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면에 올라선 달항아리…갤러리 M, 10일까지 이정애展
색면에 올라선 달항아리…갤러리 M, 10일까지 이정애展
  • 황인옥
  • 승인 2020.07.0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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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색면추상 재시도
화려한 색상으로 관객 유혹
이정애작-길위에서서
이정애 작 ‘길위에 서서’

평면을 2개의 색면으로 수평 분할하고, 그 위에 달항아리를 그렸다. 은색과 금색으로 분할한 배경 위의 오방색 달항아리에 극간의 찬란이 내려앉았다. 작가 이정애의 트레이드마크인 달항아리 작품인데, 최근 새롭게 도입한 색면의 전형을 보여준다.

작가에게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추상화가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추상이 겹쳐진다”고 하자 “마크 로스코의 색면을 좋아해서 달항아리에 색면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달항아리를 그리던 초기에 색면을 도입했죠.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거예요. 그래서 달항아리 작업이 무르익으면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미뤄두었다가 달항아리 작업 10여년 만에 다시 시도하게 됐어요.”

‘달항아리’를 특별한 감성으로 곁에 둔 것은 오래됐다. 작가로 활동하던 초기 작업은 풍경과 누드크로키에 집중했다. 도자기는 그림의 소재라기보다 직접 빚어 가마에 구워내는 도공의 역할을 자처했다. 문제는 이 경우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투입됐고. 이는 주객전도처럼 다가왔다. 차선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때 그녀의 뇌리에 반짝 스친 생각이 “도자기를 만들지 말고 그리자”는 것이었다.

“도자기는 선과 면의 미학이죠. 무심한 듯 떨어지는 선과 면의 미학은 어떤 예술보다 아름답죠. 저는 도자기의 시각적인 미(美)와 더불어 무언가를 받아들여 담아내는 수용성에도 끌린 것 같아요.”

도자 하면 달항아리다. 작가 역시 그림의 소재로 도자기를 선택하고는 달항아리에 주목했다. 흔히 달항아리 하면 은은한 백자 달항아리를 떠올리지만 작가는 좀 다른 측면에서의 아름다움을 찾았다. 볼수록 배어나오는 도자 특유의 은은함 대신 화려한 자태에 승부수를 띄웠다. 그 심리 속에는 ‘소통에 대한 열망’이 자리했다.

“아트페어나 갤러리에 여러 작품들을 걸어놓았을 때,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그림들은 소수였어요. 그래서 고민했죠.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서 내 그림에 대한 궁금증을 일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반짝이는 화려함이었어요.”

초기에는 오방색과 반짝이는 글리터 젤로 달항아리에 화려함을 한껏 끌어들였다. 이후 색을 걷어내고 담백함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색면을 도입해 화려함의 부활을 선언했다. 화려함에 화려함을 더한 것. “자칫 천박함이나 경박함으로 빠질 수 있는 화려함의 속성을 고귀하게 표현하려는 데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어요.”

달항아리의 표면은 단색이거나 오방색과 격자무늬의 중첩으로 표현된다. 단색이나 오방색 공히 수많은 덧칠이 가해진다. 오방색 위에는 수십 개의 격자무늬가 금색으로 올려진다. 수많은 노동이 달항아리 표면에 가해진다는 의미다. 작가는 이 노동의 의미를 “기도”와 연결지었다. “색을 올리고 무늬를 올리는 과정에 수없이 많은 기도를 담습니다. 누군가가 제 기도가 담긴 작품으로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달항아리를 그린 지도 어언 10여년. 대구는 물론이고,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을 누비며 전시를 했고, 아트페어 작가로도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 새롭게 도입한 색면은 지난 10년간의 활동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 해석된다. 오직 달항아리에만 주목했던 것에서 확장해 색면이라는 또 하나의 주역을 탄생시킨 것. 색면의 도입으로 서사의 확장을 시작한 이정애의 갤러리 M 전시는 10일까지.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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