 살아있는 숲의 다이나믹한 동태를 잘 보여준다.

나무는 언제나 절대고독의 모습으로 척박한 대지 위에 올곧게 서 있다. 홀로 있음으로 나무는 철저히 자신을 지키고 사랑한다. 보라. 나무는 상대를 해칠 생각으로 타감물질을 내 놓는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온갖 물질로 치장을 하고 자신을 지키고 가꾸는 것이다. 경이롭고 위대한 나무의 여정은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나 우리의 오감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가을날 계수나무 단풍잎의 사탕 향, 시월이면 노란 금빛 꽃이 알알이 열리는 금목서 향의 달콤함, 올 여름 지친 심신을 피톤치드 향연이 가득한 숲으로 가보자. 음이온 가득한 자작나무숲과 계곡 바다도 좋다. 신의 선물이라는 이 하루, 모든 사물이 증폭되어 눈앞에 선명하게 나타난다. 숲의 깊이와, 숲 틈 사이 태양의 울림, 춤추는 빛의 리듬, 상큼하고 싱그러운 향기. 이 모든 것이 선물이고 감사함이다.

 
임종택 <나무치료사·대구한의대 환경조경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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