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국가혁신시스템과 기업가형 대학
[배종태 경영칼럼] 국가혁신시스템과 기업가형 대학
  • 승인 2020.07.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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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우리나라는 그간의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 기술과 제품을 빠르게 모방하면서 발전해 왔으나 이제는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핵심역량을 강화하여 경쟁력을 높여야 할 상황이 되었다. 특히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에는 모방과 기술도입, 자체개발에 주력하였다면,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들도 자체개발뿐 아니라 외부에서 필요한 기술을 사거나 기술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M&A) 하거나 협력을 통해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기술을 먼저 개발하여 사업화하는 선도기업이 시장을 선점하여 모방기업의 기회가 과거보다 현격히 줄어들게 되므로, 우수 기업들은 기술혁신전략을 바탕으로 전략적 영역에서 빠른 기술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술혁신 활동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 효과적인 국가혁신시스템의 구축과 운영

이는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자원, 역량, 성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높이려면, 국가 차원에서 효과적인 국가혁신시스템(National Innovation System)을 구축하고 이를 잘 운영하여야 한다. 국가혁신시스템에는 ① 혁신정책 수립 및 실행 시스템, ② 혁신자원 투입, ③ 혁신주체 활동 (자체 R&D, 개방형 혁신 및 협력), ④ 기술혁신 성과, ⑤ 지원 하부구조 등 5개 영역이 포함된다. 즉 기술혁신·연구개발의 ‘투입-과정-산출’ 핵심 프로세스를 중심에 두고, 혁신정책과 하부구조가 이를 선도·지원하는 것이 국가혁신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국가혁신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이제 세계적으로도 모범이 될 정도로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여지도 있고, 해결해야 할 당면한 과제도 있다.

우선 ‘혁신정책 수립 및 실행 시스템’ 측면을 보면, 정책 수립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잘 진행되고 있으나 정책 실행 및 평가 측면은 아직 미흡하다. 정책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정책이 원래 기대한 대로 잘 실행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아울러 정책에 대한 실제적인 평가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혁신자원의 투입’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2018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81%로 세계 1위이고, 연구개발비 규모도 세계 5위 수준이다. 그렇지만 특정 기업들에서만 상당한 연구개발투자가 일어나고 여타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는 미흡하게 나타나고 있어 이런 불균형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기술혁신의 주체’로는 민간기업, 대학, 출연연구기관을 들 수 있다. 이들은 각기 차별화된 미션을 가지고 연구개발 활동을 강화해 왔지만, 가장 많은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연구개발 성과의 사업화나 창업 촉진 측면에서 보면 아직 미흡하다. ‘기술혁신 성과’를 보면, 특허출원 건수 등 양적으로는 풍부하나 핵심기술의 확보 등 질적 성과는 부족하다. ‘지원 하부구조’는 그간의 누적적인 발전으로 비교적 충실하다고 볼 수 있으나 규제 완화 측면에서는 미흡하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혁신시스템은 성공적으로 발전해 왔으나 정책 실행 측면에서 미흡함이 있고, 대학의 역할이 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대학은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 국가혁신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주체의 하나인 대학. 대학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기업가형 대학’에 있다.



◇ 기업가형 대학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대학의 두 가지 핵심역할은 교육과 연구라고 인식되어 왔으나, 이제 사회는 대학에게 세 번째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교육에 있어서도 ‘사회적 책임을 잘 인식하고 있는 기업가형 혁신 인재’ 육성을 바라고 있고, ‘연구’에 있어서도 이론 연구 뿐 아니라 이를 넘어 연구결과의 사업화 및 창업 촉진을 통해 사회에 경제적으로도 직접 기여하길 요구하고 있다. 대학들은 기존의 교육중심 대학과 연구중심 대학을 넘어 ‘기업가형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으로 발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기업가형 대학에서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기술사업화를 세 가지 미션으로 삼는다. 우리나라의 경제적·사회적 문제 해결에 관심이 많은 혁신 인재를 육성하는 것, 이론 연구 활동과 함께 실용적 연구 활동을 강화하는 것, 그리고 산학연 협동을 통해 연구 성과를 적극적으로 사업화하여 사회에 기여하는 것, 이것이 기업가형 대학의 모습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 내에서 먼저 새로운 미션과 비전에 대한 인식과 구성원들의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 개편과 함께 사회에 직접 기여하는 제반 횔동을 강화하여야 한다.

스탠퍼드 대학이나 MIT 등 미국의 주요 대학들은 스타트업 육성에도 큰 기여를 했다. 이제 우리 대학들도 사회의 문제들을 인식하고 이 문제들의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한 새로운 기능과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이에 맞게 대학에 대한 평가체제도 바꿔야 하고, 기업가형 대학이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기업가형 대학의 출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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