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로 태어난 아빠는
할머니의 극진한 사랑에
사랑하는 가족보다는
본인의 삶을 더 중요시했다
그래서
엄마가 고생을 많이 하셨지
큰 딸인 내가 친정에 가면
아빠는 항상 등베개를 하고
안방 같은 자리에 앉아계셨다
그런데
요즘 아빠가 아프시다
식도염 이라고 하는데
숨 쉬기도 힘들고
음식 먹는 것은 더욱 힘들고
잠도 주무시지 못한다고
신가병원에 입원한 아빠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을 앓고 있는 엄마는
아빠를 더 걱정하신다
안방에 있는 등베개는
아빠가 건강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오기만
오늘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고경하= 1965년 광주 임곡 출생. 2017년 상주동학문학제 상주동학농민혁명기념문집 [우리는 하나] 서사시 「해풍에 피어나는 동백꽃이여」 특별상 수여 특선등단. ‘시월문학제’ 문집. 웹진 ‘문학마실’ 평화통일공동시집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 21문학시대문인협회. 작가정신 창작시(詩) 발표, [민족작가] 1집, 2집 창작시(詩) 발표, 현재 한국작가회의대구경북지회 회원, 민족작가연합대구경북지부 운영위원
<해설>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라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누구나 무거운 등짐을 지고 인생산을 오른다. 어느 누구도 타인의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없다. 강을 대하면 생명을 느낀다. 많은 물이 힘차게 흘러가면 생명의 질량감이 더 느껴지고, 빈곤한 강을 보면 쇠한 생명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강물 소리에 마음을 다 흘려보내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 한 켠에 따뜻한 불을 켜고 있다. 꽃을 다루듯 모든 걸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일이 없다. 그리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관계에서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아도 죄가 되지 않는다. 사람은 언젠가 떠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고마움과 미안함을 내일로 미루고 오늘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사람이 내일도 내 곁에 당연히 있을 거라고 착각한다. 사랑은 주는 만큼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랑은 한때지만 한 사람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시절이 있다. 누군가 사랑했던 기억은 좋은 경험이고 풍요로운 삶의 자취다. 좋아하는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넉넉하게 표현하며 열심히 사랑하자. 두려움은 환상이지만, 이별은 마지막까지 힘들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