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실 못하는 43억짜리 재활용품 선별기
제구실 못하는 43억짜리 재활용품 선별기
  • 정은빈
  • 승인 2020.07.0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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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청, 2년 전 대구 최초 구축
국내와 달리 무색 페트병만 쓰는
독일 기술 접목 광학선별기 도입
유·무색 페트병 섞어 사용하는
현재 재활용품 배출 실태 부적합
노동력 투입 페트병 수작업 선별
생활자원회수센터
대구 수성구 생활자원회수센터 전경. 수성구청 제공

대구 수성구청이 수십억 원을 들여 설치한 생활자원회수센터 자동선별기가 준공 후 2년여 동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활용품 선별 중간 작업을 수동으로 하는 바람에 명색뿐인 ‘자동’ 선별기라는 지적을 받는다.

1일 대구 수성구청에 따르면 수성구 범물동 생활자원회수센터는 지난 2018년 2월부터 운영됐다. 수성구청은 예산 총 71억원을 들여 시설을 준공했다. 파봉기와 컨베이어류, 자동선별기, 압축기, 감용설비, 집진기와 탈취기 등 설비를 갖췄다.

수성구청은 수성구 전역에서 수집한 재활용품을 이곳으로 운반해 처리한다. 하루 평균 처리 용량은 시설 용량(40t)을 다소 초과한 42t이다. 지난해에는 연간 1만5천442t을 처리했다.

전체 예산 중 43억1천여만 원은 선별시설 설치에 들어갔다. 파봉기를 거쳐 나온 재활용품이 압축되기 전 통과해야 하는 절차로 풍력선별, 자력선별, 광학선별 세 단계로 나뉜다.

수성구청은 대구에서 처음으로 야심차게 이 시설을 구축했지만 문제는 곧바로 발생했다. 빛으로 플라스틱을 4가지 종류(PET·PE·PP·PS)로 분류하는 광학선별기가 페트(PET)병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것. 독일 기술을 접목해 만든 시스템이어서 국내 재활용품 배출 실태와 맞지 않은 탓이다.

무색 페트병 전면 도입 전인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에선 페트병을 무색으로 제한한다. 시스템이 독일 실정에 맞게 만들어졌다 보니 유색 페트병을 섞어 쓰는 국내에선 선별 효율이 떨어진다. 유색 페트병은 무색보다 빛 통과율이 낮고 내부 내용물도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25일 유색 페트병과 폴리염화비닐(PVC)로 만든 포장재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2년간 유예기간을 뒀다. 이 때문에 수성구청은 고액의 기계를 들이고도 선별장 인력을 투입해 페트병을 선별하는 상태다.

당시 시설 설계를 맡은 한국환경공단은 재활용품이 늘어나는 상황에 선별장 부지와 인력에 한계가 있어 기계화가 필요했고, 국내 기술력이 부족해 해외 기술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무색 페트병을 확대하는 정부 정책 방향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수성구청은 개정안 유예기간을 마치고 무색 페트병이 전면화되면 시설 가동도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페트병 안에 찌꺼기를 넣어 버리지 않도록 주민 인식을 높일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할 계획이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선진화된 시설을 도입했지만 현실과 안 맞는 부분이 있다. 전국 10여개 지역에 이 시설이 있는데 모두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전체 처리물량의 5~10% 정도가 광학선별기를 거치는데 수동작업으로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 운영업체, 설계업체와 3자 회의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은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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