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
무정
  • 승인 2020.07.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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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돌아 별을 울리던 바람이 피가 되어
역겨운 한숨으로 강물에지는 가련한 내음

허탈한 세월
약속처럼 피어야할 장미화가
코스모스였다 물망초였다 하며
계절을 가벼운 듯 머리에 이고 섰다.

한 가덕 바램도 망각한지 오랜
빨간 능금 빛 추억은 강물이사
내 마음에 흘러 정녕코 보기에도
가슴 아픈 허무한정이여

치렁치렁 세월 뒤편에 늘어진
희미한 연륜 속엔 서러운 씨앗들이 있다.

언제였을까?
정이 묻어나는 영혼은 안으로 안으로만 피는데
실내기 만큼이라도 간직하면

저녁놀처럼 저녁놀처럼
붉게 외면해 버리는 허무함이여

◇김병래= 1946년 충남 서산 生. 전 KBS부산방송 아나운서 부장, 문예시대 수필시대 시와 수필 등단,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시인협회 회원, 알바트로스 시낭송회 자문위원, 가산문학 우수작품상 수상, 국제다문화 시공모전 입상, 문예시대 작가상, 경성대학교 사회교육원 스피치지도교수.

저서: 내가 사랑하는 세여인(시집)외 다수 아나운서와 술(수필집).
<해설> 꽃으로 피기까지 기다린다는 것은, 들물녘 바람소리에 거푸 눈물을 삼키느라 서글픔 모두 증발해버리는 슬픔의 내력을 눈을 감고 바라보는 일이다.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 꽃이 문득 서글퍼 보이는 건, 어느새 내가 바다를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매순간 흐른다. 고요한 가운데서도 끝없이 흘러간다. 하지만, 이따금 삶의 궤적을 헤치는 바람소리가 신념과 개성을 힘겹게 하고, 희망 숲의 그루터기에는 한동안 흐르지 못한 흔적들이 역력하다. 슬픔이나 고통은 외부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고 있다면, 그대의 슬픔은 더 이상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슬픔을 떨치려면,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신한테 물어보아야 한다. 원하지도 않는 것을 구할 수 없다고, 무엇이 되려고 애쓰지는 말자. 중요한 건 지금 스스로가 어떤 존재인지를 아는 것, 그 앎을 통한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는 기쁨의 존재로 바뀔 수 있다. 내 안의 신성을 알고 그 앎을 드러내는 것이면 감사하다. 마음에 휘몰아치는 눈발을 만나지 않는다면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불편하지 않은 것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때문에 매번 외로워 죽을 것 같았는데 한 번도 안 죽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면 된다. 해가 뜰 때 솟아오르는 새들이 없다면, 그 아침은 쓸쓸할 것이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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