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가뭄
협치 가뭄
  • 승인 2020.06.3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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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이 정부 들어 무려 21번이나 부동산 대책이 나왔다. 지난달에도 고강도 대책이 나왔는데, 비규제 지역의 풍선효과는 벌써부터 걷잡을 수 없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추가적으로 더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이 얼마든지 더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재산권 침해 논란까지 일으키며 발표되고 있는 대책들. 하지만 부동산은 좀처럼 정부의 뜻대로 안정되지 않는다. 이러니 ‘한국의 경제정책은 부동산 정책뿐이 없다’라는 혹평이 나온다. 시장의 원리를 무시한 채 규제 일변도의 대응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진다. 또 무슨 대책을 내놔야 할 지 고민하는 정부 당국자의 모습이 얼핏 떠오르기도 하고,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이에게 환부를 맡겨야 하는 애꿎은 환자의 불안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대구의 건설업이 줄초상을 맞을 판이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엊그제 내놓은 경기전망 자료에 따르면 대구의 건설업 경기 실적치가 41분기 연속으로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41분기면 10년 하고도 1분기 째 건설경기가 맛이 가고 있다는 얘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들어 대구의 건설경기가 더욱 죽을 쓰고 있는 것은 정부의 전문적이지 않은 대책 탓도 크다. 최저임금 여파로 인건비도 크게 오른 데다 자재 값도 올랐다. 제반 경비는 상승 일변도인데 최근의 부동산 정책은 아예 건설업 활황에 죽을 쒀놓는다. 정부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시장 과열 방지에 일관되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 환수제 본격 시행 등 재건축 사업은 위축될 게 뻔하다. 안그래도 수주 건수 감소로 경쟁이 심해져 제 살 깎아먹기 속에 떠밀려진 지역 건설업계는 이래서 더욱 죽을 맛이다.

건설업 활황이 받쳐주지 않으니 지역의 대부분 업종들도 제대로 돌아가지가 않는다. 건설업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 업종 활황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가장 세다’는 평가를 받는 6.17 부동산 대책을 포함해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만 수도 없이 쏟아내고 있다. 보통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지고 집행되는 행정 행위의 시차를 감안하면 아무리 짧아도 한 대책이 6개월은 가야 하는데, 무려 21번이나 부동산 대책이 나왔으니 말문이 막힌다.

집값 안정대책을 추진한 국가보다 시장에 맡겨 놓은 국가일수록 해당국의 도시 집값이 안정된다는 경험들이 언론 등을 통해 보고되고 있다. 집값 안정대책을 내놓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풍부한 자금의 통로를 마련해준 국가일수록 해당국 도시 집값이 안정적이라는 조사 자료도 소개된다. 그런데 이 정부의 대표적 대책은 ‘자금줄 조이기’에 다름 아니다. 집값 대책도 ‘가격’보다 ‘수급’, 수급 대책도 ‘수요 억제’보다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국가일수록 도시 집값이 안정되고 그 폭도 크다는 견해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정부는 그같은 지적을 깡그리 외면한다. 오로지 규제 일변도의 정책만 내고 또 낸다. 그러고도 아직 쓸 수 있는 정책이 얼마든지 더 있다고 큰소리다.

입입이 기회는 평등하다고 외쳐 온 이 정부 아래서 청와대를 거쳐 간 비서진을 포함해 정부 각료들의 부동산 재테크는 늘 뉴스의 중심에 선다. 이러니 ‘내로남불’이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전세자금줄 까지 꽉 틀어막아 놓고는 ‘갭투자’를 잡겠다는 명분만 큰 소리로 내세운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며칠 전에 이어 30일 또 “문재인 정부가 교육은 포기했어도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고 재차 쓴 소리를 했다. 그는 전날 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으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은 국민의 삶과 재산에 너무 밀접한 정책인데, 조금만 사고의 발상을 달리하면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을 이 정부는 ‘높은 지지도’라는 무기를 앞세워 정책 결정의 당연한 여러 과정을 생략하고 맞지 않는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이런 이 정부 부동산 정책 과정들이 전혀 공정해 보이지 않는 것은 왜일까.

이런 가운데 국회는 단독으로 원 구성을 마친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출범을 위한 또 하나의 강공을 예고하고 있다. 공수처법에 규정된 야당의 공수처장 추천 비토권을 아예 없애는 쪽으로 밀어붙일 움직임이 꿈틀대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삶과도 동떨어지고 현실과도 잘 맞지 않는 엉뚱한 규제의 정책만 남발하고, 이를 견제할 국회는 야당 없이 여당의 독재 체제로 굳혀져 가니 사회 곳곳에서 협치 가뭄에 목이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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