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집단 감염 진원지였지만 K방역 시작점”
“대구 남구, 집단 감염 진원지였지만 K방역 시작점”
  • 박용규
  • 승인 2020.06.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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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 본산’ 대구·경북 주역들-5)이상희 남구 보건소장
신천지 중심 창궐에 초비상
인력·장비 부족 직원들 고생
현장 실태 파악 체계적 대응
시설·가정 등 방문 검체 채취
의료진 등 31개조 편성 운영
질본서도 ‘공식 시스템’ 도입
선제적 검사 확산방지 ‘주효’
생필품 등 지원 시민께 감사
위생수칙 준수 재유행 방지
이상희남구보건소장
이상희 대구 남구 보건소장은 “대구 지역 전체가 어느 정도 안정세게 접어든 것은 보건의료인들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 시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검사받은 인원은 10명 내외였다가 한순간 322명이 되고, 확진 받는 인원은 4명이었다가 순식간에 1천 명으로 폭증했다. 대구 남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투에 관한 이야기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에 빠졌지만, 올 초까지만 해도 중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만 유행하는 전염병이었다. 당시 국내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등 안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대구 지역만큼은 청정 지역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대구 남구보건소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이 2월 14일까지 누적 10명을 기록할 정도였다.

하지만 남구보건소의 평소와 다름없던 일상은 2월 18일 대구 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전쟁터로 변했다. 이후 남구의 확진자 수만 100명 내외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3월 4일에는 최고치인 204명을 기록했다. 구내의 자가격리자는 2천 명을 넘어섰다. 이상희 남구보건소장은 “입원 대기 중 사망자만 18명이 나왔다”고 당시 위기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남구보건소는 대구 지역 전체가 그런 것처럼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었다. 이 소장은 이를 의료진과 보건소 직원 모두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들과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 대구시민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대구 남구는 현재 일각에서 K-방역의 시작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구보건소의 코로나19 사투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이 소장에게서 들어봤다.

◇ 코로나19 최일선 보건소의 일원으로서 코로나를 겪은 소감은?

- 정말 치열한 전투 현장을 방불케 했다. 사실 (국내에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초기) 대구는 청정 지역이라는 인식이 앞섰기 때문에 늘 예방한다는 마음으로 유사시를 대비했다. 그러던 중 지난 2월 18일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나왔고, 이 첫 확진의 진원지가 남구에 있는 신천지 대구교회라고 밝혀짐에 따라 보건소는 초비상이 걸렸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첫 확진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는 과정에선 그다지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음 날인 19일부터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전쟁을 치른다는 마음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 보건소 직원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전염병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느끼게 됐고,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을 인식한 후 매 순간 새로운 현장 매뉴얼을 만든다는 기분으로 대응에 임하게 됐다.

◇ 본인이나 보건소 현장에 있는 의료진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점은?

- 너무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남구에 창궐해 그전까지 해 온 대응력으론 불가항력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검사 대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른 인력과 장비의 부족이었다. 당시 인력은 보건소 의사 2명, 감염예방팀장과 전문관 1명, 방역 담당자 1명으로 준비를 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콜센터 설치와 보건소 자체 비상대책반도 구성·운영했다. 하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보건소의 사정을 접한 조재구 남구청장이 현장 방문을 한 후 현장 실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대응함으로써 인력과 장비가 원활히 수급됐다. 또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체계적인 대응이 이뤄졌다.

지금은 남구를 포함해 대구 전체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해외유입과 방문판매 업체, 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의료진과 직원들의 피로도가 계속 쌓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방호복을 입고서 날씨와 싸우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다. 2월에는 손이 아리다고 표현할 정도로 추웠고, 지금은 너무 더워서 아이스패치, 그늘막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 신천지발 감염으로 남구는 대구의 다른 지자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건소를 찾았을 것 같다.

- 그렇다. 당시 신천지 신자로 자가격리 및 진단 검사를 받은 사람은 총 2천566명이 되고, 이중 44.6%인 1천144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지난 27일 기준 남구에만 1천362명의 확진자가 있고, 이중 신천지 신자가 84%를 차지하고 있다.

남구는 신천지 교회뿐 아니라 고령 인구가 다수인 특징이 있어 상대적으로 고위험군이 많은 지역이다. 그래서 요양병원,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해서는 물론, 유 증상 주민 대상으로도 선제적인 진단 검사를 실시함으로써 현재까지 27일 기준 총 1만9천193명의 주민이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다녀갔다.

◇ 매뉴얼도 없던 코로나 초기. 남구는 의도치 않게 대구 감염 폭증의 시작점이 됐고, 엄청난 혼란이 있었을 것 같은데?

- 돌이켜보면 참으로 암담한 시간이었다. 대구 첫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에는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이 하루에 10명 안팎이었다. 그러다가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니 날이 갈수록 100명, 200명, 400명씩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최고 1천19명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매뉴얼을 적용할 틈이 없었다.

당시 상황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어 우리 자체 매뉴얼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집단시설은 시설과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검체 채취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차량 1대에 의료진 1명, 간호·임상병리사 1명, 운전원 1명씩 많을 때는 31개 조를 편성해 운영했다. 이 시스템은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시스템이 되기도 했다. 이외에 하루에 2천여 통이 넘는 전화 상담을 관리하기 위해 10명의 전담 요원을 배치해 상담 전문 콜센터도 운영했다.

◇ 집단 감염 사태는 지금 생각해보면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 군용 음압텐트 밀폐 공간 진료의 감염 위험을 남구보건소가 제시했다고 들었는데?

- 어떤 면에선 맞고, 어떤 면에선 아니다. 정부로부터 군용 음압 텐트 지원을 제시받은 것은 사실인데, 실제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 텐트 자체의 규모가 워낙 크고, 남구보건소가 운영하는 선별진료소 체계에는 부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보건소 앞마당엔 기 음압 텐트 2개 소가 설치돼 있었고, 당시 주차 차량이 100대가 넘었을 때였다. 그런 상황에 가로, 세로 20m가 넘는 군용 음압 텐트를 설치하기에는 공간이 없었다. 환자들이 밀집해 대기하면서 감염 위험이 따른다는 것도 이유였다. 정부가 현장 상황을 모르고 권유했던 것인데 효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돼 과감히 포기한 것이다.

◇ ‘K-방역의 시작점이 대구 남구다’라는 말이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그렇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남구가 앞서간 것은 사실이다. 보건소가 실시했던 집단시설 방문 검체 채취에 대해 당초 질본은 감염 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대량 확진자가 발생하고, 접촉자 발생에 따른 진단 검사의 효율성을 위해 불가피했기에 결국 질본에서 허용했다.

방문 검체 채취법은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검사로 남구에서 서둘러 실시했던 것이다. 이것이 다른 지역에서도 파급됐고, 질본에서 드라이브스루 또는 워크 스루 등 현재 ‘K-방역’이라 불리는 새로운 진단 검사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 남구의 사례가 검사의 틀을 바꾼 시초가 됐다고 본다.

◇ 그간의 코로나 사태를 대구는 이겨내고 이제 확진자가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함께 현장에서 고생한 사람들은 누가 있었으며, 감사를 전한다면?

- 먼저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안정세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초창기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근무에 임하고, 서로 간에 화합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현장을 지휘한 남구 재해대책본부장인 조재구 구청장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파견 나왔던 공중보건의, 간호사, 임상병리사, 군인들의 노고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응에 투입된 모든 인력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원을 아끼지 않아 주신 모든 분들의 힘도 큰 도움이 됐다. 남구 방재단 등 방역 요원들의 고생도 빼놓아서는 안 될 것 같다.

◇ 남구 구민들,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코로나 상황에 대해 당부할 말이 있다면?

- 지금의 수도권처럼 하루 50명 내외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모습이 대구에서 지속될 수도 있었지만, 대구시민의 생활 방역에 대한 의식이 높아 대구가 지금의 안정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 편지나 생필품 등 보건의료인들을 위해 응원과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신 시민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현재는 코로나19가 비교적 잠잠한 상태에 이르렀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어 다가오는 하반기에 재유행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켜주시기를 함께 당부드린다.

박용규기자 pkdrgn@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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