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보훈섬김이의 삶을 마무리하며
15년 보훈섬김이의 삶을 마무리하며
  • 승인 2020.07.0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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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춘자-보훈섬김이
윤춘자 보훈섬김이
2005년 6월 30일까지는 대형교회에서 사역(事役)을 하였다. 사역생활 19년을 마무리하면서 우연히 대구지방보훈청 재가방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훈섬김이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원서를 내어 2005년 7월부터 보훈가족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소형교회에서 함께 사역하자는 권유도 많았지만 사회생활하면서 하나님을 알리고 싶어서 근무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고 조심스럽게 시작한 사회생활이 힘이 들고 눈물겨울 때도 있었지만 보람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참 좋았다. 남자어르신께서 가족사에 대해 물어보시면 남편, 아들, 딸이 있다고 하고, 혼자 사시는 여자어르신들께는 남편은 천국가고 딸과 함께 생활한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남편을 나라에 바치고 홀로 자녀를 양육하신 전몰미망인 분들은 그 고통을 미리 겪어 보신 분들이라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움을 위로·격려해주시어 오히려 많은 힘이 되었다.

지금은 청탁금지법이 생겨 어르신들이 주시는 사소한 성의도 머뭇거리며 거부하지만 봉사활동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초기에는 배 굶지 말라고 챙겨주신 문모 어리신의 빵과 커피의 달달함이 아직도 입가에 맴도는 듯하다. 따뜻한 정 많이 느끼고 간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에 한창이던 때 방문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재택 근무 안부전화를 드릴 때 항상 먼저 전화주시어 조심조심하고 어디가지 말고 쉬어라 우리는 자녀들이 반찬, 청소 다 해준다고 하시면서 친할머니처럼 챙겨주시는 어르신 정말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코로나가 효자를 만들었다고 웃으며 전화를 마무리하신다.

긴 세월 보내면서 사연 많은 어르신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이제 정년으로 그만둔다하고 일일이 어르신 찾아뵙고 병원약 잊지 말고 시간 맞추어 드시고 운동 열심히 하시어 건강챙기시라고 한 분 한 분 인연을 끊어내니 눈물이 철철 흐른다. 자녀들에께 효, 사랑 많이 받으시면서 오래 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코로나19 속에 폭염이 겹친 올여름이 걱정이다. 다행이 보훈청장님께서 많은 신경을 써서 선풍기도 냉풍기도 나눠주시고 방충망도 달아주시니 어르신들이 너무 좋아하신다. 내가 떠나니 보훈서비스가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 마음 한 켠은 더욱 가볍다.

이젠 모든 것 내려놓고 7월부터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나의 쌍둥이 손자 가족과 여행도 가고 수영도 배우고 건강관리 하면서 살려고 한다. 우리 보훈가족들, 동료 섬김이선생님들, 보훈복지사님들 모두 건강하고 파이팅!

저는 이제 아름다웠던 추억을 간직하며 하나님께서 인도하는 대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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